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외체험학습이 무슨 죄? 교사는 또...
[기자수첩] 교외체험학습이 무슨 죄? 교사는 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6.30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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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만약 담임교사가 1주일에 한번씩 전화를 했더라면 유나 양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까? 불똥이 느닷없이 교외체험학습으로 튀었다.

조유나양 일가족 실종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교외체험학습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장기 교외체험학습(가정학습 포함)을 떠나는 학생의 안전을 학교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내용이다.

현행 교외체험학습제도에 학생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시교육청의 사례를 따라 5일 이상 체험학습은 주 1회 담임교사가 아동과 통화해 안전 유무를 확인하도록 지침을 마련하라고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

언론의 화살이 학교의 책임을 묻는 쪽으로 쏠리자 교육부가 허겁지겁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무단결석을 한 아동은 학교가 가정을 방문하는 등 안전을 확인하도록 되어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부모가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아이와 함께 종적을 감춘 경우에는 이 같은 보호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치 학교가 관리 책임을 소홀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교사들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면피용 매뉴얼을 남발하고 피박을 쓰는 건 학교와 교사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실현 가능성 없는 지침을 만들어 페이퍼워크만 강제하는 땜질 처방이 우리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SNS 등에서는 "무슨 일만 터지면 학교 탓 교사 탓하는 바람에 신물이 난다며 이러다 방학에도 줌으로 조·종례하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사실 이번 유아양 사건은 학교의 신고가 시발점이 됐다. 실종되기 2주 전, 조 양의 부모는 학교 홈페이지에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5월 19일부터 다음달인 6월 15일까지 제주도 여행을 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유나 양은 체험학습이 끝난 다음날 등교하지 않았고, 그 다음날도 부모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담임 교사는 결석 시작일로부터 나흘 째 되는 날 주민센터 직원과 함께 조 양의 집을 방문했고,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학교 측이 다음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그리고 교사는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교외체험학습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부모 동의와 정확한 사유만 있으면 학교장이 허락할 수 있다. 학교를 나가지 않고도 출석으로 인정받는다. 전적으로 보호자의 책임인 것이다.

5일 이상 교외체험학습의 경우 주 1회 확인 전화를 하도록 하겠다는 방침 역시 실효성은 의문이다. 학생과 통화를 했다고 해서 이번일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화 통화에서 “아무 일 없다”고 둘러대면 교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대신 불행한 사고라도 발생하면 통화를 하고서도 징후를 눈치채지 못했다며 교사를 질책할게 뻔하다.  

교외체험학습에 나선 학생의 생명과 안전이 걱정된다면 차라리 경찰에서 일정 주기로 확인하는게 더 적확하다. 

또 하나. 교사에게 주1회 통화 의무를 부과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초중등교육법 어디에도 교외체험학습 때 학교가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교외체험학습은 사적영역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이다. 학교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독한다면 이는 공적영역이 개입하는 셈이 된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이를 요구하면서 극구 권고 또는 협조요청이란 용어를 고집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유나 양 가족의 참변에 애통해 하면서도 교사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데에는 일종의 정책환멸이 깔려 있다.

무슨 일만 터지면 급조된 대책을 세우고 매뉴얼 만들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린다. 정책생산도 쉽고 해체도 쉽다. 신뢰와 안정이 생명인 정부 정책에 연속성이 없다.

그러는 가운데 모든 뒤치다꺼리와 책임은 교사들의 몫이 된다. 환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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