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이대영] “교육은 솔직해야죠”.. 가슴 따뜻한 우리들의 선생님
[인물탐구-이대영] “교육은 솔직해야죠”.. 가슴 따뜻한 우리들의 선생님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3.17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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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 서울시교육감 출마예정자. 평교사로 시작해 서울교육감 권한대행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출마예정자. 평교사로 시작해 서울교육감 권한대행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그는 초등학교 6년을 치악산 바람과 함께 십리 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 겨울이면 산허리를 돌아 내리꽂는 세찬 골바람에 등 떠밀렸고 장마철엔 개울물이 불어 오리길을 더 돌아야 했다.

도착할 때쯤 학교 수업의 거의 끝나버린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학교 가는 길이 좋았다. 교문 밖 고갯마루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던 선생님. 먼발치서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아이들에게 ‘이젠 안심해도 좋다’는 듯 하얀 깃발을 흔들어 주던 선생님. 그분이 있었기에 학교는 행복했다.

소년은 자라 선생님이 되고 교장이 되고, 장학사가 되고 장학관이 된다. 교육부로 자기를 옮겨 대변인을 한 뒤에는 서울 시내 교육공무원으로서 최고위직인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과 교육감권한대행까지 맡는다. 오는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이대영 전 서울시부교육감 이야기다.

그는 고3 때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했다. 당시만 해도 육사는 출세가 보장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는 공주사대를 선택, 생물선생님이 된다. 궂은날이면 마음졸이며 제자들을 기다리던, 올망졸망 아이들에게 ‘희망의 깃발’을 흔들어 주던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실천 없는 애국은 애국 아냐” .. 학교엔 위안부소녀상, 본적은 독도로

그는 바람 같은 사람이다. 함께하면 훈훈하고 겸손한 봄바람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사람이 많다. 교육계는 물론 연예인, 언론인, 정치인, 벤처사업가, 스포츠 스타 등 직종도 다양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모나지 않은 성품에서 나온 친화력을 첫손에 꼽는다. 그래서 별명도 ‘이대빵’이다. 우리들의 대장이라는 뜻이 담긴 듣기 좋은 별명이다.

지난 15일 저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근처 커피숍. 그에게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나 혼자 살 수 없잖아요. 전 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죠”라고 했다.

심성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한번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희생’이라는 후천적 노력이 필수다. 나누고 베푸는 것이 그에게는 삶의 씨줄과 날줄이다.

그래서일까. 유독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2013년부터 한국청소년진흥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나라사랑교육, 소외계층 어린이 돕기에 나섰다. 국내뿐 아니다. 라오스에선 낡은 학교들을 무상으로 고쳐주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그의 정성은 마법이 됐다. 이듬해 다시 찾은 그곳엔 학생들이 부쩍 늘어있었다.

필리핀에선 코피노 자녀 돕기를, 캄보디아엔 초등학생들에게 학용품 보내기를 한해도 거르지 않는다. 틈나는 대로 국내외 험지를 찾아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봉사활동 실적으로 교육감을 뽑는다면 그는 단연 갑(甲) 이다.

바람은 변화의 시작이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공무원 중 처음으로 독도에 본적을 둔 사람이다. 국내 최초로 교정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 전국적 화제를 모았다. 말로만 떠드는 애국이 싫어서였다.

실천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애국을 가르칠 수는 없었다. “교육은 ‘솔직’해야 합니다. 교육자의 첫 번째 덕목은 ‘정직’이죠.”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른 기만이 가장 ‘나쁜교육’이라고 했다.

‘반값 사교육비’ ‘보직수당 파격 인상’ 현장성 살린 공약 눈길

학생들이 휴식과 학업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학교에 카페형 로비를 설치한 것도 그가 처음이다. 학교급식 ‘투(two)메뉴제’를 도입, 학생들이 그날그날 자신이 좋아하는 급식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그의 작품이다.

교장실에 모니터를 설치하고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매일 매일 외우고 관심을 쏟았다. 서초고와 무학여고 교장실은 늘 학생들로 붐볐다. 그때 제자들은 지금도 그를 찾아온다.

학교 현장을 바꾸려는 노력은 의욕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현장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아이들과 뒹굴고 체험하고 부대끼며 퍼즐을 맞춰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지금 교육현장에 부는 '희망의 바람'은 교사로서 40여 년 외길을 걸어온 그를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변화의 바람은 역동을 부른다. 그는 교육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했다. 잠자는 아이를 깨우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재능과 끼를 살려 마음껏 꿈을 펼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 서울교육을 환희와 역동의 ‘교육 수도(首都)’로 만든다는 포부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이 궁금했다. 그는 "'나를 따르라'를 리더십이 아닌 정책적 지원 방안, 교육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는 '아이디어십'을 펼치고 싶다"고 답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적극 지원, 최고의 효율을 끌어내는 게 ‘아이디어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학력은 올리고 사교육비 부담은 줄이는 방과후학교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사교육을 배척할 게 아니라 공교육의 보완재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방과후학교에 유명 학원강사들을 투입,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개별화 관리시스템으로 최적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사교육을 공교육 울타리고 끌어들여 저렴하게 제공하면 학부모 부담을 절반 정도 덜어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명 ‘반값 사교육비’ 약속이다.

교육감이 되면 서울시교육청에 전용 방송 채널을 개설, 교육정책을 정확하게 알리고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수렴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소통이야말로 최고의 리더십이라고 덧붙였다.

중도보수 진영 승리에 최선 .. 서울교육 ‘고난의 행군’ 멈출 적임자

그는 교사들의 가렵고 아픈 곳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담임교사와 보직교사 수당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교감 교직수당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은 현장을 알지 못하면 내놓을 수 없는 말이다. 무급으로 진행되는 자율연수휴직제를 유급으로 전환하겠다는 것도 현장성이 바탕이 됐다.

커뮤니티 매핑(공동체지도) 제작을 통한 안전한 등굣길 확보, 학생 학부모 중심 단위학교 발전협의회 구성, 초등 돌봄확대, 유치원 마지막 학기 초등적응 과정 공약은 그가 모두의 교육감으로서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는 반증이다.

바람(wind)은 바라다(expect)와 동의어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의 교육감 도전은 이번이 두 번 째다. 지난 2012년 서울교육감 선거 때 실상 보수진영의 단일후보는 이대영 당시 서울부교육감이었다. 그의 출마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그는 문용린 서울대 교수에게 양보했다.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지만 보수진영 승리를 위해 흔쾌히 물러섰다. 개인의 영달보다 전체의 이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 그의 또 다른 매력이다. 최근 중도보수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잡음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승복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하는 많은 서울교육 가족들에게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바람은 변화를 가져온다. 변화는 희망이다. 그 희망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가져다 준다. 오는 30일이면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진영 단일후보가 선출된다. 그의 바람과 시민의 바람이 하나가 된다면 8년간 계속된 서울교육 ‘고난의 행군’도 멈춰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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