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교사는 사유(思惟)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전재학의 교단춘추] 교사는 사유(思惟)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5.06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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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에듀프레스] 지금은 교사가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키워야 하는 시대이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우연성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는 없다. 교사는 교육입국(敎育立國)과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의 주체다. 따라서 교사는 일반인보다는 자신이 던져야 할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더 많이 탐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들이 잊고 사는 것을 교육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유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본으로 돌아가라 하듯이 가장 단순한 두 가지를 다시금 사유해 보고자 한다.

첫째, 독서를 해야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 가. 그런데 정작 교사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아니 조금 변명하자면 책을 읽을 시간과 이유를 찾지 못한다. 왜냐면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견딜만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가르치는 교재 연구에만 몰입한다. 그러나 교사도 나이 마흔이 넘으면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서 쪼그라드는 것은 근육이 아니라 생각이다.

과거의 낡은 지식으로는 더 버틸 재간이 없음을 깨달으면 그때는 이미 늦다. 지금 깨달음은 곧 의식의 전환을 가져오고 이는 행동의 변화로 이어진다. 논어의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고, 생각하지 않고 배우기만 하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구절은 후세인들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현재는 독서를 통한 배움, 사유의 힘을 키우는 것이 최적이다. 또한 사유하는 것은 가르치는 자의 의무다.

둘째, 글쓰기를 해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필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 그에 대한 감상문을 쓰게 한다. 그러나 이런 글쓰기는 학생에게 자발적인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단지 순간의 의무감과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지금의 교사는 과거에 그런 교육을 받아 온 당사자이다. 이제 교사는 교단의 경험과 자신의 교육철학을 글로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 습관화되면 나중에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유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은 철학자나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아니다. 교사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글쓰기는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자신의 존재 의미를 사유하게 하는 자신과의 대화이다. 이는 교육의 최고 가치와 방법인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왜냐면 글쓰기는 가장 정교한 소통 방법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교육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이 안목은 말하고 쓰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글쓰기는 이렇게 사유의 힘을 기르는 데 적격이다.

새로운 세상, 미래의 학교와 교사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그 그림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교사는 불안하다.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깊은 성찰 없이 교육이 기술주의,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염려스럽다. 예컨대 수업에서 꼭 실시간 온라인 쌍방향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하는가? 온라인으로 질주하는 수업이 교육적으로 타당한가? 하이터치(high touch)는 하이테크(high tech)로만 가능한가? … 등등, 당연히 생각해야 할 사안에 대한 논의도 없이 교육당국은 에듀테크를 활용해서 한국형 원격 교육기반을 마련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시점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사유의 대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교육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불철주야 입시 지식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교사들은 이제 교육 내용과 활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당장 코로나 시대에 교사는 무엇을 우선으로 가르쳐야 하는가? 이것이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자, 여기서 간단한 몇 가지를 조금은 진지하게 사유해 보자. 지금 나는 학생과 교사의 성장을 위한 수업을 얼마나 설계하고 만들어 가는가? 혹시 어딘가에서 옛날의 자료를 교육이란 명분으로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을 한 채 주구장창 문제풀이 수업으로 일관하지 않는가? 교육 당국의 지침이라 그대로 순응하는 것이 교사의 올바른 자세라 생각하지 않는가? 자신의 수업에서 진정으로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교사로서 미래의 비전으로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 학생들에게 나는 오늘 무슨 배움이 일어나게 했는가? 

교사는 깨어있는 사유의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의 시선과 교육의 시선으로 늘 사유해야 한다. 이것을 지탱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바로 다른 무엇이 아닌 학생들과 동행(同行)하는 독서이고 대화와 토론을 통한 글쓰기가 최적이다. 이는 가르치는 자가 가장 신뢰해야 할 실천궁행(實踐躬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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