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질문하기 위한 공부’와 교원의 전문성
[교육칼럼] ‘질문하기 위한 공부’와 교원의 전문성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8.12.2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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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병식 서울남산초등학교 원로교사

공부란 다른 사람의 말(강의)을 듣거나 글(책)을 읽고 그 내용을 파악하고, 파악한 내용에 자신의 생각(사고)을 더하거나 재창조해서 자신의 언어(말과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따라서 공부를 즐겁게 잘하도록 하려면 듣고 말하는 능력(음성언어력), 읽기 능력(문자언어력), 언어 선택 및 표현 능력(작문력)과 같은 공부에 요구되는 기본 능력을 잘 길러주어야 한다.

공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브루타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유대인의 전통 교육법이다. 보통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대화법을 말한다.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친구 등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라면 그 누구와도 하브루타가 가능하다. 하브루타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미국행동과학연구소에 의하면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공부한 뒤 24시간이 지나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공부의 내용의 비율을 비교해 보았더니 강의듣기(5%), 읽기(10%), 시청각수업(20%), 시범강의보기(30%), 집단토의(50%), 실제 해보기(75%), 하브루타(90%)로 하브루타가 효율성이 가장 높았다.

「탈무드」에는 큰 길을 달려가면서 “나는 답을 알고 있다. 누가 질문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말을 반복하며 외치는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사나이가 지적하려고 한 것이 ‘정답을 얻기 위한 공부’라면, 그 우화에 함의되어 있는 대안적인 공부 방법은 ‘질문하기 위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무지함을 깨닫도록 대화를 통하여 상대방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깨우쳐주고 나서 제대로 된 앎을 찾아가기 위한 대화를 한다.

공자는 “인간의 앎은 항상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함께 섞여 있다. 그러므로 어디까지는 알고 있으며 어디서부터는 모르고 있는지를 분명히 하라. 그럴 경우에야 진실로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우리의 앎은 항상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뒤섞여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삶을 진단하면서 캐빈 켈리(Kevin Kelly)는 “기계(인공지능)는 답을 하기 위해 존재하고, 인간은 질문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빅데이터를 내장하고 있는 컴퓨터에 비해 보잘것없는 정보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에 의미 있는 질문들을 찾아내는 것이며, 이 질문에 대하여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이 찾아낸 대답들을 다시 삶과 관련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검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적 과제는 현재 잘못된 교육 즉 ‘정답을 얻기 위한 교육’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서 ‘질문하기 위한 공부’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식을 보는 근본적인 관점이 변화를 포함하여 교육 실제를 완전히 재구성하는 일이 될 것이다.

10년 내지 20년 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언제나 늘 빨리 다가올 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빠른 변화,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회와 함께 위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혼란을 이겨내고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고,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하는 능동적인 이용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계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인간 고유의 특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원의 새로운 전문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ㅇ [전문적 능력] 훌륭한 교원은 지식과 이해의 중요한 원천이지만, 교원들이 지식에 접근하는 방법으로서 직전교육보다는 계속적인 갱신에 기초하여야 한다.

ㅇ [교수법] 교원은 정보의 기억, 시험성적 등에 중점을 두기보다 학습동기화, 창의성, 협동을 포함한 고도의 기술을 전수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ㅇ [기술의 이해] 정보통신기술 등 새로운 기술의 교수법상 잠재력 이해와 프로그램을 학생이 별개로 이용하도록 방치하기보다 이를 교수전략으로 통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ㅇ [조직에서의 능력과 협력] 교원의 전문성은 이제 개별적 능력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되며, ‘학습조직’의 일부로서 기능하도록 개인별 능력을 통합하여야 한다. 교원 상호간에 학습하고자 하는 마음과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ㅇ [탄력성] 교원 전문성에 관한 전통적인 개념과 가장 직접적으로 갈등을 보일 수 있는 속성으로서, 교원에게 요구되는 전문적 능력은 근무기간 중 몇 차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하여야 하며, 전문성이 변화에 저항하는 변명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ㅇ [이동성] 교원으로서의 능력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다른 직업과 경험으로의 전출과 전입 의사와 능력은 전체는 아니라도 일부 교원에게는 바람직한 것이다.

ㅇ [개방성] 많은 교원들이 학습해야 하는 기술로서, 교원이 학부모 또는 다른 성인과 교원의 전문적 역할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협동하는 속성으로서 가장 도전적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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