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3 한국교육 어디로? .. 김성근 교수 “‘비뚤어진 공감’이 혐오 키운다”
[인터뷰] 2023 한국교육 어디로? .. 김성근 교수 “‘비뚤어진 공감’이 혐오 키운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11.06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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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3' 발간 .. 교육계 인사 필진 참여

IB 교육, 에듀테크, 교대 기피, 유보통합 등 민감한 주제 다뤄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3'에 필진으로 참여한 김성근 청주교대 초빙교수. 그는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선거 연령이 인하되면서 청소년들이 정치 유튜버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3'에 필진으로 참여한 김성근 청주교대 초빙교수. 그는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선거 연령이 인하되면서 청소년들이 정치 유튜버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고 우려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교대 가도 될까요?’ ‘메타버스는 교육의 미래인가’ ‘IB는 대안인가? 유행인가?’ ‘대학입시제도는 어떻게 바뀔까?’ 다소 도발적인 주제들을 담은 책이 나왔다.

교육전문 출판사 에듀니티가 펴낸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3>이 화제의 주인공. 격변의 한국교육의 과제와 전망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김성근 청주교대 초빙교수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유재 경기동학중 교감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초등정책팀장 ▲김차명 참샘스쿨 대표 ▲김용 교원대 교수 ▲채창균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김은영 KEDI 연구위원 ▲정성식 전북고현초 교사 ▲박재원 에듀니티랩 학습과학연구소 소장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 ▲한승모 강원홍천남산초 교사 ▲김성천 교원대 교수 ▲이광호 전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 ▲최종홍 충북문상초 교장 ▲송대헌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 ▲최지윤 전북월명중 교장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을 지낸 김성근 청주교대 초빙교수는 “2023년 한국교육이 직면하게 될 과제를 중심으로 키워드를 선정, 교육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전파된 가짜뉴스로 확증편향과 배타적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비뚤어진 공감이 우리 사회 커다란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초중고 교육현장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라며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촌평했다. 이 책에는 유은혜 전 교육부총리의 대담 인터뷰도 실려있다.

▶책 출간 일주일 만에 2쇄를 찍는다고 들었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작년 11월 우리 교육계의 키워드 20개를 담은 <대한민국 교육트렌드 2022>를 내놓을 때만 해도 올해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교육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싶다.

지금은 기존질서와 새로운 질서가 혼재되면서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혼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교육전문가들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제시된 의제 하나하나가 우리 교육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든 생각은 마침표보다 느낌표나 물음표가 많았다.

“글을 쓰기 전 원칙을 하나 정했다. 절대 필자의 주의나 주장을 강요하지 말고 데이터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쓰자고 했다.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각자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학생과 학부모 간 세대 차이도 심하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소통과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교육열이 소모되지 않고 교육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고 여겼다. 교육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한번 걸러진 주제들이 그들에게 토론의 근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의 첫 번째 필자로 나섰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교육이란 사회적 정보나 지식을 교사가 정제해서 학생에게 전달해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을 하면서 정부가 IT 기기를 아이들에게 싹 풀어버렸다. 그때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무한한 정보의 바다를 마음껏 휘젓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모든 정보가 여과 없이 던져지면서 유해정보에 무제한 노출됐다.

19금과 같은 제도적 장치는 무력했고 디지털 교육안전망도 무너진 상황이 됐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편견과 혐오’를 주제로 잡았는데 이유는.

“제이넵 투펙치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아이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정보의 바다에 빠질 때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않다’고 경고했다. 진실보다 가짜뉴스가 더욱 자극적이고 새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짜뉴스가 아이들에게 확증편향과 편견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SNS나 유튜브, 넷플릭스의 경우 알고리즘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가 관심 가질만한 정보를 골라 제공한다. 이런 맞춤형 정보는 편리하지만 한편으로 정보의 편식이란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보의 편식이 심해지면 집단적으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뭉치게 되고 진영논리가 강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믿어버리게 된다. 이 같은 폐쇄적 소통이 우리사회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이버 폭력과 같는 혐오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80% 이상이 SNS를 통해 혐오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는 급증하는 사이버 폭력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가짜뉴스와 편협된 정보, 강화된 진영 논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는 충분한 공감을 보이지만 반대로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혐오하고 차별하고 배타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공감능력이 집단 내적으로 만 작동하면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혐오는 다른 집단을 미워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사회적 책임감을 갖는 공감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학생들이 인터넷이나 SNS를 자주 접하면서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인데.

“지난 2018년 PISA 시험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능력은 OECD 37개국 중 5위를 차지했다. 반면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역량을 평가하는 영역에서는 평균에도 못미치는 성적을 보였다.

이는 우리 학생들이 고도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환경에 있는 반면 확증편향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대단히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함께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이 복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임박했다. 어떻게 보나.

“통계청에서 2017년 발표한 자료 중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 대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고교시절을 회상하는 질문을 한 게 있다. 당시 우리나라 학생의 82%가 전쟁터였다고 답했다.

이들의 중·고교 시절이 바로 이명박 정부였다. 학창시절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 이주호 장관 후보자다. 그는 학교자율화, 고교다양화 정책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했다.

또 가정환경에 따라 불리한 출발선에 놓인 아이들이 많았음에도 사회적 안전망이나 교육복지엔 소홀한 채 모두를 경쟁시스템으로 몰아넣었느다는 점도 비핀받을 대목이다.”

▶교육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한 현실 아닌가.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도전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지 능력있는 개인만 강조되는 것은 위험하다.

소설 <해리포터>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을 때 원서를 블로그에 올리고 200여 명이 학생들이 협업해 번역해서 읽어 내는 것을 봤다. 그런 집단지성의 실천이 아이들에게는 일상화돼 있다. 문제는 우리 교육시스템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학령인구 감소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들은 정원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10여 년만 지나면 초등학생 숫자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규모 학교는 중소규모로 줄어들고, 소규모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학교가 없다 보니 지역이 소멸되는 곳도 나타날 것이다. 윤 정부와 이주호 장관 후보자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교육의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서울과 경기교육청 등에서 IB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감들의 느닷없는 IB 예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연간 1000만 원 가량 되는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공교육에서 IB를 도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또한 철저한 비밀주의도 문제가 있다.

우리처럼 강력한 국가교육과정 체제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학교교육에 IB를 적용하는 것은 굉장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본다. 대학입시와 맞지 않는다는 것도 걸림돌이고 체계적으로 IB에 훈련된 교사가 적어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물론 IB의 서논술형 수업이나 토론수업,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같은 특징은 매력적이다. 따라서 무조건적 모방보다 우리 것으로 발전시키는 KB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감들이 IB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영향을 준 것 아닐까 생각된다.”

▶보수 교육감들이 혁신학교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혁신교육을 담당했던 정책 책임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교육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형태이든 교사들의 에너지를 존중해 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농어촌지역 폐교 위기에 몰린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사들이 나섰다면 그것이 혁신학교이건 아니건 도전을 북돋워 줘야 한다.

교육을 살리겠다는 것은 이념이나 가치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지금은 교사들의 이기적인 생각과 아이들을 위하는 전문적인 생각이 부딪히고 있는 시기다. 그럴수록 보수냐 진보냐 따지지 말고 교사들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불을 지펴 주는 게 교육감의 책무다.

혁신학교는 그동안 교육현장에 민주적 기반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혁신학교의 주축을 이뤘던 X세대 교사들과 참신한 아이디어와 디지털 콘텐츠에 강한 MZ세대 교사들이 결합하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윤 정부들어 교원정원 감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이미 정원 3천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수가 줄어 교원을 줄인다는 것인데 잘못된 판단이다. 실제 오는 2028년까지 중등은 학생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교사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또 초중학교도 이제는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수 있도록 하는 선택형이 강조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데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다. 경제논리를 앞세워 교육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교육이 경제논리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 교육계가 목소리만 많은 뿐 정작 힘은 없기 때문인가.

“교육이 사회적 흐름과 유리돼서 갈 수는 없다. 문제는 교육계가 의외로 사회적 변화와 관련된 네트워킹에 약하다는 점이다. 1만 1천여 개 학교 울타리 안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교육, 경제, 사회, 의료 등 각 분야와 협치 거버넌스를 만들고 소통해야 ‘교육논리’를 그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교사의 교육적 지위가 약해진 것에도 원인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 현행 교원지위법은 교사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인식은 강조되어 있지만 교사의 수업권과 교육권이라는 기본권적인 측면에서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교사의 전문성이 어떻게 보장되는지, 그 전문성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지원방안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

▶교사도 정치적 의사 표현을 허용하자는 주장인가.

“모두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수업에 필요한 학문적 부분에서는 교사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교사가 교육을 위해 건강하게 그 부분을 소화할 수 있도록 수업 안전망 또는 교육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교사들에게 일체 정치적 발언을 금지해 버리니 아이들이 무방비로 정치 유튜버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유튜버의 먹잇감이 됐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선거권 연령이 낮아 지면서 고등학생들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굉장한 정치적 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소위 정치 유튜버들이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이것이 돈이 되는 시스템이 됐다.

반면 교사들은 정치적 팩트 조차 표현을 할 수 없다. 왜곡된 정보가 쓰나미처럼 아이들을 덮치고 있는데 교사들은 이를 막을 아무런 수단이 없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해 활동에 들어갔다. 전망은.

“합의제 행정기구로 탄생한 만큼 토론과 논의를 거쳐 교육에서 만이라도 진영 논리를 깨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안건 중에는 진보와 보수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팩트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다보면 신뢰가 쌓일 것이고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흘러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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