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시험이 왜 이래? ③] 영어시험제도가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영어시험이 왜 이래? ③] 영어시험제도가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7.19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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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호열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이호열 고려대 연구교수
이호열 고려대 연구교수

영어구사능력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국제 교역과 경제활동의 필수도구 역할을 해왔다. 우리가 직면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영어능력은 여전히 개인과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의 영어구사능력은 어떨까.

전 세계 171개국에서 실시된 토플성적을 기준으로 볼 때 대한민국 학생들의 평균성적은 2019년 기준 87위다. 146위에 머물고 있는 일본이나 102위인 중국보다는 앞서지만 여전히 중위권을 맴돈다.  

 2022년 교육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초·중·고교생은 영어 사교육에 연간 4조 4,460억원을 지출한다. 미취학 아동·대학생·취업 준비생이 쓴 비용까지 합하면 몇 조원이 더 추가될 것이다.

더욱이 조선일보 보도(2014년 3월 30일)를 인용하면 대학생들은 전공보다 영어에 2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데도 한국인의 영어능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가성비가 낮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 원인과 대책을 찾아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토익공화국인가?

 위키피디아(WIKIPEDIA)를 보면 “토익은 1978년 일본의 재계 단체인 경단련(経団連)이 미국 시장 진출 확대에 따라 미국 현지에 파견할 일본인 직원들의 영어 회화 능력 향상과 평가 기준 마련을 위해 미국 ETS사에 영어 시험 개발을 의뢰해 탄생했다”고 한다.

구글(GOOGLE)에서 ‘토익의 역사(history)’를 검색하면, “야스오 키타오카라는 일본인이 토익시험의 근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던 일본 측의 중심인물이며, 1970년대 일본에서 사용하기 위한 영어 의사소통의 새로운 시험을 창조하기 위해 ETS와 협상을 시작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매일경제 사설(2017년 10월 30일)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해 누적 기준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3배나 많은 200만 명가량이 응시하는 국내 최대 시험인 토익은 일본이 개발을 의뢰해 미국 민간기관인 ETS사가 개발한 시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구직이나 사내 평가 등 민간 영역은 물론이고 공무원 임용이라는 공적 영역까지  사실상 전 국민의 영어시험으로 확산됐다. 토익이 국내 영어시험 생태계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데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역류효과(WASHBACK EFFECT)에 주목해야

 역류효과란 평가가 학습과 교수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전병만교수에 따르면 응시자가 많은 시험제도는 Hughes가 제시하는 역류효과가 지나치게 커서 그것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영어교육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시험이 가지고 있는 의미나 시험의 결과는 학습자들의 학습발달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고 그 영향이 지대하다. 시험은 교육목표의 달성정도를 점검하는 과정으로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토익 시험제도는 일본에서 40년 간, 대한민국에서는 30년간 뿌리를 내렸다. 학생들은 당연히 토익 역류효과 영향을 받게 되고 토익을 기준으로 한 영어학습에 이끌리게 된다.

대표적인 토익공화국인 한국과 일본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국민의 교육열도 높다. 하지만 국민의 영어능력은 대한민국은 중위권, 일본은 하위권에 뒤쳐져 있다.
 
역류효과이론에 따르면 두 나라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토익이라는 영어능력평가시험제도는 좋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토익공화국을 고집해야 하는가?

토종 영어시험 규제보다 장려를 

 대한민국은 자국에서 개발한 영어시험제도를 보유하고 있는 몇 개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텝스(TEPS)와 토셀(TOSEL)이 대표적이다. 텝스와 토셀은 대한민국 학생들의 교과과정과 연계해 20년 전 개발한 영어시험이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취업을 위해 토익 공부에 매달리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열심히 공부해 온 학습방법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런 과정에서 그동안의 영어공부에 대한 노력이 기회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반면 텝스와 토셀과 같은 토종영어시험은 그러한 기회손실을 유발하지 않는다. 

일본은 토익 종주국답게 토익 장려 정책으로 연간 200만 명 이상이 토익에 응시한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이 많이 응시하는 민간 주관 일본 토종영어시험 ‘에이켄(EIKEN)’은 문부과학성이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권장해 연간 300만 명이 응시한다.

중국도 토종영어시험 ‘CET’를 정부가 장려해 연간 1,000만 명이 치르고 있다. . 

반면 대한민국은 외국산 시험을 여과 없이 수용하는 바람에 우리 교육여건에 맞게 개발한 토종영어시험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과 미얀마 등 해외국가가 인정해 도입한 토셀과 같은 토종시험제도를 보유한 국가인 데도 말이다.

비영어권국가에서 개발한 영어시험제도를 다른 비영어권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사례는 토셀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영어시험제도의 근본적인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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