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시험이 왜 이래? ①]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착시현상
[영어시험이 왜 이래? ①]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착시현상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6.26 16: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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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용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지난 2018학년도 수능부터 시행된 영어 절대평가. 사교육비 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학생들의 영어 성취도 하락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용원 서울대 영문과 교수
이용원 서울대 영문과 교수

[에듀프레스] 오늘날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이런 영어의 실질적인 구사 능력을 갖추는 것은 국가와 개인의 글로벌 경쟁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런 영어와 영어교육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고 우리 자라나는 세대에게 요구될 영어능력 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을 가로 막고 있는 몇 가지 집단적 착시 현상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두 왜곡 요소를 뽑는다면, 단연 소위 수능 영어 절대평가 체제와 한 특정 공인영어시험이 초래한 부정적 착시 효과이다. 여기에선 우선 2018년 대입부터 수능 영어 영역에 도입되어 시행되어 오고 있는 절대평가 체제 관련 착시 현상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인 듯 하다.

◆ 수능 영어 등급제에 숨겨진 결함

교육부가 수능 영어 영역에 소위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학생들의 무의미하고 과도한 수능 점수 올리기 경쟁 해소, 듣기∙읽기∙말하기∙쓰기 등 4 언어 기능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는 의사소통 중심 수업, 사교육비 억제 등이었다.

언론이 주로 주목했던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중요한 특징은 점수 등급 체제다. 수능 영어 영역의 원점수를 아홉 개의 구간으로 분할해서 등급을 부여하고(예: 1등급 90-100, 2등급 80-89) 성적표에는 이러한 등급만 제공하도록 하는 체제이다.

원점수나 동일 수험자 집단 내에서의 석차나 백분위 점수를 제공해주지 않게 되니 점수 올리기 무한경쟁을 완화 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일정 수준의 영어 등급을 받게 되면 영어 영역 대학수학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하는 자격시험의 성격을 부여하자는 의도도 기저에 깔려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럴싸하게 들리는 등급제와 자격시험이라는 개념으로 포장된 수능 영어 절대 평가 체제는 사실 심각한 결함을 숨기고 있다.

대학수학능력 평가도구로서의 수능의 성격과 준거참조평가의 의미를 고려하면, 수능 영어 영역의 각 점수 등급은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능력을 나타내는 것인지에 대한 질적인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등급이면 대학이 요구하는 영어능력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규명 작업도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교사, 수험생, 학부모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그런 점수 해석의 틀이나 지침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히려 절대평가 실시 이후 지난 수년간 일어난 급격한 점수 인플레이션 징후를 보여주는 등급 분포 변화 양상만이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예전엔 5 등급이 제일 비율이 높은 꼭지점을 형성하고 이를 기점으로 각각 상하위 등급 양방향으로 이동할수록 그 비율이 감소하는 대칭적인 정규분포를 보이던 것이, 이제 꼭지점은 3등급으로 상향 이동을 한 상태이고 그 상위등급들이 하위등급들의 비율보다 훨씬 두터운 비대칭의 기울어진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절대평가 이전엔 전체 수험자의 20%대 정도를 차지하고 있던 3 등급 이상의 수험생 비율이 이젠 50%를 넘기고 있고, 4등급 이상은 아예 70%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 영어 성취도 하향평준화가 던져준 숙제

실제로 수험생들의 영어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도 아닌데, 이전보다는 상위등급 분포자들이 이렇게 대폭 증가하게 되니 대다수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나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 효과와는 무관하게 일단 학생의 학습 부담과 영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제도라고 홍보해서 선거에서 표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치인도 교육 당국도 관료도 당분간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수능 수험생과 대학 신입생의 전반적인 영어능력은 실질적으로는 뒷걸음질 치고 있고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할 동기는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데, 시험의 난이도를 낮추고 점수 등급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마치 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취와 향상을 이미 다 이룬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하향 평준화 정책을 그냥 반기기만 해야 할 일인가?

더욱이 세계화(globalization)가 심화되며 우리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실질적인 영어구사능력이 요구되고 있는데, 우리 내부적으로만 마치 곧 영어가 필요 없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헛된 환상을 심어주며 영어교육을 약화시키는 것은 매우 기만적이고 유해한 미봉책은 아닌가?

이런 시대착오적 정책이 전세계를 무대로 삼아 경제활동을 하는 세계 7위권 무역대국이자 세계적 문화 최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국가 선진화 전략과 어울리는 정책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영어격차(English divide) 심화 사회적 불평등 영속화 우려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당초 내세웠던 목표는 애초 달성이 불가능했고 실패가 예견되던 것들이었다. 전반적 사교육비 억제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어나 수학 같은 다른 주요 과목 사교육비를 더 증가시키는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 나라처럼 시험에 아주 민감한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수능 같은 고부담 시험은 당연히 학교교육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수능 영어 영역에 말하기∙쓰기 표현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을 포함하지 않으면서도, 듣기∙읽기∙말하기∙쓰기 4 언어 기능의 균형적 계발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은 애초부터 실현가능성이 없는 어불성설의 구상 아니었나?

오히려 절대평가는 초중고 교육과정과 대입에서의 영어 교과목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고 있고, 학생들의 영어학습 동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덩달아 대학들도 교양영어 과목을 필수교과목군에서 해제하고 교양 영어 교육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신입생들의 영어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역주행 정책 아닌가? 현재 시행 중인 절대 평가 체제는 영어교육의 퇴행을 상징하고 미래 세대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 영어교육의 근본적 문제점은 영어학습에 들이는 막대한 사회적 투자에 비해 기대한 만큼의 실질적인 영어 구사력 향상이라는 실질적 효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비효율성의 문제 아니었나?

이는 어떻게든 공교육 체제 내에서의 영어교육 강화와 혁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결코 영어 경시와 하향평준화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절대평가 체제이건 아니건 간에, 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회적 상위 계층은 영어 과외나 학원 수강이던, 어학연수나 유학이던 동원 가능한 방법을 통해 높은 수준의 영어구사력을 자녀에게 물려 주려 할 것이다.

공교육 내에서 영어교육 경시와 축소 추세는 사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공교육이 유일한 통로인 서민층 자녀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사회 계층 간의 영어격차(English divide)를 심화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영속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서민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수능 영어 절대 평가가 장기적으로는 바로 그 서민층 자녀의 사회적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제거해 버리는 결과로 귀결된다면,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정책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수능 영어 절대 평가제의 폐지를 포함한 수능의 대대적 개혁을 깊이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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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2022-06-27 08:38:03
는 청정이고,완벽하고,좌파만 찍고,그러니,그런일이 일어나거나,항의를 하면 안되는,깨끗한 ,인격적인,모범적인 ,동네여야한다.당신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