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위기의 시대는 실력의 증명을 요구한다
[전재학의 교단춘추] 위기의 시대는 실력의 증명을 요구한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8.23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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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난세(亂世)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와 지구촌은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난세를 겪으며 치열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일찍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이에 대처하는 길은 개인이나 국가나 단순한 경험이나 적응의 수준을 넘어 이를 극복할 실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 실력의 유무에 따라 정권이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면서 이젠 어느 공공분야든 책임 있는 위치에서는 단지 자리만 지키는 ‘껍데기’가 아니라 ‘알짜’만이 대접받는 처지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위 진보라 불리는 정권이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많은 정책의 실패와 무능으로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되었다. 기대 속에 출범한 보수 정권은 처음부터 ‘실력있는 인재 등용’을 내세우며 “이전 정부에서 이처럼 훌륭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는 결기로 장관을 등용했다.

하지만 32일 만에 사퇴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 외에도 온전히 실력 있는 장관 후보자만을 추천했다고 하지만 이를 의심할 정도로 각종 결격 사유로 후보자를 사퇴한 경우도 여럿 있다.

일반적으로 무능하고 아부만 하는 인사, 영혼 없는 관료, 학교에발을 담그고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를 실력 있다고 믿기 어렵다. 과연 진정한 실력자란 어떤 사람인가? 실수도 한두 번이 아니라 자주 하면 그것도 역시 실력이라 믿는 세상이다.

요즘 신문 지상에는 철부지와 같은 아마추어 정치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서 “비가 더 와서 사진 찍기에 좋았으면...”하고 실언하는 정치인이 있고 “우리 지역이 아니라 다행”이라 말하는 자도 있다.

농담이라 말하기엔 ‘장소와 때, 상황(TPO)’에 따라 말하는 실력조차 없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는지 의아할 정도다. 하기야 “처음 하는 일이라서...”라고 말하는 정치 수준의 하향 시대이지 않은가.

세상에는 실수가 미래의 자산으로 인정을 받아 오히려 실수를 존중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특히 성공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가 그렇다. 신입사원 모집 시 처음부터 실수를 많이 한 사람을 채용하여 미래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한단다.

하지만 정치와 국가경영은 실수를 저지르면 그 피해가 바로 국민에게 미치기 때문에 실수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실력이 출중한 프로를 요구한다. 즉, 실력과 거기에 도덕성까지 겸비한 프로가 적격이라는 말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시대에는 실력 있는 교사와 교장과 그렇지 않은 교사와 교장의 구별을 확실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2년 반에 걸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반복하며 수업을 하던 초중등학교는 교사들이 막중한 부담과 책임감으로 몸살을 앓았다. 처음에는 콜센터를 방불하듯 학생들에게 온라인을 통한 출석 체크와 전화를 통한 학습 독려로써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이었다.

수업에서는 전통적인 교실 수업의 방식에서 벗어나 원격수업의 3가지 형태- 쌍방향 수업, 콘텐츠를 활용한 단방향 수업, 과제제시형 수업 –중 하나, 또는 융합형(blended)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고 이러한 수업방식에 익숙지 못한 교사들의 고통은 앞으로 펼쳐질 교육의 흐름에 온갖 시련이 드리워졌다.

밤새워 수업자료를 제작하며 수업을 자신의 설계도에 따라 진행하는 실력 있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기존 EBS 강의나 e-배움터 학습 자료, 각종 교육매체의 콘텐츠를 거의 그대로 수업에 재생하여 어색한 수업으로 성의가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비판을 받는 교사들도 있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 3학년의 70%와 1, 2학년 55%에 가까운 학생들이 수업에 불만족을 표시하며 차라리 수업을 듣지 않는 게 낫겠다는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학습 자구책을 강구하는 위기의 시대가 되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과거에 비해 학력 격차가 커지고 중위권이 사라지는 결과를 남겼다. 여기에 더해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적 차이는 학력의 격차를 크게 초래하는 추가 요인이 되었다. 학력은 실력있는 교사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지만 빈부의 차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미래는 초중고 교사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진짜 실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앞서 실시하던 대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부실한 수업 때문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연대 행위가 한때 뉴스를 온통 점유했을까.

학교 교육의 미래는 있는 둥 마는 둥한 소위 ‘빈껍데기’ 교사에 대한 관용의 퇴색과 엄격한 퇴출이란 경고가 함께 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아가 새로워진 기준에 따른 교원평가로 더욱 무관용의 시대가 예견된다.

위기의 시대는 누구나 어디서든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서만이 국가가 성장하고 발전하며 나아가 개인의 안전과 행복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지금은 교육 위기의 시대라 말한다.

실력 있는 교사가 우대받고 교과 선택을 받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일찍이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는 신동엽 시인의 시구처럼, 실력만이 불확실하고 위기가 팽배한 난세를 극복하는 믿음의 보루가 되고 나아가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 되어 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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