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교원 성과상여금이 만든 학교의 민낯
[한희정 칼럼] 교원 성과상여금이 만든 학교의 민낯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16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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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서울정릉초 교사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 B등급 교사가 B등급 교사를 위하여

[에듀프레스]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원의 ‘차등보수’를 제안한다. 이에 1996년과 1997년 근무평정에 따른 상위 10%에게만 특별상여수당을 지급하였다. 하위 90%는 받을 생각조차 못하거나 있는지도 몰랐다. 2001년 김대중 정부가 하위 30%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교사들은 반발했고 8만 1천명의 교사들이 성과급을 반납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2002년 교원성과급제도를 폐지하고 자율연수비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학부모 단체와 중앙인사위원회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20년 전 일이다. 강산이 두 번 변했을 시간이지만 이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렇게 시행된 성과급은 3등급으로 나뉘는데 10%에서 시작한 등급간 차등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50~70%로, 박근혜 정부는 70~100%로 확대했다. 박근혜 정부는 교원들이 성과상여금을 받은 후 ‘균등분배’하는 방법으로 저항을 하자,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서 ‘성과상여금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경우’ 최고 파면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 성과상여금이 폐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폐지는 못하더라도 급간 차등액 정도는 대폭 축소해 줄 것을 기대했고, 요구했다. 그러나 2020년 12월 17일 현재, 급간 차등폭은 70~100% 중 선택에서 50%~100%로 하한선만 단 한 번 바꿨을 뿐, 성과상여금 부정 수령에 대한 징계 규정 역시 그대로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온나라가 힘든데 무슨 성과급 잔치인가 하겠지만, 교원 성과급은 일반 기업의 성과급과 다르다. 별도의 재원을 통해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무원 총보수액 예산 중에 일부를 떼어서 지급하는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급여의 측면이 더 크다. 그래서 초기에는 호봉에 따라 차등 지급을 선택하기도 했다. 어차피 월급 떼어서 주는 것이니 호봉에 따라 받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를 묵인하지 못한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학교별 성과급 산정에 경력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지급 기준 점검을 하고, 징계를 하고, 불분명한 성과 산정 기준을 갖고 학교 안에서 교사들끼리 싸우라고 부추겼다. 그러니 학교는 점수 산정에서 1학년이 더 힘든가 6학년이 더 힘든가, 이 업무가 더 힘든가 저 업무가 더 힘든가, 담임이 힘든가 부장이 힘든가, 특수교사가 힘든가 일반교사가 힘든가로 싸우기 시작했다.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학교에는 없어지는 업무는 없이, 해야 할 일들만 새로 생기는 엄청난 업무 적체가 생겼다. 교육정보시스템이 도입된 초기에는 NEIS 담당 교사가, 방과후학교 도입 후에는 방과후 담당 교사가, 2010년 이후에는 학교 폭력 담당이나 자유학기제 담당 교사가, 박근혜 정부의 돌봄 정책 도입 후에는 돌봄 업무 담당교사가 쓰러져갔다. 처음에는 선의로 맡았던 교사들도 오래 버티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서는 만만한 교사, 거절하지 못하는 교사, 젊은 교사들에게 억지 배당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교원성과급 도입 20년은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이 학교 현장을 장악하기에 충분한 세월이었다. 학년과 업무 배정 희망서에 성과급 등급을 아예 병기해 놓는 지역이 있는 반면, 어려운 업무는 젊은 교사들에게 떠넘기면서 성과급은 균등 분배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지역이 있다.

성과급 최상등급(S)을 받기로 하고 어려운 업무를 맡은 교사는 ‘그래서 성과급 S 받잖아, 본인이 희망해서 한 건데 어쩌라구’하는 분위기에 질식한다. 원하지 않는데 힘든 업무를 떠맡고 균등분배로 성과급도 못챙기는 교사는 왜곡된 현실에 분노한다.

학교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업무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학교는 ‘행정업무’가 우선이라는 또 다른 왜곡이 존재하면서 이 문제는 어떻게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얽힌 실타래가 되어 버렸다. 그 과정에서 다면평가로 교사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데 자신의 등수를 알게 된 교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필자는 2016년 1학년 부장으로 학년 업무를 도맡아 했는데 교사 25명 중에 18등을 받았던 적도 있다.

교사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현장의 첫 대답은 ‘경력’이었지만, 정부의 간섭으로 ‘업무’가 답이 되었다. 그 업무는 우리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행정일을 하는 업무’이다. 그러니 서울시교육청의 2020년 성과급 지금의 목적은 “"교원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성과급에서 우대하여 교직사회의 사기진작 도모"다. 그러나 사기진작이 아니라 불신 진작이 되고 있다.

2020년 서울시교육청은 일반직 공무원과 교육전문직에 대한 성과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조희연 교육감은 12월 15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시기에 학교 현장에서 모두 힘을 합하여 난국을 극복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교원성과상여금 지급으로 인한 ‘서열화’와 ‘구분짓기’는 학교 현장의 분열을 초래하고 공동체 의식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다”고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교육부의 적극 검토를 요청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화답하는 교사들도 있고, 화답하지 못하는 교사들도 있다. 자신의 등수를 알고 씁쓸해하는 교사들, 돈 덜 받는 것보다 그런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분노하는 교사, 내가 하는 일에 비해 인정받지 못함에 울분을 삭이는 교사, 보직 수당이 너무 적으니 힘든 업무 하는 교사가 더 받는 게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교사, S등급은 꿈꾸지도 못하고 A등급과 B등급이 서로 싸우는 현실은 모두 교원성과상여금 도입 20년이 만들어낸 민낯이다.

교원성과상여금, 이제 폐지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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