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시험능력주의는 우리 교육을 발전시키는가?
[전재학의 교단춘추] 시험능력주의는 우리 교육을 발전시키는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10.09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재학 인천 산남곡중 교장
전재학 인천산남곡중 교장
전재학 인천산남곡중 교장

필자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형성하는 믿음과 질서에 하나의 물음을 제기하고자 한다. 그 중심에 바로 '능력주의'가 있음을 우리는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능력주의의 실천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으나, 이제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직시하려면, 능력주의의 역학을 새롭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는 한국 특유의 능력주의를 '시험능력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능력주의' 현실이 사회병리적임을 세밀히 진단하고 있는데, 그 핵심에 '시험'이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양동운, 한국일보, 2022.7.19.)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교육은 한 마디로 ‘시험의,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 능력주의로 규정할 수 있다.

예컨대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능력시험은 국가가 공식으로 인정하는 성적으로 그것은 곧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대학 입시는 전 세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세계 어느 국가가 2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시험에 의해 국가의 모든 항공기의 이동이 정지되는 경우가 있는가.

한국의 시험은 교육을 이겼고, 사회에서는 일의 적임자보다 시험 능력자가 우선으로 간주된다. 입시는 사활을 건 전투가 되었고 교육의 장은 전쟁터로 전락하여 불안과 긴장이 학교 문화를 지배한다.

최근에는 수능시험 집단유전학 문항의 출제 오류로 수험생들은 해외 석학들에 확인을 요청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문제가 터무니없이 어렵고,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시험능력주의를 지향하는 엘리트 교육에 대한 지적은 이미 130년 전에 한 외국인의 시선에서도 드러났다.

19세기 말에 조선을 방문한 영국의 비숍(1831~1904) 여사는 4년 동안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하여 11개월에 걸쳐 곳곳을 여행한 후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URS 』을 두 권으로 발간하였는데 ​조선 엘리트와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현실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편협하고 독단적이고 잘못된 자존심을 심어준다. 그리하여 노동을 천시하는 개인주의 자아를 만든다. 공공선을 생각하는 정신을 파괴하고, 사회 신뢰를 파괴하고… (중략)…그 원인은 퇴보적이고 경직된 한국 교육제도이다."

이렇듯 지금 들어도 세월의 간극을 무색케 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이제 한국 교육제도의 근본을 이루는 시험능력주의는 우리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이라기보다는 그 부정적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고 심각하다. 단적인 예로써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사법시험에 9수하여 결국 입신양명한 경우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는 한 개인의 성공한 특수한 경우지만 그가 오랜 기간에도 불구하고 시험의 폐인이 되지 않고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양 부모가 교수라는 가정의 아주 특별한 경제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특수한 경우와는 달리 오늘날 우리의 학교 교육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4만 명 이상의 청소년이 학교로부터 이탈하고 있으며,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등 N포 세대가 양산되고 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이생망’을 외치고 있으며 자신들의 나라를 ‘헬조선’이라 지칭하고 있다. 또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률은 10년 넘게 매년 OECD 국가 중에서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능력주의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이미 강력한 국시(國是)가 되었으며 예나 지금이나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상호주관적 동의에 의해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세계적인 흐름인 연대와 협력의 교육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각자도생,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으로만 강력한 추동력을 작동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앞서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의 질서가 필연적으로 믿음과 불가분의 관계라면, 시험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의 혁신은 이제 불가피하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가치 척도인 뉴노멀(New Normal)의 혁신이 바로 지금이 최적이라는 데에 국민적 믿음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현 정부 국가 정책의 3대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인 교육개혁에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