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누군가 당신의 돈을 노린다
쉿! 누군가 당신의 돈을 노린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03.24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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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원장 KBS기자

 

달러가치가 많이 올랐다.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라는 컨셉을 잡은 D 증권사는 대박이 났다. 뒤늦게 많은 질문을 받는다. “지금 달러를 사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잘 모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경제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 이 무슨 무책임한 답인가?

자산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사실 누구도 모른다. 금값을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역시 알 수 없다. 누구는 단기간 하락폭이 커서 오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떨어지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시장에는 늘 이런 것들을 잘 예측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믿어서는 안된다. 오직 확실한 것은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책이 잘 팔릴 뿐이다. (실제 내가 만나본 수많은 자산 전문가(?)들은 그렇게 부자도 아니다. 그들 주장대로 본인이 투자했다면 다들 부자여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들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다면, 그렇다면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건희 회장보다 더 부자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시장 전망은 늘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럴듯하다. 예를 들어 달러값이 오른다는 전망을 과학적으로 해보자.

1) 미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 그 나라의 경기가 좋아지면 돈의 수요가 높아진다. 화폐가 몰리고 그럼 돈의 값도 올라간다. 달러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2) 그 나라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크게 ①성장률 ②물가 ③고용 관련 수치다. 미국 경제는 고용이 아주 좋다. 물가도 오름세다. 3) 결정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정책을 준비 중이다. 시장에 돈을 잔뜩 풀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다. 게다가 연방준비은행(연준)이 또 금리를 올린다고 하지 않는가? 달러값은 오를 것이다.

그런데 달러값이 내린다는 전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또한 과학적이다.

1) 미국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후퇴하고 있다. 성장률 성적표가 너무 어둡다. 심지어 지난 4분기 성장률이 0.5%다. 전분기 0.9%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2) 위안화나 원화에 대비한 달러값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우울한(Groomy) 경제학자들이 이미 달러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물가인상 전망도 어둡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잘 열리지 않고 있다. 고용 수치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중간 분위 근로자들의 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3)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지난해 올린다고 했다가 안 올린 게 도대체 몇 번이란 말인가? 달러 가치는 이제 내림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는 과학적 전망이 난무한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일전에 퇴임하고 잠깐 쉬고 계신 전 한국은행 총재를 사석에서 뵌 적이 있다. 그분은 돌이켜보니 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참 무모했다고 말했다 “KTX의 역 좌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KTX 안에서 앞으로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지나간 광경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어떤 경제현상이 발생하고 나면 그때서야 설명이 가능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래서인지 자산 시장은 늘 미리 ‘예측’은 못한다. 하지만 문제가 터지면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그들이 진짜 전망을 잘한다면, 서프브라임모기지 (subprime mortgage loan) 사태나, 리먼 브라더스의 붕괴는 왜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러니 전문가들의 투자권유를 믿는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혹자는 그래도 시장에 승률이 높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실제 그렇다. 증시의 흔한 ‘무림고수’부터 투자의 신 ‘조지 소로스’까지. 실제 승률과 수익률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그 손실률이 높다는 변액연금조차 설정 1년도 안돼 30%의 수익을 내는 상품도 있다. 물론 그들만의 비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에 1만 명이 참여한다면 누군가 승률이 90% 넘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1만 명이 러시안룰렛 게임이 참여한다고 가정하자. 한 번의 게임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5/6다. 6번의 경기를 하면 통계적으로 1번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1만 명중 누군가는 100번의 러시안룰렛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대중들은 열광한다. 언론은 그를 “운명도 이겨내는 도깨비‘라고 부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기술’이 아니다. 2016년 초 중국의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를 대량 공매도하며 중국 외환시장을 공격한 ‘조시 소로스’는 중국 정부의 필사적인 방어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소득도 낮고 일자리도 불안한 청년들에게, 자본시장은 기회처럼 보인다. 어느 대학에도 ‘주식투자’나 ‘선물투자’를 연구하는 동아리가 인기다. 500만 원으로 1억 원을 모았다는 전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그 1억 원은 어디서 왔을까? 결국 누군가의 손실이다.

지인이 또 서울 개포동의 한 재개발 아파트 투자에 대해 물어온다. 재개발 투자는 사업승인의 진척에 따라 수익률이 연동한다. 이제야 조합추진위가 만들어진 단지는 재개발이 빨리 추진되면, 큰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중간에 문제가 불거지면 재건축은 한없이 미뤄지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사업승인을 받고 관리처분 인가까지 받아 이주가 확정적인 단지의 수익률은 떨어진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결국 재건축 아파트 투자도 ‘주식형 펀드’와 다름없다. 큰 돈을 벌고 싶으면 그만큼 위험해진다. 확실한 것은 오직 하나다. ‘리스크와 수익률은 연동한다’.

그러니 청년이 누군가 전문가의 말을 믿고 어떤 자본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특히 수익률이 높다는 시장은 더 위험하다. 젊었을 때 실패하지 않으면 언제 실패하느냐고? 젊어서 실패한 투자는 돈만 잃는 게 아니다. 신용등급을 떨어뜨려 두고두고 건강한 시장 참여를 어렵게 한다. 다른 도전보다 훨씬 잃는 게 많다. 무엇보다 주머니가 얇은 청년이 이길 가능성이 나주 낮다.

그러니 청년들이여 믿지 마라. 어렵게 모은 돈을 함부로 투자하지 마라. 정작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당신의 지갑이다. 저축의 최대 장점은 이자수익이 아니다. 그들에게 돈을 뺏기지 않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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