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김거성] '함께하면 빛나는 별' 경기교육에 뜨다
[인물탐구-김거성] '함께하면 빛나는 별' 경기교육에 뜨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3.05 18:4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왼쪽).  지난 2019년 청와대 수석 시절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청와대 상춘재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왼쪽). 지난 2019년 청와대 수석 시절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청와대 상춘재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백양로의 은행잎이 단풍과 어우러져 고운 빛을 내던 1977년 가을. 연세대 2학년 김거성은 박정희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된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 형을 선고받고 2심에서 절반으로 감해졌지만, 옥중 투쟁으로 추가 기소되었다. 약 2년 감옥살이를 마치고 1979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다시 서대문경찰서로 끌려간 그는 피범벅이 되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이후 고문 후유증으로 많은 병을 얻었지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서울고등법원은 재심을 통해 이사건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장은 피고인들은 무죄, 우리나라 사법부는 유죄라는 말을 남겼다.)

그로부터 30여 년 이상 훌쩍 넘어 2015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유례없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대대적 감사가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된다.

도교육청 감사실에 전화가 빗발친다. 교육청 앞은 연일 감사관을 규탄하는 시위로 요란했다. 훗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골드바 사건도 이즈음 일이다. 감사를 중지해 달라는 의미의 골드바가 배달되었지만 수취거절한 사건이다. 

사립유치원 감사는 이후 ‘유아교육 3법’ 개정으로 이어졌고 에듀파인 도입 등 유치원 투명운영의 기틀이 마련됐다.

백양로의 청년 청와대 수석이 되다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김거성 전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을 임명한다.

대학입학과 함께 유신헌법 반대 투쟁으로 옥고를 치르고 이후 이한열 열사 추모사업회 사무국장 등 민주화운동 외길을 걸어온 이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사회적으로 외면받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복지법인 송죽원 대표로, 국제투명성기구 및 국가청렴위원회 활동 등 반부패 시민사회 분야 전문성을 인정해 발탁했다.

2021년 겨울. 그를 만나기 전 이미지는 대략 이랬다. 광대뼈가 조금 도드라진 마른 얼굴에 앙다문 입술. 카랑카랑한 목소리. 매서운 눈매와 미간에 새겨진 날카로운 주름. 은색 머릿결은 왠지 짧고 뻣뻣하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자의 촉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서울 광화문 골목 귀퉁이 커피숍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한마디 한마디 겸손하고 온화했다. 쌍꺼풀진 눈동자는 생각보다 컸고 부드러운 얼굴선을 가진 사람이었다.

인터뷰 내내 두 손을 가지런히 맞대고 곰곰이 말을 이어갔다. 대충 얼버무리는 법은 없었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다 보면 어딘가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 내적으로 치열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껍데기 586과는 결이 달랐다.

약자의 위치에서 아픈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

그의 지인들은 김거성을 이렇게 말한다.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하지 않아도 알아서 오는 사람이라고 한다. 늘 약자의 위치에서 아픈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오랜 역경 속에서도 사회복지법인 송죽원을 운영했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오십을 넘긴 나이에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송죽원은 75년 전 여성 독립운동가였던 박현숙 여사가 세운 송죽결사대에서 유래되어 여아들을 보살피는 곳이다. 만 18세 미만의 아동 중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 어려운 이른바 ‘요보호’아동들을 돌보는 곳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 감사할 때 외부압력이 많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그런 거 따지지 맙시다. 공무원들이 외면하면 피해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것만 생각하고 갑시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세요.제가 직접 통화하겠습니다.”

사명감과 소신을 강조하며, 힘을 실어주는 그의 한마디에 직원들은 거친 싸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뚝심 감사관’이란 별명도 이때 생겼다.

이런 일화도 있다. 그는 부하직원들을 함부로 호출하는 법이 없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거나 메신저로 대화했다. 보수적 공직사회에선 좀체 볼 수 없는 일이다. 웬만한 일은 스스로 했다.

유치원 3법 기틀 제공 .. 반부패-청렴의 대명사

그는 나이 40이 넘어 시민운동에 늦깎이 도전을 시작했다. 1999년 ‘반부패국민연대’를 창립한 것이다. 이후 ‘한국투명성기구’로 명칭을 바꾸었는데, 이 단체는 한국의 대표적 반부패 시민운동 단체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부패’와 ‘청렴’은 목사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그의 삶에 뚜렷한 지표로 새겨져 있다.

그의 고교 절친 최양규 교수(홍익대)는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천둥이 치는 듯했고, 조용하지만 대담한 성격을 지녔으며, 자신보다는 다른 친구들을 먼저 살펴보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주는 친구”라고 말했다. 또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의 소유자”라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청와대서 근무했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발달장애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며 동분서주하고 민주시민교육 입법화를 위해 스스로 실천했던 수석으로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의 한문 이름 뜻은 ‘큰 성품’(巨性)이지만, 많은 사람은 그를 ‘큰별’(巨星)이라 부른다”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빛나는 별”이라고 평가했다.

1세대 민주화 운동가. 목사, 한국투명성기구 회장, 청와대시민사회수석, 상지대 객원교수 등 일견 남부럽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 김거성. 하지만 늘 소박하고 진솔한 삶, 거짓 없는 한결같은 인생관을 갖고 변함없이 평생을 올곧게 살아온 사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좌파 2022-03-15 03:07:16
진짜냐 사립유치원죽이고 나쁘다

류성민 2022-03-10 23:12:22
감사관님 이재명법인카드 사용환수되는건가요?

또운동권이야? 2022-03-06 00:07:52
운동권이 주장하는 교육들... 학교에서 실현하면 애들 바보만드는 교육이다... 자유학년제도 그렇고... 활동은 많이 하지만 뭔가 남는게 없는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