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741 늘봄학교, 교육부는 정말 자신있나?"
[기자수첩] "2741 늘봄학교, 교육부는 정말 자신있나?"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4.03.01 21: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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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잘 돌아가고 있는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놔두고 왜 늘봄을 학교에 끌어들이는지 모르겠다.” “늘봄 기간제교사 뽑고 보니 전원 중등교사 출신이더라.” “정책 시행 전에 현장과 충분한 소통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

29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주최 교육현안 권역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2학기 전면 실시를 앞둔 늘봄학교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A 교장은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늘봄학교와 관련 ▲돌봄 공백시간 발생으로 인한 예산낭비 ▲방과후 프로그램 기능 약화 ▲학교의 업무 부담 가중 ▲교육수요자의 선택권 부족 등 네 가지를 대표적 문제로 꼽았다.

그는 먼저 “기존에는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돌봄교실에서 쉬기도 하고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곧바로 늘봄학교와 연결되면서 돌봄전담사의 역할이 없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늘봄학교 도입으로 돌봄전담사와 늘봄실무자 모두에게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게 예산낭비 아니냐"고 반문했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질적 약화도 우려했다. A 교장은 “늘봄학교에서 2시간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되면 학생들이 방과후 대신 늘봄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되고 그러면 질적으로 우수한 방과후 프로그램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늘봄 프로그램만으로는 학생들이 원하는 취미 활동 등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어 결국 학원 등 사교육을 찾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A 교장은 또 소규모학교의 경우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이 가뜩이나 많은 실정인데 늘봄학교가 들어오면서 프로그램 운영과 강사관리, 학생안전 등을 모두 학교에서 책임져야 할 판이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B 교장은 “당초 도내 133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실시하려 했으나 교육부에서 기간제교사 TO를 84명만 배정해 84개 학교에서 시행에 들어갔다”며 “그마저도 17개학교는 기간제교사를 뽑지 못해 교사들이 모두 떠맡게 됐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관할 교육지원청에서 8명의 기간제교사를 채용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였다”며 “초등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기간제교사에게 수업을 맡겨야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교육부가 학생수 1000명 이상 학교에 늘봄지원실장을 지방공무원으로 배치한다고 발표한 사실은 언급한 뒤 “도내 361개 초등학교 중 이 기준에 적합한 1000명 이상 초등학교는 단 6곳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98%의 학교에서 늘봄 업무가 고스란히 교감 등 관리자들에게 떠넘겨졌다”고 꼬집었다.

늘봄학교의 비효율성도 지적했다. B 교장은 “자신이 거주하는 군지역의 경우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운영 중인데 돌봄수용 인원을 충족하고 남을 만큼 시설이 넉넉할 뿐 아니라 청소년 소양관에서는 밤 10시까지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 지자체 돌봄시설들은 학생들 집 가까이에 있어 이용하기 편리한데도 굳이 늘봄학교를 이용하라고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산어촌 지역은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학생들 대부분이 통학버스로 등하교 하는 실정이어서 늘봄학교가 시행되면 가까운 지역돌봄센터 놔두고 집에서 먼 늘봄학교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게 정녕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장들은 정부의 소통 부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교장은 “지난 2월 중순에야 교육청에서 늘봄학교 설명회를 열었다”며 “너무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지금도 늘봄과 돌봄이 차이가 뭔지, 어떻게 운영하라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또 따른 교장은 “우리 사회가 마음놓고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에 누가 반대를 하겠느냐”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사회 각 분야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지 학교에만 책임을 지우려는 처사에는 반발이 나올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교육전문직은 “그동안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학교에 많은 짐을 떠넘겨왔다. 이번에도 학교 더러 맡으라고 하니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늘봄학교를 계기로 돌봄은 학교에서 맡는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관련 예산 삭감 등 손을 떼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 1학기중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는 전국에서 모두 2741개교. 하지만 이들 중 시설과 인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 몇군데나 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상당수 학교들이 교육부 발표와 달리 늘봄학교에 허수(虛數)가 담겨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월 마지막날 열린 교장단 토론회. 그들은 묻는다. "2741개 늘봄학교, 교육부는 정말 자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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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2024-03-02 13:17:17
교육계에서 잘하는거 있잖아?
늘봄실장도 행정실장처럼 법적 근거없는 유령조직으로 만들어놓고 겸임수당 3만원 던져주고 온갖 책임 짬처리 하려고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