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육 포퓰리즘의 발흥과 대책
[교육칼럼] 교육 포퓰리즘의 발흥과 대책
  • 김민지기자
  • 승인 2017.03.24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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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은 ‘대중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적 기회주의’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정치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때 나온다. 선거철만 되면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포퓰리즘에는 여야가 없는 이유도 바로 선거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익을 제공하여 표를 사려고 하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장마철에 곰팡이가 창궐하듯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포퓰리즘 정책이 더욱 춤을 춘다.

포퓰리즘은 시대가 불안정하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기회주의적 정치인과 근시안적 대중의 만남에서 나온다. 이런 포퓰리즘은 20세기 초 남미에서 정치적 편의주의, 기회주의로 발전하였다. 남미 정치인들은 정치 권력을 위해 ‘무책임한 경제 정책’을 남발했다. 무책임한 경제정책이란 국내 수요 확대를 위해 임금을 인상하고, 정부 지출을 늘리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관세와 환율 고평가를 선택하고, 가격을 통제하고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민족주의를 표방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경제에 대하여 정부가 강한 개입정책을 실시한다.

경제적 포퓰리즘에 의해 결과적으로 정부부문의 비대화, 탈세를 포함한 부패의 만연, 재정적자의 증대, 대외채무 증가, 해외자본 의존이 심화된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남미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이 바로 페론주의이다. 페론주의는 결국 경제 위기를 초래하여 아르헨티나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포퓰리즘은 복지 포퓰리즘이다. 복지 포퓰리즘은 모든 국민의 복지를 향상하겠다며 무분별하게 공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 의료, 주택과 같이 국민들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예산확보도 없이 행해지는 보편적 복지는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한다. 모든 부분에서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무시하고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면 국가의 부채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가 위태롭게 된다.

이런 포퓰리즘은 장기적인 전망보다는 단기적 전망에 기초하고, 넓은 공익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에 봉사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초래하는 모든 비용은 정치인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세금으로 충당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포퓰리즘의 폐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교육계다. 우리 교육계는 선거 때마다 강화되는 무상 시리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계의 포퓰리즘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로 사교육비 감소를 내건 교육 포퓰리즘이다. 모든 정권에서 공통적으로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내세우면서 각종 정책을 발표한다. 특히 교육부는 수능 문제가 어려워지면 사교육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여 쉬운 수능을 위해 비교육적인 대책이나 하향 평준화 정책도 가리지 않는다. 수능 문제를 EBS 교재와 연계시키거나 수학 교재 문항이나 영어 교재 어휘를 줄인다. 수능에서 영어를 쉽게 출제하고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한다. 학습량을 줄여서 사교육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은 전형적인 교육 포퓰리즘이다. 이런 정책은 수능을 쉽게 출제하여 하향 평준화를 도모하는 정책이다.

둘째로 교육에서 평등과 평준화를 표방하는 것도 교육 포퓰리즘이다. 교육에서 경쟁과 수월성을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등과 평준화를 목적으로 설정하면 교육은 생기를 잃고 병든다. 교육 평등과 평준화를 앞세운 교육 포퓰리즘은 교육감 선거에서 극에 달한다. 이러한 이념을 표방하는 후보들은 선거 때마다 학생인권조례안, 외고ㆍ자율고 규제, 고교 평준화 확대를 내세운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두발ㆍ복장 자유 보장, 체벌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를 도모한다. 고교 평준화를 확대하여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수월성교육이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위해 필요한 외고ㆍ자사고를 규제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한다.

교육 현장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교육청이 내린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전면체벌금지’는 교실 붕괴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를 제공했다. 이것도 교육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폭행만 문제로 인식할 뿐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폭력은 문제 삼지 않는다. 최근에 교권 침해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하여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없다. 학생의 언어 폭력이나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 없는 ‘학생인권조례’는 궁극적으로 학교 교육이 멍들어 대다수의 학생에게 피해가 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가 유지되고 확산되는 이유는 선거나 정책에서 교사보다 학생ㆍ학부모의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문제 삼으면 정치권에서 반응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인 교사가 교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 정치인과 정부는 무관심하다. 특히 선거철에는 그렇다.

셋째는 무상교육ㆍ복지와 관련된 교육 포퓰리즘 정책이다. 교육에서 보편적 복지를 표방하여 무상보육을 확대ㆍ무상급식ㆍ반값등록금을 실시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보육대란도 선거 포퓰리즘의 결과이다. 무상보육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촉발된 무상급식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거철마다 무상으로 무엇을 주겠다는 공약이 난무한다. 당선된 뒤에는 구체적인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약을 무리하게 실행하여 많은 문제가 나타나 교육에 주름이 생긴다.

무상급식에 이어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대학 반값등록금과 누리과정이 공약으로 채택되었다. 문제가 많은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차이가 없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대학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편교육을 위해 정부가 그것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반값등록금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치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교육 재정도 고려하지 않은 정부와 직선 교육감의 과도한 복지 정책이 몰고 온 참극이 바로 교육 재정의 고갈이다.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 예산의 확대로 교육 재정이 고갈되어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비용이나 교원연수비와 같이 교사들의 교육 역량을 높이기 위한 예산은 사라졌다. 중ㆍ고등학교 교실에서 원어민 교사도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도 전면적 무상급식에 쏟아 붓는다. 급식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로 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부분이 침식되고 있는 것이다.

연초에는 3〜5세 아동의 무상보육ㆍ교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중앙정부ㆍ교육청ㆍ자치단체ㆍ지방의회 사이에 반목이 일어나고 서로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아 교사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아이들의 간식과 난방까지 걱정하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중앙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하여 예산 편성을 하지 않고 시의회는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중앙정부는 교부금을 지불한다는 이유로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

포퓰리즘적 교육정책이 유치원이나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학에서도 반값등록금이 시행됨에 따라 등록금 인상이 어렵게 되어 예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노후된 시설을 개선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강의가 대형화되고 도서관 예산도 축소되어 교육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나아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을 더욱 높이는 부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반값등록금으로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심각한 고민 없이 대학에 진학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도 많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적 없이 대학에 진학하면 학업에 열정이 없어 시간과 돈만 낭비한다. 그 결과 대졸자만 양산하여 국가의 노동 인력 분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와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 교육관련 포퓰리즘은 더 확산될 것이다. 포퓰리즘 때문에 민주주의를 버릴 수가 없다면 포퓰리즘의 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논의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우선 검토해야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최소한의 복지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낮은 사람을 위해 복지는 필수적이다. 복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 실행을 위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복지는 돈이다. 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복지 공약에 앞서 우선 예산 확보 방법부터 명시해야 한다. 누리과정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물론 예산 부담의 주체는 다수의 국민이지만 예산 확보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철에 포퓰리즘 정책이 발을 못붙이게 할 수 있는, 정치권과 시민의 성숙한 의식이다. 우리들이 그동안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한 부작용을 잘 인식하여 교훈을 얻는다면 포퓰리즘은 잦아들 것이다. 민주주의는 경험을 통한 시민 교육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발전하는 사회는 그 사회의 건강을 좀먹는 사상과 이념, 그런 사상에 물든 사람들의 의식을 바꾼다.

우리가 보편적 복지, 무상 혜택과 같은 실현가능성도 지속가능성도 불투명한 장밋빛 정책에 표를 던지지만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폐기될 것이다. 포퓰리즘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교육이다. 학교에서 장차 시민이 될 학생들의 비판적 판단력을 높이고 건강한 정치의식과 자기 책임의 원칙을 키워주는 것도 장기적인 ‘포퓰리즘’ 예방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 우선 교육부분의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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