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의 사이다톡] 무책임한 교육부의 교원자격증 패싱
[송은주의 사이다톡] 무책임한 교육부의 교원자격증 패싱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02.1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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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교사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교사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교사

교육부가 교원자격증 유무에 상관없이 학사 이상(유치원은 전문대졸 이상) 학력을 소지한 자를 초·중·고의 강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담당 과목과 유사한 전공이면 시간강사, 기간제 교사로 채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은 강사를 채용할 때 기본조건으로 교원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다.

왜 초・중・고에서 강사로 채용될 사람들에게는 교원자격증이 있어야 하는가. 교원자격증을 받는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무엇을 배우는가를 생각해보면 교육부의 계획이 진정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현명한 판단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교원자격증은 초·중등교육법에서 명시한 결격사유가 없고 교원양성과정을 거친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검정 수여하는 자격증이다.

초·중등교육법에서 명시한 교사 자격 취득의 결격사유는 마약 등의 중독자, 미성년자와 성인에 대한 성범죄 관련 행위로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원자격증은 교대, 사범대 또는 양성과정이 있는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거나 비사범계열 전공 중 교직 이수를 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교직 이수를 하려면 교직과목을 배워야 하는데 교직과목에는 교직 이론, 교직 소양, 학교 현장실습이 포함된다.

교육학과 교과 교육학, 학습심리학 등 학생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데 필요한 이론과 소양 과목을 배우고 학교 현장실습을 통해서는 교생으로서 실제 학교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실습 기간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또 교직 이수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양성과정에서 교직인적성검사를 받고 일정 수준 이상의 봉사활동을 해야 하며 성인지교육, 응급처치 등 학생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쌓아야 한다.

교직 이수를 하는 동기가 어떠하든 이 모든 과정을 거치다 보면 교직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학생이라는 존재, 가르치는 행위의 의미, 교육자로서 자기 모습을 성찰하게 되기 마련이다.

어떤 자격증이 갖는 힘이란 하나의 증명서이자 이력으로 작용할 때의 채용 효과를 넘은, 더 넓은 차원의 무형의 가치를 포함한다. 그 자격을 얻기 위해 거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은 크다. 교원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은 진지하고 엄중하게 다루어지는 절차 속에 교육이라는 전문적인 행위의 무게를 경험한다.

이처럼 교원자격증은 결격사유를 가진 사람이 교단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교육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전염병처럼 긴급한 상황에서 교원의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자격이 아니다.

게다가 포기하려는 주체가 교원을 양성하고 학생들의 복지와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교육부라니, 교육부는 교원의 자격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고 싶다.

만약 기준 없이 교단이 개방되었을 경우, 인력의 질적 관리가 되지 않아 학교 교육의 전문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강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학교에 대한 신뢰 손상과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위험하다.

교육부가 교원자격증 소지자 제한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교원 수급의 불안정성,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에서 학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과목 개설을 할 강사진 확보가 그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기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 이수하여 누적된 학점으로 졸업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등교원 자격증 표시과목은 68개뿐이고 전 과목에서 필요한 교사수가 8만8106명에 달해 교단을 개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두 가지 상황에서 유연하게 고용될 수 있는 인력은 차고 넘치는 실정이다.

초등에서는 교대 졸업 후 임용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발령 대기 인력 적체가 심각하다. 매년 교대 입학생 수가 40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교원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임용되지 못하는 졸업생은 매년 1000~2000명 발생하고 이미 수년 누적되어 있다.

중등에서는 일반학과이면서 교직 이수를 한 사람이 매우 많다. 2021년까지 4년제 대학의 교원양성 정원은 매년 총 2만 6,000명이었고 올해부터 3,200여 명 줄어든 정원으로 또 교직 이수자가 배출되지만, 중등에서 임용시험에 합격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교원자격증 소지자의 인력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공하면 활용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충분하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갑자기 시간강사가 필요한 경우 교감 개인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크며, 시간강사를 구하는 문제로 교감은 교감대로 업무에 방해받고 다른 교사들은 보결을 소화해야 하는 등 교육활동에 지장이 많다.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인적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배출된 인재를 활용할 시스템이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에서 부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일은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데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만 찾고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는 무지함이 안타깝다.

또한 만약 고교학점제가 의도하는 것처럼 고등학교에서 분야별로 심화한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면 필요성을 인정받은 외부전문가가 교원 자격을 취득하는 방향으로 가거나 현재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의 관련 분야 전문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2025년까지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진로 교육이란 초・중・고 연계되어 심화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교원의 능력을 심화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진로 교육 인력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교육부는 교원자격증과 함께 오는 전문성을 포기하는 값을 치를 준비도 되었는가? 그 값을 치르는 이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전문성을 무시 받은 현장의 교원, 교원자격증을 보유했으나 쓰이지 못하는 전국의 수만 명의 대기자가 될 것이다. 또다시 교육부는 그 뒤에 숨어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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