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을 열며③] 2022 개정 교육과정, 어떻게 현장을 담을 수 있을까
[새해을 열며③] 2022 개정 교육과정, 어떻게 현장을 담을 수 있을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0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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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수원 아미초등학교 교사
박수원 아미초 교사
박수원 아미초 교사

[에듀프레스] 국가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의 교육 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 등을 체계적으로 조직한 교육 계획을 의미한다. 국가의 교육 계획으로서의 국가 교육과정은 법령인 초·중등교육법, 동법의 시행령, 행정규칙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으로 고시되는데, 여기서 초·중등교육법은 교육기본법에 근거한다.

교육기본법에서 제시하는 국가의 교육목적은 크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이다. 결국, 국가 수준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이유도 개인을 성장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국가 교육과정 개발 방식과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 요구와 맞물려, 국가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방식과 정책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개발되길 희망하며, 현장의 시선에서 국가 교육과정 개발 방식과 정책 개선을 위한 의견을 세 가지 제안한다.

첫째,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은 현장을 연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 교육과정은 그것이 있기 전인 긴급조치기, 교수요목기를 거쳐 제1차에서 제7차에 걸친 정기 개정 시기, 2007, 2009, 2015 개정으로 이루어진 수시 개정 시기를 거치며 개정되어왔다. 익히 지적받은 대로, 이 과정은 공급자인 국가와 정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2007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된 지 2년 만에 다시 고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새롭게 들어선 정권의 철학적 기반인 신자유주의 이념을 적극 반영하였다.

이러한 공급자 중심의 교육과정 개정은 교육과정을 실행하고 경험할 학교 현장을 위축시킨다. 학교 현장은 교육과정이 왜 개정되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새 교육과정을 받아들게 된다. 개정 시마다 교원 연수, 대국민 홍보가 이루어지지만, 개정의 당위성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학교 현장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와 닿을 리가 없다.

국가 교육과정의 개발(development)은 새로운 창조(creating)라는 의미의 개발이 아니라, 이전의 교육과정을 개선(developing)한다는 의미의 개발이라고 한다. 이는 새 교육과정의 개발이 기존 교육과정을 현장에 적용하고 실행한 결과를 평가하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는 기존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교육 공동체의 다양한 교육적 상상력과 사회적 합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따라서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철저한 현장 연구로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새롭게 개정되는 이유를 현장에서부터 찾아 밝혀야 한다.

둘째, 국가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교육청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유일하게 법적 위상을 갖는 교육과정심의회는 운영위원회와 교과별위원회, 학교별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의견 개진이 필요한 각 집단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심의회에 지역이 한 분과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의문스럽다. 교육과정심의회의 조직이 보여주듯, 총론과 각론, 국가와 학교를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비해 국가 교육과정과 지역 교육과정을 연계하고자 하는 고민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교육과정 체제 안에서 지역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에서 위임한 일부 권한을 행사할 뿐이다. 선출직 교육감들은 자율적인 교육 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나, 그들의 정책은 국가 교육과정에 비해 학교 교육과정에 제대로 담기지 못한다. 오히려 교육과정과 분리된 채 겉돌고 있다. 학교 현장의 입장에서는 국가 교육과정과 지역의 교육 정책이 융화되지 못하면서 각각을 따로 다루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지역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을 지역 상황에 맞게 적정화한 교육 자치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 지역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국가 교육과정에서 지역 교육과정에 위임할 권한과 범위를 함께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현장의 입장에서는 지역 교육과정이 국가 교육과정을 완전히 품고,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지역의 특성을 온전히 담을 수 있어야 비로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셋째, 교육과정이 실제로 구현되는 현장을 중심에 놓고 국가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한다.

교육과정이라는 용어는 사용하는 나라마다 개념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가령 우리나라처럼 국가 교육과정과 함께 학교 교육을 시작한 나라에서는 ‘교육과정’을 통상 국가가 제시해주는 것으로 여긴다. 교실에서 교사는 이를 수업으로 실천하는 일에 집중을 한다.

반면, 영국과 같이 학교 교육을 하다가 이후 국가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한 나라에서는 ‘교육과정’을 교사들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한다.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것은 교실에서 만들 교육과정을 위한 기준과 자료 정도로 여긴다.

우리나라와 같은 구조에서는 교실 밖에서 설정한 국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일관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영국과 같은 구조에서는 교실 안에서 개발하는 다양한 교실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학생에게 맞춘 교육을 실천하는 데 장점이 있다. 두 유형 모두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우리의 구조에 영국과 같은 교실 중심 교육과정의 장점을 계속해서 수용해 가고 있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성취기준, 학년군, 교과군, 수업시수 20% 증감 권한, 집중이수제 등이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 교육과정은 교실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한 기준이 되기보다는 국가로부터의 통제를 위한 표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사들의 자율권은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허가된 자율권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단순히 설계에 초점을 둔 코스나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얻기 위한 계획이 아니다. 교육과정은 교수-학습 과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지속적으로 겪는 교육적 경험의 총체이다. 교육과정을 교육적 경험의 총체로 볼 때, 국가로부터 계획된 교육과정이 궁극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은 학생이 학습하는 교실 현장이다.

따라서 국가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을 공동의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파트너’로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교실에서 구현될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경험을 개정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국가 교육과정과 지역, 학교, 교실 교육과정은 상호 대척점에 있지 않다. 국가로부터 계획되고 실행되는 교육과정과 지역이나 학교, 교실에서 계획되고 실행되는 교육과정은 모두 ‘학생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한 것이다. 각 수준의 교육과정은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국가 교육과정은 다른 수준의 교육과정을 포괄하고 계도하는 기준이자 지침으로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을 담을 수 있는 방식과 정책으로 개발되어 그 역할을 온당히 수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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