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교원 성과급, "나는 S등급이고 싶지 않다"
[에듀프레스의 눈] 교원 성과급, "나는 S등급이고 싶지 않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04.27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희정 서울실천교사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사회장

“어머나, 성과급 등급 문자 왔어요.”

오늘 오후, 나의 핸드폰에는 “2018년도 선생님의 성과상여금은 S등급입니다. 이의 신청기간 5월 3일까지”라는 문자가 떴다. 동학년 교사들이 다 모여 있는데 동시에 찌리리 울리는 문자 알림이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이후 핸드폰을 들어 각자의 등급을 확인할 뿐, 누구도 등급을 말하지 않는다. 대충 짐작해서 눈치를 챈다. 그럼에도 불편한 마음은 남는다. 내가 왜 S등급이어야 하는가, 내가 왜 옆 반 선생님보다 150만원이나 되는 돈을 더 받아야 하는가? 매일 같이 만나서 함께 수업 협의를 하고, 생활교육의 어려움을 나누는데, 왜 나는 그들과 다른 등급을 받는가?

교원 성과상여금 제도는 어떤 일을 하는지 따지지 않고 호봉에 따라 동일하게 급여를 받는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을 성과상여금이라는 명목으로 경쟁을 시켜서 성과를 높이고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는 목적으로 2001년부터 시행되었다. 20년 가까이 시행된 이 제도가 정말 교사들의 성과를 높이고,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는가?

성과급을 둘러싼 20여년의 역사를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터질 것 같다. 2001년 성과급 지급이 공식화되고, 교원단체들의 거부 투쟁이 일어났다. 우리는 교사이고, 교사의 성과는 등급화되어 평가될 수도 없고, 그것을 돈으로 저울질하는 것 자체가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저항의 이유였다. 교사를 4등급으로 구분하고, 저성과자 30%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안은 3등급(A,B,C)에 등급간 차등지급률을 10%로 최소화하는 선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차등지급률을 늘리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2006년 20%, 2008년 30%, 2009년 30~50%, 2010년 50~70%, 2012년 50~100%, 2016년 70%~100%로 지속적으로 상향시켰다. 상과상여금 초기부터 거세게 저항했지만, 2006년 차등지급률을 확대하면서 교사들은 성과급 반납 투쟁을 전개했다. 2006년 758억여 원, 2007년의 400억여 원이 전교조의 성과급 반납액이다.

성과상여금의 재원은 교사들의 급여 총액이다. 총액 인건비 중 일부를 성과상여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가장 소극적 저항은 어차피 호봉으로 받을 금액의 일부를 떼어 지급하는 것이니 호봉에 따라 성과급 등급이 설정되도록 성과급 산정 기준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 자체를 이명박 정부는 제제하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의 회유와 설득이 통제와 처벌로 전환되었다. 성과급 기준표를 학교 홈페이지와 정보공시로 공개하도록 하고, 현장 단속반을 파견, 전국의 학교를 표집에서 감사를 실시했다.

교사들은 또 다시 저항했다. 호봉에 따른 등급 산정이 불가능하다면, 학교별로 그 학교 재직 햇수에 따라 등급을 주는 순환 등급제를 하거나 차등 지급된 금액을 모아 다시 똑같이 분배하는 균등분배를 시도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성과급을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교사를 최고 파면까지 징계의결 가능하도록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하여 균등분배를 시도하는 교사들을 겁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저항하고 있고, 균등분배와 순환등급제를 지속하고 있다.

왜, 교사들은 저항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 주목한 적이 있는가? 교원 평가와 성과상여금 관련 국내 논문 40여 편을 읽은 결과, 단 2편 만 교사들의 저항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논문들은 ‘교사들을 돈을 미끼로 경쟁시켜야 해, 그러려면 합리적인 평가 기준이 세워져야 해,’라는 인식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았다.

성과상여금 지급 20여 년의 역사동안 교사들은 딱 그런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돈을 주는 만큼만 일하자, 열정이나 헌신이 뭐가 필요해, 돈을 주는 만큼만 하면 되는데.... 그렇다면 돈을 주는 만큼은 도대체 얼마일까? 그것이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겠는가?

나는 돈으로 회유하면서 경쟁하라고 하는 정부의 성과급 정책에 저항하는 교사들을 살려야 한다고 감히 주장한다. 그들의 저항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의 노력과 헌신을 돈으로 평가하려고 하지 말라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하고 귀를 기울여주는 학자, 언론인, 정치인, 교육부 장관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서글퍼지는 오늘이다. 나는 S등급이 되고 싶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교원의 성과상여금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개선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식의 개선인지 저항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 개선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2018년 차등지급률을 70~100%에서 50~100%로 만들어 놓은 것 외에 한 것이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