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바보야, 문제는 바로 교육이야!
[전재학의 교단춘추] 바보야, 문제는 바로 교육이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11.18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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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수년 전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언급하며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 이로써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이 표현을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시켰다.

이는 경제가 모든 세상사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에 “바보야, 문제는 바로 교육이야!”를 외치듯 국가 번영의 필수 요건이 교육임을 주장하는 기업인이 있다.

이는 500년간 방대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선진국의 발전 원리를 연구한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 레이 달리오(Ray Dalio, 1949~)의 분석이다.

세계사적으로 국가 번영의 요체로 교육이 그 기반이었음을 많은 사례를 통해 인지할 수 있다. 예컨대 17~18세기 네덜란드와 19~20세기 영국, 미국의 경제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즉, 상기 국가들은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국가의 부가 커짐으로써 세계사의 중심에 우뚝 선 국가들로 유명하다.

이는 우리의 이웃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한때 근대교육을 통해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현재는 일본의 자체 평가로도 쇠퇴한 교육력 때문에 지난 20여 년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해 성공한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는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학교와 대학은 고도성장의 동력이었고 5·31 교육개혁으로 창의·인성을 키우는 선진국형 교육제도의 근간을 형성했으며 암기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기 위해 학생들의 적성을 계발하는 다양한 입시 방안을 제시했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 학교 다양화 정책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높여 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지난 10년간 교육정책은 특별히 돋보이는 것이 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 대표적 증거로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폭증과 교육·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의 심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우수 인재 양성에 차질을 빚고 산업과 고용의 불균형을 증가시켰다는 측면에서 그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로써 우리 교육력은 정체되거나 후퇴하면서 막대한 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교육에의 비용 효과(가성비)가 지극히 낮은 것으로 세계적이다. 우선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르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 고등교육 이수율은 69.3%로 OECD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2021년 사교육비가 23조 4,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비공식적인 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30~40조 원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나 현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빚 좋은 개살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이 1만 3819달러로 OECD 평균인 1만 1990달러보다 15%나 많으며 GDP에서 공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5.3%로 OECD 평균 4.9%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지극히 낮은 점에서 막대한 낭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인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자. 2012~2021년 기초학력미달 중학생 비율은 국어 1%→6%(6배), 수학 3.5%→11.6%(3.3배), 영어 2.1%→5.9%(2.8배) 증가했다. 동일 기간에 고등학생도 국어 2.1%→7.1%(3.4배), 수학 4.3%→14.2%(3.3배), 영어 2.6%→9.8%(3.8배) 늘었다.

이러한 근본 이유로 교육학자들은 현재의 제도상 중학교 저학년부터 학습 결손이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런 학력 저하가 대학으로 그대로 이어져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근래 서울대 신입생의 학력에서 영어의 경우 2012년 12.9%에서 2022년 26.3%가 기초영어 수업을 들을 정도로 학력 수준이 떨어졌음이 밝혀졌다. 결국 학력미달 학생이 늘어난 것은 최고의 학력(學力)을 자랑하는 대학에서조차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교육은 기초학력미달의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 고등학생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문송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표현으로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활용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기업에서는 신입 사원의 60~80%가 이과 출신이라 한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의 경우에서 그렇다. 실제 대학 전공자의 비율을 보면 인문계가 43.5%이고 이공계는 37.7%이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과 선택 비율이 문과보다 높다. 그러나 대학은 이를 절대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왜냐면 대학의 전공구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수십 년째 학과의 이기주의와 기득권의 사수에 밀려 선발 비율이 안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대의 경우 컴퓨터공학부의 경우 15년간 55명 정원이던 것이 2020년에야 80명으로 증원이 되었을 뿐이다. 반면에 미국의 스탠포드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2008년 141명에서 현재 745명으로 크게 증원되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학이 산업변화에 발맞추어 전공 수요를 빠르게 조정하는 정책의 유연성에서 차이가 크다는 방증이다. 이는 대학의 책임만이 아니다. 정부의 대학 정책도 구먹구구식으로 예지력이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년제 대졸자의 비율로 볼 때 2010~2020년 사이에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 비율이 29.7%→33.7%로 증가했다. 이는 2021년 OECD 청년(25~34세) 고용 현황에서도 전공·직업 간의 미스매치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대한민국이 50%로 단연코 22개 국가 중에 1위였다.

이른바 대학 공부와 직업이 절반(1/2) 정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아서 다시 재훈련을 시켜 현장에 투입하는 비효율적인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이 아니고는 이런 재교육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중소기업의 상황은 너무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곧 노동생산성이 저하되어 국가경쟁력의 추락으로 나타나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이런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등교육, 즉 대학의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엔 대학의 전공 이기주의를 버리고 학과 간 장벽을 허물어 여러 전공이 합쳐진 융합, 통합, 통섭의 학습에 그 해답이 있다. 과거 20세기가 ‘전문가 시대’로 한 우물만 파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융합의 시대’이기에 이에 적합한 교육방식이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예컨대 미국 보스톤 인근의 공과계열 대학인 올린(Allin)을 보라. 인근 아이비리그 대학들과의 경쟁에서도 앞서 전미 대학평가에서 3위를 기록하는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바로 학과 간의 경계를 허문 융합의 정책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인문계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컴퓨팅 능력이나 코딩 능력을 배양시킨다면 취업 시에 전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오히려 인문학의 장점을 살려 기업에 더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다. 이제 대학 당국은 과감한 정원 조정과 학문 간의 융합 정책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전략에 생존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심각한 저출산 시대를 살고 있다. 2021년 1인당 출산율은 0.81명으로 수년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의 생산연령 인구가 2020년 3738만 명에서 2040년에는 2852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시급히 이민청을 신설해 해외의 우수한 인력을 관리하지 않는 한 국내의 인적자본의 질적 역량을 강화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는 달리 해결책이 없다. 여기에는 교육개혁만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29위에 불과하다. 시간당 42.7달러로 OECD 평균인 55.8달러에도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동력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실행해 나감으로써 저출산 시대를 대비하는 획기적인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학교는 중·고등학교 단계에서부터 꿈과 끼를 키우고 그들의 재능이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는 종국적으로 교육과 일자리의 미스매치를 줄이는 방법이며 나아가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입시에 매몰된 현행 우리의 교육제도를 혁신하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포괄적인 진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직업능력보다 명문대 간판을 중시하는 교육관과 전공과 무관한 직업 선택에 대해서는 이젠 국가가 나서 학벌 타파와 차별 없는 고용 창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시급히 개선하는 정책이 지금보다 훨씬 강도 있게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충격적인 저출산 시대에, 우리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길이고 국가백년대계의 청사진을 교육개혁으로 수립하는 길이라 믿는다. 이제 국가의 지도자나 정치인, 모든 교육 관련 정책 입안자나 교육계 인사들에게 단호하게 주장하고자 한다. 바보야, 문제는 바로 교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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