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국가교육위, 애물단지 안 되려면…
[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국가교육위, 애물단지 안 되려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7.2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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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단국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단국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2019년 3월의 일이다. 광주교육대학교 박남기 교수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관한 논문을 함께 쓰자고 제안했다. 중앙일보 기자 시절인데 마침 국교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좋은 기회였다.

연구방법의 핵심은 국회의원 대상 설문조사였다. 당시는 20대 국회였다. 설문조사는 필자가 맡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만나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혹 만나더라도 설문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무모하게 뛰어들었다.

국회의원도 국교위 설치에 관심 없어

일단 온오프 동시 설문조사를 시도했다. 친분이 있는 의원께는 문자로 정중히 취지를 알리고 온라인 설문을 보냈다. 한편으론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막무가내 부탁’도 했다.

2019년 3월 26일부터 4월 26일까지 한 달 동안 그런 일을 반복했다. 그 결과 의원 300명 중 61명에게 설문을 받아냈다. 응답률은 20%였다.

민주당은 128명 중 42명, 자유한국당은 114명 중 15명, 바른미래당은 28명 중 3명, 무소속 8명 중 1명이 각각 응답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국당 의원들은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설문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국교위 설치를 추진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주목할 점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은 6명뿐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상임위도 아니고 교육위원회인데 말이다. 우리 교육의 얼굴 같았다.

해당 논문은 2019년 10월15일 발행된 한국교육행정학회(37권 4호)에 실렸다. 제목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제20대 국회의원의 인식 분석 연구’.

당초 2022년 7월 21일으로 예정됐던 국교위 출범이 미뤄진 것을 계기로 당시 논문을 다시 꺼내 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육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열정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후순위에 밀리는 게 여전했다. 국교위 문제만 봐도 그렇다. 물론 국교위가 생긴다고 초정권적·초정파적 백년대계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애초 교육정책의 일관성·연속성·안정성을 확보하고 대입과 교육과정, 교과서 문제 등 교육 난제를 푸는데 여야가 한마음이 되자는 취지만 살려도 성공이다.

국교위, '제로섬 게임' 빠질 우려

사실 국교위 설치를 둘러싼 역사를 보면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 2002년 대선 때는 보수 이회창 후보가 초정파적 기구로 ‘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홍준표·유승민·안철수·심상정 후보 모두 국교위 설립에 공감했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 여론 수렴 기구로 중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교위는 ‘제로섬 게임’에 빠질 조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고(‘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다행히 그 시행을 새 정부 출범 뒤로 1년 유예했지만 여전히 교육계의 이해관계와 정파성을 넘지 못할 조짐이다.

초·중·고와 대학, 교사와 교수, 공교육과 사교육, 진보와 보수 교육계 등 각 교육 주체에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국회는 정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위원 21명 엄선, 배틀 대회라도 열라

왜 그럴까. 핵심 업무부터 이해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교위의 핵심 업무는 교육비전 수립과 정책 방향 수립이다. 즉, 학제·교원정책·교육과정·대입정책 등 중장기 교육제도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모두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특히 초·중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문제, 2022 개정 교육과정, 그에 맞물린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 그 결정판인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은 고도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작동해야 할 교육 이슈다.

그 핵심이슈를 잘 풀려면 국교위를 구성할 위원 21명의 실력이 쟁쟁해야 한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 차관 1명, 교육감 협의체 대표 1명, 교원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추천 1명,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추천 1명, 광역지방자치단체 추천 1명 등이다.

그런데 당연직조차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췄는지 의문이고, 지명 또는 추천될 인물도 정파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 뻔하다. 이미 예견된 문제이고 현실화하는 조짐이다. 그리된다면, 국교위가 초정권적·초정파적 기구가 될 수 있나.

여야가 상대방 몫 추천하면 어떤가

국교위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할 뿐 정치중립적인 정책 수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연구도 많다. 헌법 31조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헛구호라는 점은 역대 교육 흑역사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흑역사의 과정에서 교육부는 들러리만 섰다.

교육부가 잘 못하는 것도 많지만, 교육부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더 큰 문제다. 여야가 합의해 교육에서 손을 떼 주는 것이 교육발전을 위한 최선의 묘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교위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위원 추천부터 객관성과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국회 추천 9명은 여야가 서로 상대방 몫을 추천하는 역발상은 어떤가. 더 중요한 대통령 지명 몫 5명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더불어 직능단체 추천 위원도 특정 단체의 장(長)이 감투 쓰려 떼쓰지 말고 ‘배틀 대회’를 열어서라도 실력 있는 인물을 대표로 내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교육위원회는 국민이 외면하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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