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꼰대 소리 듣지 않는 교사 소통의 비결
[전재학의 교단춘추] 꼰대 소리 듣지 않는 교사 소통의 비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5.1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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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오늘날 직장인들은 상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사들 또한 부하직원들이 맘에 들지 않아 죽겠다는 소리를 한다. 그 이유는 많겠지만 공통된 현상은 세대 차이가 가져다주는 소통의 부재, 또는 소통의 부적합함이 초래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세대 간의 갈등은 원활한 소통의 실패에서 오는 인과응보다. 그래서 어느 직장이든 소통은 이제 문제 해결의 키워드가 되었다. 학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10대부터 60대 초반까지의 연령대가 구성원을 형성하는 학교는 구성원의 욕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간에게는 욕구라는 게 있다.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Maslow)는 ‘욕구 5단계설’을 주장했다. 1단계 하위욕구인 생리적 욕구에서 출발하여 안전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를 거쳐 5단계의 상위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로의 상승이 그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인간에게는 4대 욕망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성욕, 식욕, 금전욕, 명예욕 말이다. 최근엔 여기에 와이파이 욕구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욕구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진짜 생각을 만들어내는 욕구를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은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는 요건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인간의 2대 욕구로 압축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접근 동기다. 이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고, 좋아하는 곳에 가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좋은 것을 누리고 싶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회피 동기다. 이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무서워하는, 어느 곳에 가고 싶지 않은, 끔찍이도 싫어하는 어떤 일을 막아내고 싶은 욕구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대화를 할 때는 이 두 가지 욕구 중 하나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다음의 대화를 비교해 보자. 사례 1. 서윤이 아빠는 저녁에 서윤이랑 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대화한다.

“서윤아, 요즘 좋아하는 거 있니? 네가 푹 빠져 있는 게 뭐야?” “요즘 제주도 너무 좋아요. 지난번 수학여행 때 다녀왔는데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제주도, 너무 좋아요.” 이 말을 듣고 서윤이 아빠는 말한다. “그래? 이번 기말고사에서 평균 90점을 넘으면 제주도 가자” 이 사례는 접근 동기를 이용한 대화이다.

사례 2. 이안이 아빠는 저녁을 먹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안아, 요즘 싫어하는 게 뭐야?” “아빠, 알잖아요, 저는 걷는 게 가장 싫어요. 이 세상에서 걷는 것만큼 싫은 게 없어요.” “그래, 너 걷는 것 태어날 때부터 싫어했지. 그럼 너 이번에 기말고사 성적 평균 90점 못 넘으면 아빠와 설악산 가자.” 이 사례는 회피 동기를 이용한 대화이다.

여기서 공통의 목표는 평균 90점을 넘기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가가는 방법은 서로 반대되는 행동을 요구한다. 이른바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에 근거한 것이다. 이런 방법은 심리학, 교육학, 경영학 등 인간과 관련된 학문의 연구에서 다루어 온 전통적인 방식이다.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왜냐면 그때그때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접근 동기는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는 방식에 우선한다. 이는 격려의 힘, 당근의 힘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이때 마음의 문을 여는 경우가 더 많다. 대화의 진실성, 중요도를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 안 하면 안 되는 일,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단기적인 일에는 회피 동기를 적용해야 한다. 이때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무서워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서 그것을 예방하는 쪽에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이용하는 쪽이 바로 보험회사다. “이런 꼴 안 당하려면 지금 당장 보험에 가입하세요”라는 전략이 바로 그 증거다.

문제는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에 다가서는 방법이 서로 바뀌는 경우다. 이때는 오해와 왜곡을 초래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과 길고 오래 해야 할 일을 고려하여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학교는 다양한 연령대의 구성원이 어느 직장보다 폭넓게 혼재한다.

앞서 전술한 바처럼 10대부터 60대 초반까지 다양한 구성원을 형성한다. 따라서 세대가 다르면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 예컨대 10대는 시속 10킬로로 가고, 30대는 30킬로, 60대는 60킬로 간다는 통설이 있다. 왜냐면 인간은 경험이 많아지고 연륜이 쌓이면서 세월이 더 빨리 지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들이 구사하는 대화의 방식은 서로 다르게 느끼는 시간의 속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을 피하는 지름길이다. 학생보다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은 교사들은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식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 접근 동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물론 교직원 간에도 경험의 유무, 노련미,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엉뚱한 동기를 건드려 갈등을 조장하면 상사가, 동료가, 팀원이, 후배가 밉고 싫고 소통이 안 되는 경우를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이 시대 최고의 석학인 이어령 교수가 지적한 ‘배우기보다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민족성’은 꼰대질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과의 대화, 교직원 상호 간의 대화를 항상 염두에 두고 경계해야 할 소통의 법칙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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