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흥배 숭문고교장, “자사고 운영 힘들어 .. 사죄하는 마음으로 교육하겠다”
[인터뷰] 전흥배 숭문고교장, “자사고 운영 힘들어 .. 사죄하는 마음으로 교육하겠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8.17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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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배 숭문고 교장이 지난 7월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이 지난 7월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그동안 서울시교육청과 소송하면서 학생들 교육에 전념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들까지 이런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일반고로 전환한 뒤 사죄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전흥배 서울숭문고 교장은 17일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발표하면서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고교무상교육과 2025년 자사고 전면 일반고 전환 등 달라진 교육환경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학교 운영에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도 더 이상 메리트가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전 교장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위해 함께 소송해온 타 학교들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수 없다”면서도 “모두 똑같은 처지여서 충분히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을 일문일답.

- 교육청과 소송을 중단하고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 이유가 뭔가?

▶소송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1심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교육청도 학교도 모두 상처만 남았다. 이런 소모적 공방을 더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교장이라는 사람이 재판하러 다니는 바람에 교육에 전념하지 못했고 그 부분이 늘 안타까웠다. 내년에 신입생을 뽑는데 그들에게도 같은 전철을 밟게 한다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 2년간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일반고로서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 법인 이사회에서 일반고 전환 결정은 언제쯤 났나. 반대는 없었나.

▶ 지난 11일 결정 났다. 일정부분 동의를 받았고 절차도 순리대로 마쳤다. 앞서 일반고로 전환한 한가람고나 동성고처럼 우리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정부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대입제도는 우리에게 불리하다. 교육과정도 이젠 교육청이 정해준 대로 따라야 한다.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되면서 자사고 운영은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학교가 자꾸 소송에 휘말리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법인 이사회에서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 코로나 상황도 일반고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던데.

▶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수업료가 비싸다. 그런데 2년 가까이 원격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학부모들의 항의가 많았다. 수업료 반환 요구도 있었고. 특히 자사고의 이점이라 할 수 있는 방과후 활동을 거의 못 해 학부모들의 불만이 컸다.

- 숭문고처럼 소송중인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하는 경우가 또 나올거로 보나.

▶ 다른 학교 소식은 들은 바 없다.

- 교육청과 자사고 취소 소송을 벌인 학교들 중 최초의 일반고 전환이다. 함께 소송전을 펼쳤던 학교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것 같은데.

▶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소송 중인 학교들도 실상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서운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하는 부분도 많을 것으로 본다.

- 일반고 전환은 교육청에서 먼저 제안한 것인가?

▶ 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하기 곤란하다. 서로 문의하는 과정이 있었고 제안을 주고받기는 했다.

- 기존 재학생들의 충격이 클 것 같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나.

▶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좋은 교육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무엇을 사죄한다는 말인가?

▶ 지금 1학년들이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가 유지될 것으로 믿었을 텐데 중간에 바뀌게 되니 혼란스러울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일반고 신입생을 맞게 된다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고뇌도 많았다.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미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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