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서운 초등생’ 그 후...
[기자수첩] ‘무서운 초등생’ 그 후...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6.23 19: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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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처음 제보를 접했을 때 믿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 그럴리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과장됐다고 여겼다. 담임교사와 통화할 때마다 사실이냐고 몇 차례 물었다. 그리고 기사를 쓰기 전 이틀간 꼬박 고민했다. 가장 중요한 ‘왜?’를 몰랐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공포와 충격을 안겨준 12살 A군. 하지만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아버지다. 학교에서 교장에게 욕설을 하고 난동을 피울 때 누군가 A 군에게 아빠를 부르겠다고 했다. 부모님을 모셔와야 겠다는 생각에 무심코 던진 말이다.

순간 A 군이 기겁을 했다. “안돼. 나 죽어. 빨리 경찰 불러줘”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실제 A 군은 신고를 했고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미 가정 폭력으로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한다.

A 군은 이전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으로 출석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 그것도 여러차례라고 한다. 말썽을 피우고 친구를 괴롭힐 때 마다 그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학교는 A 군이 없을 때 평화로웠을 것이다. 그를 맡았던 담임교사들 역시 서너명 병가를 냈었다고 한다.

폭력의 수위와 횟수는 학년이 오를수록 정도는 심했다. 출석정지 횟수도 잦아졌다. ‘폭력=출석정지’라는 기계적인 매뉴얼만 반복됐다. 징계가 끝난 뒤 학교에 갔을 때 친구건 선생님이건 슬슬 피하는 모습을 보며 A 군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또 하나. 처음엔 B 교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A 군은 자신이 가르치는 반 아이다. 담임이라면 응당 책임져야 할 제자다. 그런데 왜 외부에 이 사실을 알렸을까. 사실 그는 체육전담교사다. 원래 있던 학급 담임은 A 군이 오자 병가를 냈다. 학교측에서는 교사들이 일주일씩 돌아가며 담임을 맡기로 했다. A 군을 당해내는 교사들이 없었다.

결국 B 교사가 담임 총대를 멨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등 교사가 할 수 있는 한계가 너무 명확했다. 그렇다고 이전 학교처럼 징계하고 쉬쉬하고 넘길 일도 아니었다. 끌어안고 갈 수도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폭력의 정도는 심해지고 피해는 커질 뿐이기 때문이다.

결단이 필요했다. 우선 A 군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접근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려면 기관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웬만해선 교육당국이 움직이질 않는다. “초등 5학년이 폭력을 저지르면 얼마나 하겠어?” “학교가 그것하나 해결 못하나”라는 핀잔만 듣기 십상이다.

결국 그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겪은 일을 공개하고 사회적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냈다. 다행이 A 군은 다음 학기부터 대안교육기관에서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이 병행될 전망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감안, 교육당국 등에서 경제적 지원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학교폭력은 가정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부모가 폭력으로 불만을 해소하려 들었다면 이를 지켜보며 자란 아이도 같은 습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모델링 모델이다.

또 폭력은 A 군의 생존방식일 수 있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욕설을 퍼부을 때만 그에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빗나간 ‘존재의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와 숙제를 남겼다.

요즘 조그만 일에도 눈빛이 달라지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손해를 입었다고 느꼈을 때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아이들이다. 감정조절을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뿐인가. 아이들은 안다. 말썽을 피워도 선생님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학년이 오를수록 더 빠삭하다. 그러니 교장에게 욕하고 잠깨웠다고 교사를 칼로 찌르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A 군은 많다. 미래를 위한 헌정(獻呈)은 디지털 100만 대군이 아니다. 단 한 명의 A 군이라도 줄여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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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맘 2022-06-25 13:55:55
본인의 다녔던 학창시절만 기억하는 온정주의 기자분 교사의 지도로 훈계가 얼마나 가능하겠어요? 비뿔어진 애 때문에 당하는 수많은 선량한 애들은 생각도 안하나? 그리고 걔 바로 잡겠다고 관심과 보살핌을 못 받는 애들은??? 잘못된 행동을 했으면 지도와 알맞은 규칙이 필요하죠. 애 키우는 엄마로 이런 글 보면 참 답답하고 뭘 모른다 싶네요.

심성민 2022-06-25 12:18:00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의 잘못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학급에서 격리하여 전문가의 치료아 행동교정을 받게하라!

전재학 2022-06-24 08:32:11
어찌보면 이 어린이도 폭력의 희생자이다. 가정은 모든 교육과 인성의 출발점이다. 그곳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모, 반드시 문제아라는 별칭의 아이를 배출한다. 그런 아이가 학교인들 제대로 적응하겠는가. 학교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이런 아이를 사랑으로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다행히 그런 스승이 있다면 그 아이는 다시 태어날 행운을 안게 될 것이다. 요즘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어른들의 애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왜 어른들은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가. 갑질이나 꼰대짓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다. 진심어린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슴에 안아라. 교사들도 가슴에는 사랑을, 입은 전문성으로 다시 재무장하라. 우리 아이들, 세계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김학희 2022-06-24 05:01:52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교육청을 움직여 대다수 아이들을 지켜냈으니 이제 그 아이와 어머니를 지킬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