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의 AI 시대 교육법 ⓽] 즉답AI(챗GPT) 시대의 교수학습법: 과제경영(1)
[박남기의 AI 시대 교육법 ⓽] 즉답AI(챗GPT) 시대의 교수학습법: 과제경영(1)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12.19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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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Nathan Ong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컴퓨터학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Nathan Ong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컴퓨터학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Nathan Ong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컴퓨터학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교육에서 AI를 활용하는 법(How to use AI for teaching)을 물었다. 그러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1)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 2)자동채점, 3) 교육용 게임 및 시뮬레이션, 4) 언어번역, 5) 개별화 학습 및 학생 지원, 6) 학생 개인 데이터 분석 활용한 맞춤형 교수학습 등 6가지로 나눠 설명까지 곁들인 답을 해주었다.

답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놀라서 하나의 이론에 대해 물어 보았다. "explain trasformative leadership"(변혁적 지도성).

그 답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제 ‘교육(행정)학 용어 사전’ 같은 것은 필요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에 대해서 물어도, 좀더 추상적인 용어인 사랑(what is love)에 대해, 혹은 열등감(Complex) 극복법에 대해 물어도 그 답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아예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을 던졌다. 학교폭력 예방법은 무엇인가(How can we prevent student violence). 놀랍게도 “학교폭력 예방은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입니다. 폭력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학교와 교육자가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하며 여섯 가지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다른 차원의 질문을 해보았다. "How can I make my angry wife happy?" 이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고개를 끄덕일만한 답이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묻기로 했다. 누구에게 물었냐고?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인 Chat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mer. https://openai.com/blog/chatgpt/) 에게 물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AI)"이다. '챗GPT'는 문장 작성 AI인 'GPT-3'를 만든 Open AI사가 만든 것인데 위에서 본 것처럼 대답 수준이 우리의 기대를 훨씬 넘어선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무료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챗GPT로 불리겠지만 이 글에서는 실험적으로 ‘챗’과 발음이 조금은 비슷한 ‘즉’이 들어간 ‘즉답’을 사용하여 즉답AI로 명명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현재 지구의 지성인들이 즉답AI의 답변 수준을 보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당장은 디지털 마케팅이나 콘텐츠 창작, 온라인상의 고객 질문 답변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https://bit.ly/3WqkzGr).

하지만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나에게는 즉답AI가 교육 현장에 미칠 파장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그 답변 수준을 보면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심지어 대학교 보고서로 제출되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어서 교육자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https://go.nature.com/3FCyOkO).

고등학교 영어 과제(https://bit.ly/3Wp2vwr), 대학에서 부과하는 보고서 형태의 과제에 대한 즉답AI의 응답은 온라인 부정 행위 방지 서비스(https://bloom.bg/3Wo6KIC)로도 잡아낼 수 없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대응 시스템이 개발되겠지만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즉답AI가 위력을 떨치는 상황에서 교육자들의 공포감을 줄이고, 즉답AI가 보다 교육적인 방식으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계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은 교육 과정 중에 즉답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해 보고,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엄청난 능력을 갖춘 즉답AI를 수업 중에 활용는 방법,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을 할 때 활용하는 방법 등등 즉답AI시대의 교수학습법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즉답AI 보편적 활용으로 인해 가장 먼저 당면하게 될 문제의 하나인 교사의 과제 부과 및 평가 등의 과제경영과 관련해 발생할 문제를 예측해보고, 극복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과제경영이란 과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목표에 부합하는 과제 부과, 부과한 과제 수준 평가, 과제를 통해 길러지기를 기대했던 학생 역량 증진 정도 확인, 부정행위 방지 등의 활동을 의미한다.

과제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노력 대신 즉답AI를 활용해 과제를 해올 경우 과제 부과 목적 달성, 과제 평가의 공정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

1) 수업방식 전환

중고등학교나 대학이 지금과 동일한 방식의 서면 과제를 부과하고자 하고, 학생은 즉답AI를 활용하여 과제를 수행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즉답AI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뇌를 활용하여 과제를 수행하게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을 포함해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모니터링(지속적인 관찰과 감시)하는 것이다. 원격 시험을 감독하는 온라인 모니터링 서비스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문제가 많다(https://nyti.ms/3PCEfVB).

이러한 상황에서 과제를 학생이 직접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수업 중에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플립트러닝(거꾸로교실)의 한 방식이다(https://nyti.ms/3W9vGUD).

거꾸로교실은 1984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교수법으로 이미 학교에 널리 전파되어 있다. 거꾸로교실 기법을 사용하면 학생들은 집에서 과제를 하는 대신 수업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관련 자료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교실에서 과제를 수행할 때에는 학생들이 즉답AI에 접근할 수 없게 학교 차원에서 차단하는 것이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하다.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할 때 즉답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제를 할 때 즉답AI 사용을 금하고자 이유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직접 과제 수행하는 대신 즉답AI에게 의존함으로써 과제를 통해 길러주고자 했던 이해력, 논리적 사고력, 분석력, 비판력, 창의력 등의 다양한 역량이 길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혼자서 공부하다가 동영상이나 교재 내용 중에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혹은 스스로 궁금한 점을 찾아보는 목적으로 즉답AI를 사용한다면 공부할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배운 것을 스스로 요약 정리하며 생각을 발전시켜가는 대신 즉답AI가 그 기능을 대신하도록 한다면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혼자서 공부할 때 즉답AI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과제 수행 시 즉답AI 사용을 금하고자 다른 이유는 평가이다. 지금까지는 학생이 자력으로 과제를 수행했다고 가정하고 과제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해주었지만, 이제는 자력으로 했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즉답AI를 사용한 과제를 제출했을 경우에는 학생의 과제 수행 수준과 역량 및 노력 정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수행한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거꾸로교실은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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