교사 조롱 논란에 휩싸인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홍보 영상 한 장면 .
교사 조롱 논란에 휩싸인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홍보 영상 한 장면 .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인공지능(AI) 기반 학습지원 시스템 ‘하이러닝(Hi-Learning)’을 홍보하려 제작한 영상이 교사를 비하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조롱했다” “교사를 일 안하고 돈버는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임태희 교육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후 이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문제가 된 영상은 한 여자고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한 1분 40여초 분량의 콘텐츠다. 담임교사, 하이러닝이란 머리띠를 한 AI 보조교사와 학생들이 등장해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출제된 시험에서 학생들이 채점을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이 "이걸 왜 틀리다고 채점했느냐"고 담임에게 항의하자 교사는 옆에 서있는 AI 보조교사르 쳐다본다. 그러자 AI 보조교사가 “핵심을 짚어 설명하겠다”며 해설을 이어갔고 학생들은 더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또 다른 학생이 등장해 교사에게 채점 기준을 묻지만 이번에도 AI 보조교사가 설명을 한다.

담임교사는 “AI가 채점을 도와준 것이니 불만 없지?”라며 가볍게 넘기고 학생들은 풀죽은 듯한 반응을 보인다.

이어 담임교사가 “너희 정말 수고 많았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 있을 거야”라고 말하자 AI 보조교사는 즉각 “빈말입니다. 감정이 흔들렸고 음성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라고 끼어든다. 교사는 순간 머쓱해진 듯한 표정을 짓는다.

담임이 다시 “궁금한 사람은 점심시간에 찾아와. 이후엔 선생님 회의 있으니까”라고 말하자 AI는 이번에도 “거짓말입니다. 이 시간엔 평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20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라고 말해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처럼 묘사한다.

영상 말미에는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 하이러닝 AI, AI는 데이터를 읽고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읽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영상이 공개되자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사를 무능하고 불성실한 존재로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전교조 경기도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AI 홍보를 위해 교사의 위상을 짓밟았다”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 교사들은 “정작 ‘학생의 마음을 읽는다’는 문구와 달리 영상 전반은 교사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교사는 "이게 경기도교육청이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이냐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경기교육청은 이날 오전 해당 유튜브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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