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 오디세이] 돈벼락인데 화장실은 수세식?
[양영유의 교육 오디세이] 돈벼락인데 화장실은 수세식?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7.16 19: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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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단국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단국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깜짝 놀랐다. 선생님의 농(弄)인 줄 알았다. 한데 사실이라고 했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중학교 선생님한테 들은 얘기다. 우리 모두 생각해 볼 문제다.

“컴퓨터가 멀쩡한데도 매년 바꾸라고 합니다. 교장선생님은 바꿔 줄 때 바꾸라고 해요. 신형이니 좋기는 하지만 굳이 필요가 없는데…. 참, 이상하죠.

그런데 학교 화장실은 안 고쳐요. 아직도 30%는 재래식이어서 아이들이 불편해해요. 집에서 비데 쓰는 애들이 양변기도 아닌 수세식(화변기)을…. 어이가 없어요.”

컴퓨터는 매년 바꾸고 화장실은 수세식

컴퓨터와 화장실 문제는 묘하다. 돈은 있는데 정작 학생을 위한 시설에는 투자를 멀리하고 앙뚱한 곳에 쓴다니 말이다.

재래식 화장실이 전국 초·중·고 중 30%를 넘고, 백묵 칠판이 전국에 40%가 넘고, 책걸상은 삐거덕거리는데 교육감과 교장들은 웬일인지 이상한 곳에 돈을 쓴다.

현금 쿠폰에 입학 축하금, 테블릿 PC 나눠주기가 대체 뭐란 말인가.

초·중·고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없고 어른들 기득권 지키기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현장을 취재하던 기자 시절, 초·중·고의 열악한 시설에 놀라 ‘학교 업그레이드’ 시리즈를 했었다. 10여 년 전 일이다. 당시 학교 선생님과 교육청은 “정부 예산이 부족해 그렇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더 많이 배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육현장의 주문대로 교육교부금은 계속 불어났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어도 내국세의 20.79%가 꼬박꼬박 교육교부금으로 꽂혔다.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다.

교부금의 역설, 효율적으로 쓰고 있나

그 덕분에 초·중·고는 보호망을 갖게 되었다. 교육교부금은 2000년 14조9000억원에 불과했는데 2022년에는 81조3000억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올해는 세수 초과로 지난해보다 교부금이 21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데 따른 전망이다.

반면 학생 수(만 6~17세)는 2000년 811만 명에서 20022년 539만 명으로 34%가 감소했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교육부는 교육교부금에 손을 대려 하고 있다.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떼어 내 대학에 지원하려는 방침이다.

그러자 초·중·고와 교육감들은 발끈한다. “전국의 학교 건물 중 30년이 넘은 것이 21%나 되고, 심지어 40년이 넘은 건물도 7.1%나 된다”며 여전히 돈이 궁하다는 것이다.

특히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치고, 교원들의 복지가 열악해 외려 교부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일견 일리 있고 그 고충도 이해한다.

하지만 예산은 효율적으로 적기에 쓰라고 국민이 낸 세금이다. 올해 초과 세수로 교육교부금이 늘어나게 되자 교육청들은 그 돈을 적립기금으로 쌓아두려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2조 700억원, 경남교육청 1조716억원, 전남교육청 9574억원 등이다. 서울의 경우 초중고 화장실의 20%는 아직도 재래식 변기이고, 노후 건식분칠칠판비율도 올 3월 기준 41%에 이른다.

경기도는 재래식변기비율이 50%를 넘는 곳이 136곳이나 된다(경기도교육청 국감자료).

경기도내 전체 화장실 변기(소변기 제외)20만 779개 중 19%인 3만8109개가 재래식인 것이다.

화장실과 백묵칠판은 왜 안 고치나

이런 상황인데도 각 교육청과 학교들은 예산을 엉뚱한 데 쓴다. 그리고 갑자기 늘어난 교부금을 어디다 쓸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기금으로 적립하겠다고 한다.

교육교부금은 교부금대로 받고, 노후 시설 개선비는 정부로부터 다른 예산으로 받아 딴 주머니를 차려하는 게 아닌가. 이런 엉터리 비효율적 행정이 어디 있나.

입학 축하금과 같은 현금 살포로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생색내면서 화장실조차 고칠 생각을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헐어 대학에 지원하는 일은 하석성대(下石上臺)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초·중·고 교육과 대학은 한 몸이니 말이다.

하지만 몸통이 부실하면 부실한 곳에 영양제를 놓아주고, 팔 근육이 부실하면 팔 근육을 키워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야 전체 몸이 균형 있게 발전하고 튼실해진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초·중·고와 대학 교육을 이분법으로 나눠 대립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행정가들의 잘 못이고, 이를 방임하며 죽비를 내려치지 않은 학부모의 책임이기도 하다.

고등교육예산 OECD 평균에 승부를

2022년, 정부가 교육교부금과 고등교육재정 실타래를 풀지 못 하면 우리 교육은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가칭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도 거론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3조6000억원을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로 옮겨 고등교육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이는 보여주기식 ‘땜질’에 불과하다. 금방 다시 샌다. 재정 전반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0.7%인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회원국 평균수준(1.0∼1.1%)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역대 정부가 모두 공약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아니 시도를 게을리 했다.

윤석열 정부가 해내야 한다. 교육 현장의 권력투쟁(power struggle)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초·중·고와 대학의 투쟁은 시작됐다. 초·중·고와 고등교육을 한 몸으로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설계는 그 시작이다. 초·중등과 대학을 같은 톱니바퀴로 보는 교육 재정의 그랜드 설계가 필요하다. 최종 승부수는 고등교육 예산의 OECD 평균 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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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민 2022-08-03 02:33:47
화변기 일명위생식변기를 재래식변기로 폄하하는것은 잘못된것입니다. 학생들중에 화변기 선호하는
의견은 아주 무시하는군요.

ㅇㅇ 2022-07-17 13:40:35
한마디로 있는돈이나 잘 아껴서 써라... 이러면서 무상투자받는건 교묘하게 당연하다 ㅋㅋㅋ

성태제 2022-07-17 02:48:38
사실일진데 놀랄 일이고 기가 막힌 일이네요. 상식에 반하는 일이니 조속히 개선하기 바랍니다. 예산 낭비에 따른 부조리도 이번에 뿌리 뽑아야 합니다. 이게 상식과 정의를 확립하는 거죠! 권력 싸움으로 비추는 모든 행동은. 이제들 그만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