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추적] “자사고 포기하고 싶어도...퇴로 없어 답답”
[뉴스 추적] “자사고 포기하고 싶어도...퇴로 없어 답답”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3.29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내 자사고 교장단이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외견상 평가 거부지만 속내는 학교마다 복잡해 보인다.
서울시내 자사고 교장단이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외견상 평가 거부지만 속내는 학교마다 복잡해 보인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서울시교육청과 재지정 평가대상에 오른 13개 자사고 간 대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29일이 평가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이지만 13개교 모두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조희연 교육감과 자사고 교장단이 비밀리에 조찬 모임을 갖고 막판 타협을 시도했으나 입장 차 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교장은 “조 교육감이 자사고측 주장에 대한 입장을 오늘(29일)까지 주기로 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일단 오늘은 평가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평가보고서 제출 시한을 일주일 정도 연장, 추가 접수 기회를 줄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4월 초 까지 시한을 연장, 2차 접수를 한 뒤 그래도 거부하면 강제 이행명령을 통해 평가를 강행 한다는 입장이다.

정량평가는 나이스나 학교홈페이지에 탑재된 자료를 활용하고 현장방문도 강행, 정성평가를 실시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자사고 측도 일단은 강경하다. 자사고 관계자는 교육청이 평가를 강행하면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어 행정소송에 들어가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자사고 측은 평가 거부 이유로 평가지표에 대한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과 일부 문항과 배점이 자사고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결국 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목적으로 기준점을 70점으로 올리는 등 평가기준 등을 일방적으로 바꾼 것 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사전예고가 없었던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에 해당돼 법적 다툼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속내는 좀 더 복잡하고 절박하다.

재지정 평가대상에 오른 13개 학교 중 상당수는 학생수 모집 어려움과 재정난, 교사들의 불만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작년에 일반고로 전환한 대성고가 겪고 있는 내홍은 이들 자사고에게 시범케이스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신입생 모집은 자사고들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올해 입시에서 서울지역 21개 자사고 중 5개 학교가 일반전형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갈수록 학령인구마저 줄어들어 신입생 모집은 자사고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데서 오는 재정난도 자사고들을 힘들게 한다. 일반고 수업료는 2008년 이후 12년째 동결돼 있다.

자사고의 경우 학교장이 수업료를 자율적으로 정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자사고의 수업료 역시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교원 인건비를 비롯 경상 지출은 매년 오르고 있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교사들 역시 자사고 근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고 많다.

등록금이 일반 학교의 3배이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가 훨씬 까다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내심 자사고 운영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속사정에도 불구, 자사고들이 재지정 평가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 자사고 자격을 박탈 당할 경우 학교는 감내하기 힘든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자사고 탈락이 주는 불명예와 낙인효과는 동문과 학부모들의 거센 비난을 몰고 올 것이 뻔하다. ‘고용 교장’이라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어 사정은 더 절박하다.

그것도 인근 학교는 자사고 관문을 통과했는데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만 탈락했다면 더 심각하다.

때문에 일부 자사고 교장들은 내심 올 오어 낫씽(전부 아니면 전무)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모든 자사고를 폐지 하든지 아니면 전부를 살리던지 과감한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 교육청 구상대로 평가에 응했다가 자칫 탈락이라는 낭패라도 보게 된다면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일반고로 전환한 대성고등학교가 학부모들이 수업료 납부 거부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재지정을 앞둔 자사고들의 발목을 잡는다.

익명을 요구한 자사고 관계자는 “자사고 교장단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내부적으로 견해가 모두 일치되는 것은 아니어서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청이 행정력을 동원 무조건 밀어만 붙일것이 아니라 (자사고에게) 퇴로를 만들어주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과 학교는 특수한 관계다. 맞받아 싸운다 해도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안다. 결국 자사고측이 교육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