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교원정원 감축,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박정현 칼럼] 교원정원 감축,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09.17 15: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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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
박정현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학급은 늘어나지만 교사는 줄여한다는 안내와 함께 이 기준에 따라 2023년도 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공문을 제출하라는 공문이었다.

어떤 학교는 심지어 정원의 9명을 감축해야 하는 안내까지 받았다. 지금도 한계인 상황에서 한 명의 교사가 아쉬운 마당에 이런 지침은 황당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매년 교육과정을 편성하며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불비한 여건 속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묵묵히 현실을 감내하며 신학기를 준비하곤 했다. 인근 학교에 비해 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을 비교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단위 학교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에 엄청난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가배정 편성이라고는 하지만 최종안에서 큰 변동이 있지 않을 것이기에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이 곧 닥쳐올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 교원 증원없이 과밀학급을 줄이겠다고?

학생수는 급감하고 있는데, 학급은 증가하는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다. 이는 과밀학급을 줄이겠다는 교육감의 공약과도 연결돼 있다. 처음에는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원의 증원이 없이 학급만을 늘리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를 불러온다.

교육부 수장의 공석이 길어지고 있고, 확실한 어젠다와 명쾌한 교육정책 없이 고교학점제, 혁신학교, 배움의 공동체 활성화, 2022 개정교육과정, IB도입 등 각각의 정책들이 학교로 퍼부어 내려오고 있다.

하나하나의 정책들은 아주 좋은 이상을 가지고 도입된다. 하지만 이를 실행할 교사를 증원하지 않고 도입되는 정책들은 표류하다 좌초할 수밖에 없다.

‘행정업무가 과다하다’, ‘수업시수가 많다’ 이런 지적을 당국은 푸념 정도로 치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생수가 감소하니까 교사의 수도 줄인다라는 일차원적인 경제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엄청난 퍼펙트 스톰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학교를 덮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보도된 바와 같이 신규 초등교사 정원은 절반으로 급감했다. (중등의 경우 교과에 따라 선발인원이 급감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 초등학교 교사의 감소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의 혁신을 주장하는 교육감들의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혁신학교의 운영을 위해 학생 정원을 관리하고, 초빙 형태로 교사를 우선 배치하면서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들의 비대칭적인 교원 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화된 교육을 담당하는 전담교원을 빼서 겨우겨우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 수업 몇시간 더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중등은 초등보다 더 복잡한 양상이다. 교원의 편제와 배치가 교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원의 관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중학교의 자유학기,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는 그 좋은 취지와 달리 현재의 교원 배치 체제대로 적용된다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있었던 고교학점제 추진 설명회의 내용은 이상적인 행복회로 돌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목표와 취지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당장 내년의 교원 정원대로라면 한 명의 교사가 3~4개의 교과를 맡아야 하는 학교가 부지기수로 생긴다.

이러한 현실을 간과한 채 교사를 감축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교육계에 있지 않은 일부 사람들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수업 몇 시간 더 하는 게 어렵나?’,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기업에 비해 업무 강도가 약하지 않나?’…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교육 현장의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 교직 불안정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교사의 수와 무관하게 단위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의 양은 크게 차이가 없다. 교사의 수가 줄어든 만큼 수업과 행정업무의 부담은 따라서 커진다. 학교의 모든 일들은 아이들을 위한 ‘수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새롭게 변화하는 교육과정에서는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교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도 수업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업무경감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험 수는 없는 수준이다.

결국 원활한 행정업무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는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일에 매몰되다보니 제대로 수업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어지고 만다.

최근 공무원 임용 경쟁률이 내려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교직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권 추락은 직무의 만족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이처럼 교단의 불안정은 교직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질지 가능성이 크다. 양질의 교원 수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재정지원마저 불안정해진다면 우리의 교육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의 경쟁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것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일 수도 있다. 세계에서 극찬하고 부러워하던 대한민국의 교육은 불안하기만 하다.

◆ 교육의 위기 닥치는 데 교육당국은 말로만 최선

그렇다면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 근본적인 대안은 당연히 안정적인 교원의 확충이다. 추진되는 정책들이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과의 전문성과 학생 지도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교사들을 양성하여 넉넉히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교육부나 교육청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교원 수급은 철저한 경제 논리에 입각하여 기재부의 관할로 관리되고 있다.

그럼 이 문제를 학교가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풀어갈 수 있는 힘은 교육 당국이 갖고 있다. 현재의 의견 개진 수준이 아니라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식의 뻔한 대답은 의미가 없다. 교원 감축의 폭풍은 학교가 당하게 되는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원을 어쩔 수 없다면 교육과정을 유연화하여 과감히 덜어낼 수 있는 부분들은 손을 봐야 한다. 이미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스포츠 시수라든지 나머지 줄일 수 있는 영역들은 단위 학교에서 현실적으로 감축 운영할 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어느 하나만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풀어갈 수 있는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부디 곧 다가올 퍼펙트 스톰이 그저 기우에 머무르기를 바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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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 2022-09-18 07:37:20
선생님 칼럼 기다렸어요~ 완전 공감되는 사이다 같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