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수 칼럼] 수능일, K-교육을 생각하며
[한석수 칼럼] 수능일, K-교육을 생각하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03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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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석수 인천재능고 교장/ 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한석수 인천재능고 교장
한석수 인천재능고 교장

[에듀프레스] 수능일이다. 코로나와 싸우며 힘들게 시험 준비해온 아이들이 아무 탈없이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비행기 이착륙까지 제한하며 전국적으로 동시 시행되는 수능은 사고 없이 치러지는 것 자체로 경이에 가깝다. 출제에서 운반 및 보관, 시행 및 채점에 이르는 전 과정에 하나의 톱니만 삐끗해도 그 파장은 이루 상상하기 어렵다.

창의력을 파괴하고 교육과정 운영을 파행으로 모는 주범으로 비판 받지만 객관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입전형에 그 비중을 결코 낮춰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도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정해진 답을 찾아내기보다 발전을 위한 해결과제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수능 일변도의 대입전형은 하루속히 탈바꿈 해야할 것이다.

K-팝과 K-방역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K-교육’이란 용어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사실 그동안 이룬 교육적 성과에 대해 우리는 인색한 평가를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 교육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유전자에 배태되어 있는 높은 성취동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정신은 아닐까.

K-팝과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종전의 주류 문명 기호와 프레임을 벗어버리고 우리의 DNA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새로운 규범을 추구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교육과 관련해서도 우리 교육을 제대로 살피는 일에서 시작해야 될 것이다. 맥락을 상실한 선진국 제도의 외과 수술적 처방으로 그동안 추진해온 교육개혁의 그늘과 거품을 걷어내고 교육의 기본과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이뤄온 것들과 역사적 문화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지능정보통신기술을 도구로 하여 새로운 교육모델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것은 그야말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K-교육의 재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답찾기에 급급하게 만든다는 수능을 이렇게 변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에는 크게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가 있겠다. 수렴적 사고는 정답을 찾는데 유리한 반면 발산적 사고는 질문을 만드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 수능은 수렴적 사고 개발에 효과적일 것이다.

이 둘은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발산적 사고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방식은 열등한 것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우리 DNA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수렴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고 생각된다. 주소를 적을 때 보면 알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름부터 시작해 번지, 읍면동, 도시, 주의 순서로 적는 데 반해 우리는 정확히 그 반대다. 그렇다고 서양식으로 주소를 적어 보자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교육을 통해 수렴적 사고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제 부족한 발산적 사고 역량을 키워 양자가 균형을 이뤄 시너지를 창출토록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우리 교육을 살펴봐야 한다.

그것이 K-교육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불후의 명작으로 재현시킨 것처럼 우리가 이뤄온 교육의 공과(功過)를 되짚으며 잃어버린 교육을 찾아 명품 K- 교육으로 재창조할 수는 없을까.

수능일, 낙엽 수북하게 쌓인 텅 빈 교정 서성이며 우리 아이들의 수능대박과 K-교육의 새움트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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