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 나물에 그 밥' 국가교육위원회
[기자수첩] '그 나물에 그 밥' 국가교육위원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9.23 16: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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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22일 공개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면면은 이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줬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신문화연구원장을 지낸 이배용 위원장은 물론이고 김태준 전 동덕여대 부총장도 마찬가지. 그는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을 정도로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극우성향의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도 있다.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조국사태 때 누구보다 앞장서 옹호했다, 노골적으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감싸고 돌아 논란을 빚었다.

나머지 위원들도 면면히 뜯어보면 정파적 색채가 농후하다, 국교위는 초정파적, 초정권적 기구를 표방하며 출범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정치적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보다 오히려 더욱 정치 지향으로 한 걸음 더 나간 느낌이다.

회전문 인사, 윤석열 교육엔 MB만 보인다?

회전문 인사도 이번 국교위 인선의 특징이다. 진보진영에서는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과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이 위원으로 추천됐다.

보수진영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뉴라이트 학자로 유명한 천세영 충남대 명예교수, 강혜련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등이 대통령 지명으로 위원자격을 얻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대한민국 교육계에 이렇게 인물이 없느냐”는 자탄으로 소리가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보수진영 위원들 중에는 MB(이명박) 계열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배용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았고 김태준 상임위원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천세영 명예교수는 당시 교육문화수석으로 활동했다. 대표적 MB계열 인물들이다. “윤석열 정부 교육은 MB만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비단 국교위 뿐이겠는가.

올드보이들의 귀환.. 청년 대표 빼면 평균연령 61세

국교위는 또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제시하는 기구이다. 그러나 19명 위원 중 청년 대표 2명을 제외한 17명 위원의 평균연령은 61세를 넘긴다.

한마디로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다. 진보든 보수든 교육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주어 졌지만 이들이 얼마나 구현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교위는 첫 단추부터 논란을 부른다. 이념 성향이 다르고 정치 지향점도 각각 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교육 전문성이다. 교육과정 하나만 보더라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대입제도나 교원정책도 모두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교육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감히 언급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럼에도 19명 위원 중 현직교사는 없다. 전·현직 교육감들이 초중등교육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겠지만 눈비 맞으며 교문지도 한 번 안 해보고, 학생부 한번 안 써 본 그들이 학교 현장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납득이 안 된다” .. 위원 지명 이유 설명해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대체 이들이 왜 위원으로 지명되고 추천됐는지 납득이 안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인사권은 고유 권한이라지만 대통령실도, 국회도 아무런 배경 설명이 없다. 그저 내 몫이니 내 마음에 든 사람 쓴다는 오만함만 가득해 보인다.

22일 교육부가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면서 특정 위원이 지명된 배경을 질문했다. 그러자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대답을 내놨다. "경제학자이시면서도 교육에 관심갖고 연구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전부다. 

위원장은 장관급, 상임위원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비상근이라고 하지만 위원들에게도 국민 혈세로 상응하는 대우가 주어진다. 지금이라도 설명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하려면 그 정도 성의는 국민들에게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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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직원들뭐하냐 2022-09-24 23:26:49
장 기자님 진심으로 팬입니다. 같은 시대에 살아있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재학 2022-09-24 09:52:41
공감합니다. 이 나라의 교육이 이 모양인 것은 그저 밥그릇만 생각하고 나아가 명예를 얻으려는 현실주의자들이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진정으로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 관행과 익숙함으로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이 책임자의 위치에 포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혁신과 거리가 먼 보수주의가 기득권 수호와 애국인양 가면을 쓰고 준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교육위원회가 종파를 떠나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