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연 칼럼] 전직 평가원장의 수능종말론 유감
[조대연 칼럼] 전직 평가원장의 수능종말론 유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12.15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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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 12월 13일자 경향신문의 사회면에 ‘수능종말론’과 ‘고교학점제 강행’에 대해 직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인터뷰 내용 가운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점들이 있기에 교육 가족의 한사람으로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고교학점제가 교육의 모든 것을 바꿔야 가능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말씀하신 대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하기에 지금으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현장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고교학점제로의 변화를 현장에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면 현재 무엇을 어느 정도 바꾸고 준비했는지 묻고 싶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내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의견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학교현장은 실험의 장소가 아니며 우리 학생들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그 방향이 진정으로 우리 학생들을 위한 길이라면 철저히 준비하고 안정적 실행을 위해 현장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결국, 미흡한 준비로 인해 학교와 교실에서 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할 것이 너무나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교원들의 권리는 보장해야겠지만 전문인력을 시간강사로 채용해 아이들에게 전문성 있는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학교 밖 진짜 전문가들이 있는데 교사가 재교육을 받고 선택과목을 가르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는 말이 더 말이 안 된다.

마치 현장 교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교사들의 권리는 교육권이며 교육전문성으로 부터 나온다.

과연 전문인력이라는 시간강사들이 가르칠 내용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교수-학습 등의 교육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마치 수학을 수학교사가 아닌 수학자가 가르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범대학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사회학 과목도 사회학자가 가르치는 것이 더 나을까? 학생지도 역량 및 교수-학습 등 교육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시간강사의 진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능종말론에 대해서 찬반의견이 있을 수 있다. 수능 창시자인 박도순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께서도 최근 여러 이유를 들어 수능의 무용론을 주장하셨다.

그러나 직전 원장으로서 수능 연기를 포함해 4번의 수능을 무사히 넘기신 분이 원장 재임시절에 수능종말론을 꺼내 새로운 대입제도를 제안하셨다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입 수시와 수능정시 체제에 대해 총체적 관점에서 다각적인 검토을 통해 수능종말론의 타당성과 새로운 방향성을 계속 논의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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