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거석 전북교육감 “난 합리적 진보 .. 소통과 협치의 전북교육 만들 것”
[인터뷰] 서거석 전북교육감 “난 합리적 진보 .. 소통과 협치의 전북교육 만들 것”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8.2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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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소통과 협치, 실력과 학생중심을 자신의 교육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소통과 협치, 실력과 학생중심을 자신의 교육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밤 9시가 넘어서야 교육감 집무실로 돌아왔다. 급한 결제들을 처리하고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지난 7월 1일 교육감에 취임한 이후 일상이 되어 버린 나날이다.

아침부터 학교 현장을 찾아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학부모를 만난다. 교육부 등 중앙부처는 물론 도지사와 시군 지자체장을 찾아 전북교육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한다. 그동안 힘들었을 교육청 직원들 격려도 빠뜨릴 수 없는 일과다.

주인공은 서거석 전북교육감. 지난 12일 전북교육청 5층 교육감 집무실에서 만났다. 흰색 와이셔츠에 청바지를 받쳐입은 그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 발로 뛰며 소통하는 교육감 .. 당선 두 달 만에 지지율 급상승

 8월 초 발표된 리얼미터의 전국교육감 평가 조사결과 지난 6월 당선 때보다 지지율이 8.2% 올랐다. 두 달여만의 폭발적 성장세는 전국을 놀라게 했다.

비결이 뭘까?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 “소통이 없는 교육 현장은 침체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교육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때 전북교육은 독선과 불통의 ‘외딴 섬’으로 불렸다. ‘그들만의 교육’에 몰입했던 탓이다. 서 교육감은 달랐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또 중앙부처는 물론 대학 및 지자체와 협치의 틀을 만들어 나갔다.

사실이다. 그는 지난달 일반고 전환을 앞둔 군산상고를 방문, 학교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한 자리를 만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교육감이 우리 학교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만나 속에 있는 말을 하고 나니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전라북도와 교육청, 그리고 전북 지역 10개 대학 총장들이 상설 협의체를 구성, 각종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들은 가칭 '전북교육협력추진단' 구성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앞서 7월에는 교육부를 찾아 장상윤 차관에게 '미래교육캠퍼스' 설립에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과는 농촌유학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오는 31일 서울시교육청에서 협약식을 갖고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농촌 유학은 서울학생들이 전북 지역 학교로 전학을 와 6개월~1년 정도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프로그램.

동향 출신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의기투합해 이뤄낸 성과다. 농촌유학은 폐교 위기의 농촌학교와 지역 살리기의 유용한 대안으로 꼽힌다. 도시아이들과 어울리며 나오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는 농촌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유학 온 학생과 학부모의 정주 여건만 제대로 갖춰지면 인구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서 교육감 생각이다.

◆ 중앙부처-지자체-대학 연계 협치 구축 .. 서울학생 농촌유학 유치

지방 인구소멸은 심각한 수준. 전북 역시 3개 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자체가 인구소멸지역이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문 닫는 학교가 늘었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서 교육감은 “급격한 인구감소로 늘어난 폐교를 활용, 농촌 소득증대와 인구 유출을 막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평생교육시설이나 체육시설, 휴양시설로 활용, 지역 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소통과 협치’가 행정의 키워드라면 교육에서는 ‘실력과 학생중심’을 강조한다. 그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전북교육을 바꾸고 살려내라’는 준엄한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당선은 지난 12년 학생들의 실력을 키우는 데 실패한 전북교육에 학부모들이 회초리를 든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 교육감은 “2021학년도 수능성적 영어 수학 8·9등급 비율을 보면 전북이 제일 높게 나왔는데 이는 기초학력 미달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학력경시 풍조마저 생겨난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기초·기본학력에 대한 진단평가를 실시한 뒤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 실효성 있는 맞춤형 지도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력 진단평가가 한 줄 세우기식 서열평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학생중심교육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취임하자마자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전북교육의 지향점”으로 천명했다. 모든 정책의 중심을 학생에게 두고 아이들 관점에서 정책을 판단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전교생이 1~2명인 학교라도 통폐합을 하려면 먼저 학생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수가 너무 적어 이미 학교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통폐합하기보다 학생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얻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교육 제1주체는 교사 .. 탄탄한 교권 토대로 학생중심 교육 실현

그는 또 얼마 전 익산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폭언 사건을 언급하며 학생인권과 교권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의 제1 주체는 교사이고 교권이 탄탄하게 바로 선 토대 위에서 학생중심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권이 흔들리면 수업이 흔들리고 그러면 학생지도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교권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서 교육감은 “그동안 학생인권이 너무 강조되다보니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이런 사실을 (학생들에게) 좀 더 명확하게 주지시키는 교육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하고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 인권과 교권이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전북교육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학교수-총장-교육감, 일견 탄탄대로를 걸은 듯 보이지만 실제 서 교육감은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선 입지전적 인물이다. 전북 진안 출신인 그는 부친의 사업실패로 누구보다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

학비가 없어 중학교도 제때 진학하지 못한 채 친척집에 얹혀살았다. 여름이면 아이스케키 통을 멨고 겨울엔 신문 배달을 했다. 주위의 도움으로 간신히 중학교 입학금은 마련했지만 수업료를 낼 돈이 없었다.

학교 매점에서 아침저녁으로 빵과 과자를 팔아 학비를 면제 받은 적도 있었다.

서 교육감은 가난한 어린시절, 백절불굴을 좌우명 삼아 역경을 이겨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아이스케키를 팔고 신문배달을 하던 어린시절, 백절불굴을 좌우명 삼아 역경을 이겨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 아이스케키 팔던 소년 교육감 됐다 .. 힘든 시절 회상에 눈물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천자문을 뗄 정도로 영특했지만 이후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는 책상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백절불굴(百折不屈)’과 같은 사자성어를 적어 놓고 가슴에 새겼다.

어떤 역경이 오더라고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각오로 힘든 나날을 버텼다(그는 이 대목에서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책상 위에 놓인 티슈로 몇 차례 눈가를 닦은 뒤에야 비로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아이스케키를 팔던 어린 소년은 명문 전주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 유학길에 오른 뒤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다. 그로부터 35년간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전북대 총장 시절에는 대학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힐 정도로 전북대 발전에 기여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개각 때마다 교육부 장관 후보에 곧잘 이름이 오르곤 했다.

그는 지금도 전주 시내 조그만 아파트에서 산다. 23년째다. 유년시절 아련한 기억 때문일까. 대학 총장을 8년이나 했지만 생활은 여전히 검박하다.

서 교육감은 자신을 ‘합리적 진보’라고 했다. 현상을 보는 관점은 혁신적이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합리적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그래서일까. 간혹 오해도 받고 공격도 받는다. 하지만 소신을 굽힐 생각은 없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전북교육을 위해 담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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