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학력과 학습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명사칼럼] 학력과 학습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03.2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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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청 정 상명대 총장

교육은 과거를 읽는 지혜의 활동이요, 미래를 예측하는 도전의 활동이다. 올바른 과거와 정확한 미래의 예측 없이는 현재 필요한 인재 배출은 물론이고,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이 점에서 교육은 시대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결코 쓸모 있는 교육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과거를 읽는 지혜도, 미래를 예측하는 도전도 미흡한, 암기 위주의 도구적 교육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에서 우리 한국 교육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21세기는 트렌드 측면에서는 3C로 대변되는 ‘변화(Change), 새로운 시대적 도전(Challenge), 그리고 창의성(Creativity)’이 주된 경향이고, 패러다임의 설정 원칙은 3S를 특징 하는 ‘Soft, Smart, Speed’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주장처럼 손가락 한 번 클릭하면 세계가 한눈에 보이는 ‘손가락 끝의 세기(finger tips century)’인 것이다. 이 시대의 교육은 전통적인 사고로 미래 인재를 기르는 경직된 교육의 툴도 아니요, 학위와 자격증이 능력의 판단 기준도 아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영역에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중시하는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초·중등 교육과 대학교육에서의 학습의 틀도,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학습의 패러다임이나 교육 전체의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학부모들과 교육 당국의 인식 전환과 교육 문화 재정립도 절실한 실정이다. 필자는 2005년경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라 지칭해왔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많은 미래학자sms 2020년 전통적인 IT 중심 사회가 BT 시대로 전환하면서 AI(인공지능)가 가미되어 직업 구조의 대혁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 교육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으며, 어떤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졸업하고 일생 동안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학력은 학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습의 틀도 진정한 학력을 키우는 틀로 바뀌어야 하고, 정해진 교과과정과 정해진 기간만 지나면 무조건 학위를 주는 그런 틀은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학습 역시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전환한 지 오래며, 학원과 사교육에 매여 있는 학습의 개념과는 달라졌다. 직업구조 또한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법대, 의대에 매달리고 있으며, 세계적 안목의 인재를 요구하고 있는데 20세기형 인재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제는 교육을 바로 세우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때이다. 작년만 해도 초·중고 332개교가 문을 닫았다. 대학생 수도 2015년에만 1만 6,753명(0.8%)이나 감소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교육인구 특성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파고와 높은 청년실업의 아픔을 의미한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학습체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도 학습자의 특성과 변화된 직업 구조에 부응하는 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학습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시대는 아니다. 학력은 학위만으로 증명되는 시대도 아니다. 21세기에 필요한 능력과 태도와 가치를 진정으로 갖추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학력 파괴’의 시대이고 ‘탈학교’의 시대이다. 이미 세계는 캠퍼스 없는 학교(Campusless school), 책 없는 도서관(Bookless library), 교사 없는 강의실(Teacherless classroom)이 확대되어 「3無학교」 패러다임 시대를 맞고 있다. 누구든 어디서든 언제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체제가 도래했고, 학교 교육 중심의 사고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학위 중심과 학교 위주의 사고에서 능력 중심과 학위 초월 사회(Degree free society)로 대전환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교수 위주에서 학습자 위주로 바뀌는 경향이다. 그러므로 학력의 개념과 학력에 대한 가치, 태도가 완전히 바뀔 때이다. 일류 지상주의, 성적 지상주의, 학교 교육 우선주의, 사교육 의존주의 등의 교육 병폐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2015년 서울·경기지역 1,4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부모 자녀교육과 학교 참여 실태조사’에 의하면 48.3%의 부모가 자녀의 해외 유학을 원했고, 초등학교 시절에 유학을 보내고자 하는 부모도 12.5%나 되었다. 교육비 부담을 보아도 73%를 보충교육비에 쓰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운영의 참여도는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것은 우리 교육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사교육이 공교육에 우선되는 사고도 바뀔 때가 되었으며, 조기유학이 자녀의 성공을 담보한다고 하는 사고도 버릴 때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인성과 시대가 요구하는 특기와 시대가 요구하는 세계시민의식을 배양시켜 주는 일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학력도 대학 간판이 아닌 자녀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키워주는 능력 위주의 사고로 바뀔 때가 되었다. 학교 교육 또한 ‘삶이 있는 학교교육’과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 그리고 ‘학위보다 진정한 학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삶이 있는 학교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함께 학습공동체가 되는 틀로 바뀌어야 하고, 삶 속에서 드러나는 잠재 가능성과 창의성과 흥미를 통해 진정한 체험 위주의 능력 중심의 학력 개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초·중등 교육에서 부모교육, 환경교육, 소비자 교육, 평화교육, 인구교육, 다문화교육, 그리고 정치·사회화 교육 등을 가르친 적이 없다. 삶이 있는 교육을 통해 잠재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습의 틀 또한 성적을 올리기 위한 편법적 학습이 아니라, 일생을 두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획일화된 학습 모형에서 개별화되고 다양화된 학습 모형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론 위주의 학습 틀과 더불어 응용과 실습 등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더구나 21세기는 오프라인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는 시대이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의 학습 틀과 AI가 일반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학습 모형과 학습 과정, 학습 콘텐츠 등의 큰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습은 이제 융합 학습이고, 학과와 학과, 학문과 학문 간의 연계를 통한 통합적인 학습 체제로 바뀔 때가 되었다.

학력 개념과 학습 개념이 바뀌기 위해서는 학사 운영의 틀과, 교과 과정과, 교육 방법과, 교사 교육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교과 중심의 틀 속에서 학습자 중심의 틀로 바뀌어야 한다. 학년 중심에 의존하여 학년 위주의 교과과정의 틀에 얽매이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의 학습 능력과 흥미, 그리고 특기 등을 감안한 유연성 있는 학습자 중심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 취업 구조 역시 도전정신과 능력, 경험, 그리고 흥미 중심 취업 구조로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취업구조는 일류 대학, 특정 전공, 특정 기업, 특정 직종과 연계된 입시 위주 교육의 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취업자 위주의 평생교육 체제를 대폭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고졸 취업할당제를 과감히 도입하여 취업 후 대학 진학을 원할 경우 대학에 자유로이 진학하여 교육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학위가 학력이 아니라는 개념이 정립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사회와 문화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력 중심의 관행을 과감히 바꿔서, 경험과 진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21세기는 ‘보이지 않는 교육(Invisible education)’의 시대이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무슨 내용이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지식 콘텐츠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교육이 진정 어떤 모습인지 다시 되돌아보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이 무엇이며, 미래 시대에 필요한 직업이 무엇인지를 내다보는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PISA의 학력평가 결과를 본 어떤 외국 학자는 ‘핀란드와 한국은 세계적인 학력 경쟁에서 최우수 국가들이지만, 핀란드의 아동들은 웃으면서 1등을 하였고 한국의 학생들은 울면서 2등을 하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우리는 교육 투자도 세계 제1위요, 교육열도 세계 1위요, 학부모들의 사교육에 대한 투자도 1위요, 학업 시간도 세계 1위이지만 세계 2위에 불과했고, 이에 비해 핀란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모습 없이 1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비친 우리 한국 교육의 모습은 이처럼 울면서 2등을 하는 나라인 것이다. 이제는 웃으면서 1등을 하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학력과 진정한 학습이 무엇인지를 되새겨볼 때이다.

영국 수상을 지낸 토니 블레어는 ‘교육은 최상의 경제이고, 최상의 투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값진 자산은 교육인데 그 교육이 시대를 읽는 교육, 과거의 지혜를 얻는 교육, 그리고 세계에 도전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이 될 때 대한민국 교육은 진정한 세계 1등 교육이 될 것이고 학력과 학습의 틀 또한 시대에 부응하는 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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