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다.”
“작은 학교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7.03.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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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주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조교수 이동성

농어촌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에서도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교육부는 교육재정의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소규모 학교에 대한 정부와 교육부의 경제적 및 정치적 논리를 반박하면서, 지역공동체의 특성에 부합한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제 찬반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농어촌과 원도심의 작은 학교들은 대규모 학교와 달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작은 학교의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은 어떠한 교육적 경험을 하고 있는가?

나는 학교가 작아지는 것이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학교가 작아지는 것은 교육적 위기이면서도 동시에 기회인 것이다. 대규모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교육적 성장과 경험보다 집단의 교육적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Sergiovanni, 1994). 그러나 성공적인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육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비전과 철학의 공유를 통해 학교를 변화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김춘진, 2010: 58). 이러한 맥락에서‘작은’ 학교가 성공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성공적인 학교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정일환, 2005; 佐藤 學, 2000; Darling-Hammond, 2002; Sergiovanni, 1994).

외국의 연구(Cotton, 2001; Darling-Hammond, 2002)는 소규모 학교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주요한 요소들을 지목하였다. 성공적인 소규모 학교는 고도의 자율성을 지니며, 안정적인 심리적 및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며, 자기선택적인 학생집단과 교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성공적인 소규모 학교는 학교계획의 융통성, 자기창조적인 비전과 미션, 투명한 학교운영, 학생에 대한 충분한 이해, 학교 구성원의 합의 형성, 교사의 자기주도적인 전문적 발달, 다양한 수업전략과 평가 등의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필자는 최근에 한 소규모 초등학교의 좋은 점을 연구하였는데, 소규모 학교의 성공요소로는 ①개별화 수업의 실현을 통한 학력 신장, ②초등학생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총체적 생활지도, ③친밀성에 기반 한 전문공동체 형성이었다. 필자는 소규모 학교에 대한 국내외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소규모 학교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최근에 정부와 교육부는 학교 총량제의 당위성으로 소규모 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지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은 작은 학교의 실제적인 구성원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과하고 있다. 작은 학교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사회문화적으로 다소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다. 따라서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은 학교의 작은 규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학부모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과연 소규모 학교들이 통폐합 되어, 농어촌 학생들이 대규모 학교로 전학을 간다면, 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향상될 수 있을까? 이러한 이유에서 소규모 학교는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유발하는 원인이기보다는, 오히려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제조건에 가깝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부는 도농 간 교육격차 해소와 보편적 교육복지를 위하여 현행 소규모 학교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한 기관평가는 학생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총체적 생활지도 정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대도시의 대규모 학교와는 상이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농어촌의 소규모 단위학교를 평가할 때는 대규모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방식과 다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즉, 학교의 구성원들이 학생들의 삶과 교육을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돌보는지를 가늠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총체적 생활지도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질적 기관평가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관평가의 결과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의 줄 세우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교육적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 학교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데 쓰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부 우수한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행정적 및 재정적 지원을 하는 현행 교육정책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즉,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교에 대한 선별적 지원보다는 모든 농어촌 학교의 지원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소규모 학교의 교사들 모두가 친밀성에 기반 한 전문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서 교사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학교에서보다 더욱 심각한 인간소외가 발생할 것이며, 반목과 불통이 가득한 작은 교육공동체는 거대한 사회보다 못한 학교조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리자와 교사들은 작은 학교가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물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학교의 구성원들은 잦은 인간적 교류와 공유된 경험을 바탕으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갈등과 마찰이 발생할 경우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학교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작은 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의 친밀성을 높일 수 있는 전제조건이지만, 작은 학교가 친밀성을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어촌 혹은 원도심의 작은 학교 구성원들이 친밀성을 공유한다고 해서 좋은 학교가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작고 좋은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친밀성을 기초로 하여 전문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전문공동체의 일원인 교사들은 서로의 교수적 장점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작은 학교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교원 인사정책과 연수체제는 지속가능한 전문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서 제한적이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교사들은 자발적인 구성원이 아니며, 작은 학교와 교실에 적합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외부기관이나 타자로부터 체계적으로 학습하기가 어렵다. 만일, 작은 학교의 교사들이 다른 지역의 학교로 떠나고, 그들이 구축한 전문적 지식과 노하우가 새롭게 충원되는 교사들에게 공유되지 못한다면, 작고 좋은 공동체로서의 학교는 한시적으로 존재하다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역교육청은 지속가능한 작고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기존 교원 인사정책과 교사지원 연수프로그램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춘진 (2010).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 소규모 공동체학교: 교장공모제를 넘어 교원팀공모제로. 2010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정일환 (2005).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자율적 운영 제고를 위한 학교공동체의 활성화 방안. 한국정책과학학회보, 9(2), 225-249.

佐藤 學 (2000). 손우정 (역) (2006).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서울: 에듀케어.

Cotton, K. (2001). New small leaning communities: Findings from recent literature. Portland, OR: Northwest Regional Educational Laboratory.

Darling-Hammond, L. (2002). Redesigning high schools: What matters and what works. School Redesign Network.

Sergiovanni, T. (1994). Building community in schools. San Francisco: Jossey-Bass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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