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 전 교육과정평가원장, “수능으로 고통받는 교육 이젠 끝났으면”
성기선 전 교육과정평가원장, “수능으로 고통받는 교육 이젠 끝났으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11.08 23: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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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내년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수능시험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8일 전국 1255개 고사장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제히 치러진다.

수능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1만 6387명 늘어난 50만 9821명. 긴장되고 초조한 나날은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인생의 첫 번째 고비에서 맞닥뜨린 가장 중요하고 가혹한 시간이다.

수험생뿐만 아니다. 수능을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심판대에 선다.

역대 평가원장 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 꼽히는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에듀프레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숨도 못 쉬는 순간의 연속”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평가원장 하며 임플란트만 11개 ..수능 관리 극심한 스트레스

성 교수는 평가원장 재임 3년 3개월 동안 모두 4차례 수능을 맡았다. 그중 두 번은 수능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었다. 한번은 포항 지진으로 다른 한 번은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사히 극복해냈다.

이 과정에서 임플란트를 11개나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지난 2월 19일 임기를 마치고 평가원장에 물러나 처음 맞는 2022 수능. 8일 자신의 SNS에 ‘수능으로 인해 마음 졸이고 고통받지 않는 교육을 만들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수능의 계절이다. 지금도 긴장되나.

“평가원 직원들은 이맘때면 숨도 못 쉴 정도로 긴장한다.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은 평가원을 떠났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가을과 겨울 사이엔 산통(産痛)을 느낄 것 같다.”

▶그래도 좀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작년엔 구르는 낙엽만 봐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는데 올핸 낙엽을 감상한다.”

▶ 교수에서 평가원장으로, 그리고 다시 교수로 돌아왔는데 수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행정관리자와 연구자는 입장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 평가원장을 맡았을 때는 수능에 대해 이런저런 제도개선을 생각해 봤다. 하지만 대입제도는 4년 예고제가 적용되고 있어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수험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관리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변화보다는 약속된 것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한 덕목처럼 돼 있더라.”

◆ 걸핏하면 ‘물수능’ ‘불수능’ 비판 .. 전문가 인정 않는 풍토 아쉬워

▶평가원장으로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솔직히 변화되지 않는 입시에 대한 부담이 컸다. 21세기를 한참 지나고 있는 데 우리는 여전히 오지선다형이니, 등급제니 하면서 정시확대와 공정성 논란에 빠져 있는것을 보고 착잡했다. 뭔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난이도인가.

“사실 난이도는 우리 영역 밖이다.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니 바깥에서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사실 매년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한다. 하지만 언론은 조금만 쉬우면 물수능, 조금 어려우면 불수능으로 몰아붙인다.

전문가의 전문성을 인정하기보다 불신하고 비판부터 하는 시각이 힘들었다. 언론도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잘못한 게 있다면 당연히 책임지겠지만 침소봉대된 면도 많다.”

▶ 재임 기간 동안 두 차례 수능이 연기됐다. 아찔했을 것 같은데.

“포항 지진 때는 정말 긴박했다. 수능 전날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들 듣고 지금 총리로 있는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장관이 포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현지에서 고등학교 교장들과 회의를 했고 이어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그날 오후 6시 30분쯤 돌아온 김 장관이 날 보며 “원장님 수능을 연기할 수 있습니까” 라고 대뜸 묻더라. 원장에 임명된 지 불과 보름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 평가원 직원들은 안된다며 난색을 표명했지만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서 당시 김상곤 교육부장관에게 “장관님 대한민국에서 교육부와 관련된 모든 시계를 정확하게 일주일만 연기해 주십시오. 그러면 가능합니다”라고 건의했다.”

◆“수능 연기할 수 있나요?” “장관님, 교육부 모든 시계 일주일 뒤로”

▶그래서 쉽게 해결이 됐나.

“장관은 오케이 했지만 이번엔 대학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수시 일정 등을 거론하며 연기할 수 없다고 버텼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관계자들을 불러 밀어붙였다. 국가적 대사이니 결국 대학들도 우리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청와대에 보고하고 8시 20분 쯤 수능 연기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수능은 무사히 치러졌다. 연기 발표 다음 날 여진이 잇달아 발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누군가 문재인정부 교육정책 중 최고의 재난대책이라고 말하더라(웃음).”

4년이 지난 지금 이때 정부가 ‘잘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여론조사로 본 국민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리얼미터가 이해 11월22일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정부의 수능 연기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잘했다’(매우 잘했음 54.9%·잘한 편 28.7%)는 응답이 83.6%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수능 연기를 잘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 하지만 이제 수능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렇다. 수능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먼저 우리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학교가 뭘 해야 하는가, 미래사회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절실히 고민하게 됐다. 또 지금의 체제를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와 더불어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2022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아시다시피 고교학점제와 지금의 수능 방식은 맞지 않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입시제도가 달라져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교육부가 지금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입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내년 경기교육감 선거 출마 신중 검토 .. 12월쯤 입장 밝힐것

▶수능은 어떻게 바뀌는 게 바람직하나.

“개인적으로 두 가지 트랙을 생각해 본다. 먼저 공통과목을 이수하는 1학년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고 여기에 강화된 대학별 전형을 플러스하는 방안이다.

또는 중국의 카오카오처럼 서술형문항이 추가되는 등 다양한 유형이 나올 수 있다. 어쨌든 지금과 같은 단순한 트랙은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능 성적을 발표할 때마다 기자회견문에 꼭 넣는 말이 있다. ‘성적에 좌절하지 마라. 희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더 준비하고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라’라고 말해준다.”

▶수능은 언제까지 운영될 것으로 보나.

“오는 2027학년도까지 아닐까. 그 이후에는 새로운 대입제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한가지 개인적 질문이다. 내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나.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금 예비경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한 12월쯤 정확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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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2022-05-23 11:51:17
경기도교육감 성기선후보 화이팅입니다. 건승바랍니다.

김현주 2022-05-23 10:57:06
진보 단일 후보 성기선 후보 의 공약은 아동 인권이 존재하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오명화 2022-05-23 10:16:36
성기선후보님~~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