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박순애는 돌파할 수 있을까?
[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박순애는 돌파할 수 있을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7.10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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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단국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논설위원
양영유 단국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논설위원

“높은 벼슬자리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굴러들어온 것이다. 그 자리는 잠시 머물다 떠나가 버린다. 잠시 머물다 떠나버리는 것이라도 벼슬자리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고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따라서 높은 벼슬을 위해 제멋대로 행동해서는 안 되고, 불운과 궁핍 때문에 세속을 따라서도 안 된다.”(장주의 『장자』 ‘선성(繕性)편’ 중에서)

장자의 말처럼 벼슬자리는 잠시 머무는 자리이다. 잠시 머무는 자리를 차지한 것은 행운이요, 잠시 머무는 동안 성심성의껏 일 해야 하는 것은 숙명이다.

자리에 오래 머무르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 추해지고 인생의 실(失)이 많아진다. 더구나 국사(國事)를 논하는 자리는 더더욱 그렇다.

벼슬만 탐하다보면 정책이 엉키고 성겨 되잡기 힘들어진다. 대표적인 분야가 5년 소계(小計)도 못 하는 ‘대한민국 교육’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계에선 무명씨다. 일시에 부총리와 장관 벼슬자리를 차지했다. 행운이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행운이다. ‘운전대’ 등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흠결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흠결이 있는데도 교육수장에 오른 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교육은 달라야 하는데 ‘특별한 예외’가 적용됐다. 장자가 “벼슬자리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한 까닭이 있는 듯하다.

여러 흠결에도 교육장관 ‘행운’

‘잃어버린 교육 5년’ 복구 大命

박 장관이 ‘예외적 행운’을 ‘당연한 불행’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교육 실타래를 ‘천천히 빠르게’ 풀어가지 않으면, 벼슬자리는 불행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쪽을 어루만지면 다른 한쪽이 성을 낸다. 반도체 인력 증원, 고등교육 재구조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학 등록금, 유보통합, 학생 학력평가, 자사고·외고, 대입 수시·정시, 교원수급, 교육감 선거, 교원평가 등만 봐도 대립이 첨예하다.

학생·학부모·교원·일반 국민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이 거대한 ‘권력투쟁(power struggle)’의 장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박 장관의 소신도, 실력도 알 수가 없으니 국민은 답답해한다.

아마 국회가 정상화되면 박 장관은 상임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를 것이다. 그 거친 파고는 오롯이 박 장관의 몫이다. 우선, 다섯 가지만 질문해 본다.

①소신이 뭔가=박 장관은 의외로 강단이 있어 보였다. 지난 5일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런 장관은 극히 드물다.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 나선다는 의미로 보면 긍정적이지만, 세간의 눈총을 의식한 것이라면 섣부르다.

문제는 소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임사는 진보 정부의 장관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전 정부의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를 소환했고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과 성장, 평생학습 투자 확대도 기시감이 있었다.

물론 “교육은 달리는 열차를 세우는 게 아니라 고쳐 쓰는 것”이지만, 어디를 고쳐 쓰겠다는 것인지, 어떤 레일로 가겠다는 것인지 소신을 읽을 수 없었다. 청문회도 거치지 않았으니 교육 철학이나 비전을 알 수가 없다. 궁금하다. 교육 소신이 뭔가?

②뚝심이 있나=서울대 교수들 얘기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추진력이 강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복잡한 교육 실타래를 풀려면 뚝심이 있어야 하는데 박 장관이 잘 할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취임 후 첫 행보로 비(非)수도권 대학 총장들과의 비공개 간담회(8일)는 그런 기대를 무색케 했다. 국민적 관심사가 남다른 회동이었는데 오프닝마저 공개하지 않았다. 비수도권 대학들이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규제를 결사반대하는 상황이어서 대학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더구나 간담회 마지막에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안 풀 거죠”라는 질문에, 박 장관은 “대통령께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고 한다. 적절한 답변인가? 장관은 솔루션을 갖고 대통령께 보고해야 하는 자리다. 이 정도의 어정쩡한 일머리로 난마(亂麻)를 풀 수 있나?

교육계 복잡한 ‘이해’ 첩첩산중

 실력 없으면 ‘불운’ 관직 될 것

③실력이 있나=문재인 정부 초대 김상곤 장관(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나름대로 교육현안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았다. 한신대 교수를 거쳐 경기도 교육감을 두 번 역임하면서 ‘교육 이상’이 남달랐다.

허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는 벼슬자리는 받았지만, 민심이 등을 돌려 가는 벼슬자리는 막지 못했던 것이다.

이어 바통을 이어받는 유은혜 전 장관은 단군 이래 최장수 교육장관을 했다. “장관으로서 뭐 한 게 있느냐. 교육을 5년 뒤로 후퇴시켰다”는 공격도 받았다. 그래도 나름 국회에서 교육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교육현안에 익숙했던 장점은 있었다.

반면 박순애 장관은 서울대 교수 출신이긴 해도 교육은 초보나 다름없다. 경륜이 전임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기초학력미달’ 일수도 있다.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자신이 있나?

④고르디우스의 매듭 풀 수 있나=교육은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다. 매듭이 안 풀린다고 칼로 잘라 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대학 재정 문제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초·중·고교 교육에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20.79%) 중 일부를 헐어 빈사 상태의 대학에 쓰려는 방안을 추진하려하자, 당장 초·중·고교와 교육감은 물론 한국교총과 전교조까지 반발한다.

교육계가 진보와 보수로 나눠져 있어도 이 문제에 관한한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이 똘똘 뭉친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비상이 걸린 반도체 인력 문제도 그렇다.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규제 철폐를 환영하고 지방대들은 결사반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말 중요한 교육과정 개편, 고등교육 재구조화, 대입 개편도 정반합이 상존한다. 박 장관이 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 정파와 이념에 휘둘리지 않게 매듭을 풀 자신이 있나?

⑤세종에 오래 머물 수 있나=장자가 말했듯 벼슬자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다. 박 장관의 벼슬자리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교육부다.

그렇지만 사회부총리까지 맡았으니 세종시에 머물 기회가 제한적일 것이다. 용산으로, 여의도로, 광화문으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고, 수많은 교육 관련 행사도 참가해야 한다. 영일(寧日)이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교육부를 소홀히 하고 서울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업무 파악도 파악이려니와 교육부 공무원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해져야 한다. 일은 결국 공무원이 하는 것이다.

전임 유은혜 장관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유 장관은 세종에 많이 머물렀다. 일주일에 평균 두 번, 어떤 때는 세 번도 머물렀다고 한다. 정치인 장관답다. 박 장관도 ‘세종의 시간’을 길게 가져야 한다. 그럴 각오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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