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거성 전 청와대 수석, '학생중심 교육하고 코드인사 안해 .. "소통 경기교육감 되겠다"
김거성 전 청와대 수석, '학생중심 교육하고 코드인사 안해 .. "소통 경기교육감 되겠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1.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그는 경기교육감 출마 예정자로 꼽힌다.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그는 경기교육감 출마 예정자로 꼽힌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인터넷에 연관검색어 기능이 있던 시절, 김거성 이름 석자를 치면 ‘사립유치원’, ‘골드바’ 같은 단어가 함께 등장했다. 교육계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경기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그는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교육청이 사립유치원 회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사립유치원 연합단체의 조직적인 반발과 저항이 일었다. 수천의 설립자와 운영자들이 교육청에 모여 ‘감사거부’ 시위를 벌였고, ‘감사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전을 벌이는 등 파장은 엄청났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택배가 왔다. 그 속엔 사립유치원 측이 보낸 골드바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즉시 돌려보냈지만 두고두고 회자 된 사건이다.

경기도에서 촉발된 사건은 이후 ‘유치원 3법’으로 이어졌고 수십년 동안 성역으로 남아있던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이 적용되는 등 개혁의 바람이 몰아쳤다.

사립유치원과 일전을 불사하며 개혁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김거성이다. 한때 사립유치원들로부터 공적 1호로 찍혔던 그는 올 6월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예고했다.

지난 1999년 한국투명성기구(구 반부패국민연대)를 창립해 반부패운동을 이끌어온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냈다. 

19일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김 전 수석은 ▲학생중심 교육,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비효율적 행정 관행 폐지, ▲코드인사 근절,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 ▲학부모 시민참여 확대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고 존중받는 경기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기형 맞춤교육’으로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구현

- 경기교육감 선거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의 권유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주문이 있었나.

▶ 세 가지다. 첫째는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교육감, 소통하고 협업하는 교육감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 둘째는 비리와 타협하지 않고 정도를 걸어가는 교육감을 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정 단체나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학생만 바라보는 교육현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한 마디로 지금 경기교육으론 미래가 없으니 바꿔 달라는 당부다.

- 이재정 교육감의 그림자를 지적한 것으로 들린다.

▶ (내가) 평가하거나 평론할 위치에 있지 않다. 오히려 책임감을 느낀다.

-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 ‘학생중심 교육’을 선언했다. 이것도 책임감 때문인가.

▶우리교육은 지금까지 교사와 학부모 등이 학생보다 우선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교사나 학교위주의 공급자 중심교육이다. 예컨대 학교에서 교과 시수를 정해놓으면 교사는 거기에 맞춰 진도를 나간다. 학생이 알건 모르건 진도는 나간다. ‘수포자’가 생기고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공급자 중심 교육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졸업장 따는 곳이 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형국이 됐다. 교육감이 되면 이 같은 패러다임을 과감히 개혁, 교육의 중심을 학생 중심으로 바꾸겠다. 학생 개개인이 갖춘 능력과 끼, 관심 등을 최대한 반영하고 학업 수준과 가정 형편, 건강, 교육 환경 등에 맞게 복지 차원에서도 세밀한 케어가 되는 ‘경기형 맞춤교육’을 구현할 생각이다.

- 학생중심 교육은 현 이재정 교육감도 주장했던 내용인데.

▶ 맞다. 지난 2018년 선거 때 학생 중심, 현장 중심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단히 소중한 가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4년이 다 된 지금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구호에만 그친 때문이다. 구멍이 숭숭 뚫렸다.

 

학교업무 재구조화 사업 진통, 도교육청 판단미스가 화 자초

- 그러고 보니 경기교육계가 바람 잘 날 없다. 최근에는 학교업무 재구조화 방안을 놓고 교원과 행정직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 교사들이 좀더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덜어주자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문제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법도 순서도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A가 하던 일을 B가 하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먼저 교사의 업무와 행정의 업무 중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행정 관행들을 어떻게 감축할 것인가를 발굴하고 그것을 전제로 ‘업무의 효율적 배분’을 논의했어야 한다. AI 시대에 아날로그식 행정을 하고 있으니 이런 갈등이 초래된 것이다.

- 아날로그 행정이라는 말은 뼈아픈 지적인데.

▶ 비근한 예로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요금 모두를 개별학교에서 납부한다. 교직원 급여나 호봉책정도 학교에서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스쿨넷은 대표적 케이스다. 교육지원청에서 한번에 묶어 처리하면 될 일인데 비효율 행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뿐인가. 학교에서 물건 하나 구입하면 영수증 받아와라, 도장 찍어라, 풀칠해서 붙여라 등등 온갖 불편한 잡무를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인터냇 뱅킹하고 신용카드로 결재하면 될 일인데 불필요한 루틴이다. 일정규모 이하 예산은 학교에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필요하면 인터넷으로 스크린 하면 된다. 웬만한 업무는 모두 교육지원청으로 일원화, 학교 행정업무를 대폭 줄여야 한다.

- 그러러면 교육행정 조직에 대한 기능 개편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지원청은 도교육청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학교를 지원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줄 잘섰다고 초고속 승진 .. 무너진 인사원칙이 불신 키워

- 교육감들이 가장 비판받는 대목 중 하나가 인사다. 흔히 코드인사니 내사람 밀어주기니 하는 말들이 많다. 경기교육청도 인사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인사는 원칙이 중요하다. 경기교육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희생하고 기여했느냐를 공정하게 평가해서 등용해야 한다. 측근이더라도 희생하고 헌신했으면 승진하는 것이고 못하면 물러나는 것이 인사다. 특정 계파에 줄섰다고 초고속 승진하고 교육감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장, 국장 등 요직을 독차지 하면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청만 보지 말고 학교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도 눈여겨 봐야 하는 게 그런 점이 아쉽다.

- 김거성 하면 사립유치원 비리 척결이 떠오른다. 당시 교육청 안팎에서 유치원은 건드리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 교육청 내부에서 덮고 가자는 압력이 있었고 저항도 컸다. "우리는 책임 못진다. 권한이 없다. 버텨낼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하더라. 당신 한 사람만 가만있으면 모두가 편한데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평생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살아왔다. "사립유치원 비리와의 싸움은 내 운명이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해줬다(이후 그는 감사관에서 물러났고 함께 일했던 직원들도 인사조치 됐다.).

사립유치원 공적(公敵) 1호 .. 평생 반부패 활동, 비리와 타협 안 해

- 위험 부담과 비난을 감수하면서 까지 사립유치원 감사를 밀어붙인 이유가 뭔가.

▶ 어린 원아들에게 유치원은 전부나 다름없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다. 그런 곳이 일부 비리유치원들에서는 어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또 아이를 믿고 맡긴 학부모나 열악한 여건이지만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생각해서라도 도망갈 수 없었다.

- 어쨌든 유치원 3법이 제정되고 사립유치원도 이전보다는 투명해졌다는 평가다. 교육감 출마 예상자로서 유아교육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나.

▶근본적으로 유아교육 공공성을 확대하고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거나 유보 통합을 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유아교육투명사회협약에서 추진했던 것처럼  학부모와 유치원, 교육청 등이 유아교육 발전에 함께 힘으로 모으면 얼마든지 더 좋아질 수 있다.

- 교육감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만 막상 당선되면 소수 교육집단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시민을 위한 교육 대표인지 특정 집단 대표인지 구분이 안된다.

▶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감에 당선되면 학부모가 중심이 되는 시민참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시민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교육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제대로된 역할을 할수 있다. 또 그래야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학부모의 퀄리티도 높아진다.

- 경기교육계에서 ‘뚝심있지만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있던데

▶ 도교육청 감사관 하면서 고생 많이했다는 의미에서 좋게 봐준 것 아닐까. 어쨌든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고 존중받았던 경기교육의 명성이 최근들어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다시 한번 혁신적 개혁을 통해 경기교육을 활기차게 바꿔보고 싶다. 학교 생활이 즐겁고 행복한 경기교육, 바람직한 민주시민을 기르는 경기교육을 모두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자천 타천 후보군만 10여명에 이른다. 하고 싶은 말은.

▶ 장관을 지내고, 원장을 하고, 학장을 맡는 등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다만 교육감 선거에 출마 하려면 그동안 경기교육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유권자들의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