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동부교육지원청 변호사 “교권침해 당해도 선생님은 '내탓이오'부터 하더라”
박종민 동부교육지원청 변호사 “교권침해 당해도 선생님은 '내탓이오'부터 하더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10.12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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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육활동 및 학생 학습권 보호 위한 생활지도권 강화 만시지탄
교사들 교권침해 당해도 참는 경우 많아 .. '적자생존' 반드시 명심을

최근 CCTV 열람 허용 문의 많아 .. 학교통합지원센터 인력 확충 시급
학교폭력 단골손님 뚝 끊길 때 가장 행복 .. 법률자문 선택 후회 안해
서울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종민 변호사. 코로나 19를거치면서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사건들이 늘어나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서울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종민 변호사. 코로나 19를거치면서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사건들이 늘어나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 교육법률자문단 소속 박종민 변호사(36)가 근무하는 곳이다.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의 운영, 학교폭력 관련 행정심판‧행정소송, 교권침해 사안 검토, 교육지원청 및 일선 학교 법률자문 등이 그의 주요 업무.

올해 전면등교가 시작되면서 학교폭력과 교권침해가 부쩍 늘었다. 게다가 구성원들이 다양한 교육현장의 특성상 부딪히는 사건들도 많다.

요즘 들어서는 야근은 물론 주말도 반납하기 일쑤. 하지만 걸핏하면 불려오던 ‘단골 녀석’들이 발길을 뚝 끊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생활하는 모습을 볼 때보람을 느낀다는 박 변호사.

교사의 교육활동과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한 생활지도권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교원을 위한 손에 잡히는 법률 상식’을 펴냈다. ‘법 없이도 살’ 교사들이지만 ‘법에 무지한’ 교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만든 족집게 법률 해설서다.

앞서 2020년에는 학교 교사들에게 유용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완전 정복’을 발간,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에듀프레스>와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 최근 학교폭력이 급증 추세를 보인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코로나 3년 동안 학생들의 사회성과 소통 능력이 떨어지면서 갈등이 많아졌다. 신체적 폭력보다 언어폭력이나 사이버폭력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한 사이라면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는 한마디도 요즘엔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추세다. 부모들까지 가세, 애들 다툼이 어른 싸움을 번져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 사이버 학교폭력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피해 학생을 단체카톡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욕설을 보내는 일종의 ‘카톡감옥’이나 ‘떼카’가 대표적이다. 피해 학생이 괴롭힘 받은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짤방’을 유포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기성세대 시각에서 보면 이게 폭력인가 싶겠지만 학생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긴다. 원격수업으로 디지털기기 보급이 확대되면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폭력에 대한 저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육적으로 해결할 여지 거의 없어 안타깝다.

“학교폭력은 사회적 관심이 높고 휘발성이 강하다. 언론이나 국회 등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그러다 보니 학생 간 다툼이 아니라 범죄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단 신고가 되면 반드시 학폭위를 열어 심의해야 할 정도로 관련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

교육적 해결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교사들이 중간에서 해결하려 했다가 은폐-축소 등 오해를 받거나 민원 대상이 되곤 한다. 현실적으로 법적 해결이 최선이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생활지도권 강화는 어떻게 보나.

“의미 있는 조치라고 본다.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 무관심했다. 이제라도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상응한 대응이 필요하다,”

▶교권침해 사건들을 접하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사건이 발생하면 선생님들은 우선 참고 본다. 그리고 내가 뭘 잘못했나, 내 잘못 아닐까? 자책부터 한다. 주위에 알리지 않고 혼자 견뎌내려 하는 것도 교사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돼야 입을 연다.

특히 경력이 낮은 교사일수록 선생님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교사이기 전에 사람이다. 교직을 성직이라고 하지만 학교는 생계의 터전이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 막상 교권침해와 맞닥뜨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을것 같은데.

“선생님들의 경우 일단 사건이 터지면 당황하는 바람에 초기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다. 교권보호 조항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의 케이스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또 법적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불안해한다.

운전하다 교통사고가 나면 순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덜컥 겁부터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팁을 준다면.

“가장 유명한 말이 ‘적자생존’이다. 사건 전후 사항을 꼼꼼하게 적어둬야 훗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아울러 사건 초기부터 학교 관리자와 주고받은 내용을 공문서 형태로 만들어 결재를 받아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내부적으로 이러 이러한 회의를 했고 어떤 결정들이 나왔는지 사소한 것이라도 결재를 받아 둬야 한다. 혼자 기록한 내용은 아무리 열심히 적어놨어도 법정에서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한꺼번에 써 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학교 현장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CCTV 열람이다. 학부모들의 요구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아마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 다툼이 생기면서 학부모들이 사실확인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CCTV설치 목적과 일치하는 요구라면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CCTV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 학교폭력 담당 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소위 ‘단골손님’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있다. 걸핏하면 사고치고 학폭위에 불려오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어느 날부터 안보이기 시작한다. 걱정스런 마음에 수소문 하다 착실하게 학교생활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내가 의미없는 일을 하지는 않았구나 싶어 뿌듯하다. 단골손님 끊어졌을 때 이 길을 잘 선택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 힘들 때도 많을 것 같은데.

“학교폭력 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다. 알다시피 학폭위 사건은 가해자건 피해자건 학생 한명 한명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대략 사건하나 처리하는데 3개월 정도 소요된다.

학교에서 사건조사해서 교육지원청에 보내는 데 2주~4주 정도 걸린다. 이후 교육지원청에서 조사하고 학폭위 여는데 한 달, 그리고 회의록 작성을 비롯 조치결과 통보하는데 대략 한 달 정도 소요된다. 피해자 쪽에서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 항의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학폭위 회의록 작성이라는 게 요약해서 정리하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예컨대 ‘고개를 끄덕인다’, ‘울먹 거렸다’ 등등 상황묘사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심의위원들이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학폭 사건이 학생과 학생 간 1대1 경우보다 1대 다수, 또는 다수대 다수의 경우가 더 많아 사건 조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듣고보니 학교통합지원센터 인력을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우리 지원청의 경우 팀장 포함 7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요즘엔 정시에 퇴근한 기억이 거의 없다. 주말이나 휴일도 반납한 채 근무하는 일이 많다. 하는 수 없이 타부서 장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분들도 맡은 일이 많지만 흔쾌히 도움을 준다. 아무래도 학폭 사건의 특성을 잘 알다 보니 이심전심이 큰 힘이 된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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