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달 칼럼] 무책임한 정치쇼 .. ‘2022 개정 교육과정’
[조영달 칼럼] 무책임한 정치쇼 .. ‘2022 개정 교육과정’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11.3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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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교육부는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하였다. 한 마디로 정말 무책임하고 정파적 목적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발표였다.

국가에서 발표하는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교과학습과 관련하여서는 그 배열과 조직을 체계화하고 생활 및 진로지도 영역에서도 그 지향을 밝히는 교육활동의 총체적인 설계 문건이다.

교육과정은 학교교육에서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결코 정치적 개입이나 정파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수 없다.

물론 교육과정에 터한 학교교육의 실제는 학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제로 학교 구성원이나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이루어진다.

특히 학생의 최대 관심사인 대학입시제도에 따라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대입제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교육과정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어떠한가?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교고학점제의 시행을 위해 개정했다는 점이다. 선택과목의 도입을 확대하고 학교와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자율을 늘렸으며 학교급별 진로교육을 강화한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고교학점제에 대하여 일반 교사의 70% 이상, 그리고 시범 학교를 운영한 교사의 65% 가까이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임기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정부가 이번 개정을 밀어부쳤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아마도 고교학점제가 현 정부의 1호 교육공약이었기 때문이리라.

또한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 등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가치교육을 강화하였다는 점 역시 그 특징이다. 특히 생태환경 교육은 교육목표와 전(全)교과의 내용요소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전형적인 현 정부의 정파적 이념 편향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라 여겨진다.

더하여 언급한 바와 같이 교육과정 실천의 성공에는 대학입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입시개편안은 2024년에 발표하겠다고 하면서 다음 정부에 미루었다. 교육부총리 자신도 발표에서 현재의 수능방식으로는 적응이 어려우며 미래형 대입제도로 개편해야한다고 자인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교육과정 시행의 성공에는 관심이 없고 현 정부의 정파적 목표만 그냥 질러놓겠다는 태도이다. 또한 지금 우리 교육에서 커다란 문제로 제기돤 기초학력 부족이나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음 역시 마찬가지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개정은 상당한 기간 현장교육과 연계되어 논의가 이루어져야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숙의과정을 거쳐야함에도 이 역시 무시된 채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졌다.

5년여 숙의를 지속하는 외국의 사례가 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중장기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패널조사와 같은 것이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한 마디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정파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정치쇼에 불과한 것이었다. 현 정부의 1호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시행했다는 생색을 위해, 그리고 정파적 이념 편향을 반영하기 위해 학교현장의 여건을 무시한 채, 교육과정 개정을 감행한 것이다.

정말로 무책임한 일이다. 이로 인해 일어날 학생과 학부모와 학교의 곤경은 어찌하란 말인가! 이 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진단 말인가! “탈정치 교육”의 실현이 너무나 간절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제 교육과정 개정(특히 총론)을 더 이상 정부에 맡겨둘 일이 아닌 듯 싶다. 차라리 학부모와 교사 등 여러 이해 당사자들에게서 교육과정(총론)을 공모하고 그 아이디어를 모아서 공청하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그래야 그나마 “정치쇼”식 개정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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