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의 사이다 톡] 전장연과 연세대, 우리사회 공동체 현주소는?
[송은주의 사이다 톡] 전장연과 연세대, 우리사회 공동체 현주소는?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7.10 15: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교사
송은주 서울 언주초교사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교사

전국장애인협회의 지하철 시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루 중 지하철 운행이 가장 바쁜 시간인 출근 시간대에 진행되어 사회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몇몇 정치계의 주요 인사와 서울경찰청장도 불법적인 행위는 사법처리 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연세대 학생 세 명은 강의실 앞에서 처우 개선을 위해 시위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을 고발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는데 시위 소리 때문에 손해를 입고 있으니 배상하라는 고소장이었다.

전장연 측에서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도, 연세대 청소 노동자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도 그 행위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투쟁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장연의 요구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평생교육법을 제정하고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처우 개선이다.

연세대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업무 환경과 복지 실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이런 요구를 하는 그들에게 다른 방법이 있는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좀 더 평화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요구를 알릴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 SNS와 같은 공유 채널을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컨텐츠를 퍼트려 사람들의 인식을 평화적으로 바꾸라는 제안이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방법이다.

또 때론 형식은 내용을 미화한다. 상황의 심각성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형식은 닿을 수 없는 자들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형식인가도 생각해볼 일이다.

필터 없는 날 것 그대로가 가장 정직하다. 지하철에서, 대학 교정에서 귀한 시간과 체력을 들여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처한 상황 그대로를 보여준다. 시위를 했다고 고소를 당하는 상황이 오히려 그들이 지금 이 사회에서 받는 대우를 반증한다.

다른 사람들이 별일 없이 출근하고 대학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동안 정책과 관심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늘 별일이 생긴다. 이동권, 인간답게 쉴 권리 등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만나는 일상의 모든 장면이 그들에게는 차별적이고 몸과 마음이 위험에 처하는 별일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약자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거나 체념하고 살아야 해서 그들에게는 일상처럼 살아진다는 것이다.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의도가 불손하다, 이기적’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이동권 보장 문제를 넘어 이제는 시민의 발을 묶는 데 목표가 아니냐는 의심의 말까지 나온다.

여기서 생각해 볼 질문들이 있다. 시위를 감행하는 그들은 시민이 아닌가? 지불한 금액만큼 강의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행한 노동력만큼의 경제적 보상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없는가? ‘그들’과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는 의식적으로- 분리하여 생각하는 이중적인 사고가 작동하지는 않는가 돌아보아야 한다.

최근에는 지하철 시위로 운행이 지연되었을 때 지각하는 직원들을 탓하지 않고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기업도 생겼다. ‘지각연대’다. 지각으로 그들의 뜻에 동참하자는 움직임이다.

지각한 직원의 시간과 노동력을 경제 논리로 보상하라 하지 않으며 사람들의 어려움에 공감하여 동행하겠다는 인간다운 움직임인 것 같아 반갑다. 연세대에서도 청소노동자의 입장에 공감하는 학생들과 동문 변호사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두 현장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적으로 공감하여 참을 수 있는 것은 함께 견디어준다는 프랑스의 똘레랑스 정신이 생각난다. 사실 관용정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똘레랑스는 어느 사회에나 있다.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우리 공동체의 수준은 어떠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기준 2022-07-11 06:17:10
나만 아니면 된다? 4호선의 고통에 대해서는 공감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