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3월을 시작하는 모든 선생님들께
[박정현 칼럼] 3월을 시작하는 모든 선생님들께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4.03.01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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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부원여자중학교 교사
박정현 부원여중 교사
박정현 부원여중 교사

선생님과 학부모님, 학생들… 학교와 관련된 이들에게 ‘3월’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새해의 세 번째 달이지만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년도의 출발을 의미하는 시점이다.

학제 개편에 대한 여러 논의와 시도가 있었지만,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3월은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소속이 바뀌고, 부서와 업무가 바뀌면서 기대와 함께 걱정이 엇갈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새롭게 바뀌는 시간이기에 선생님들께 매해 3월은 새로운 장면이 펼쳐지는 때이다.

필자 역시 10년 만에 학교를 옮기고, 보직이 아닌 담임을 맡으며 반 아이들의 (아직은 낯선)이름을 외우고 책상과 사물함에 이름표를 붙여주며 3월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누구실까?’ 걱정하는 학부모님, ‘새로운 반 친구들은 어떨까?’ 걱정하는 아이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오늘은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그런 날일 것이다.

2024학년도가 시작되는 시점, 우리의 교육이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좋을지 소망을 담아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교권이 바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서울서이초 선생님과 둘레길에서 살해당한 선생님의 순직 인정은 교직특수성과 교권침해를 인정한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또한 고 송경진 선생님의 근정포장 추서는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작은 위로였다. 거리에서 교권 회복을 외친 선생님들의 간절한 바람이 실현된 것이지만 동시에 서글픈 생각도 든다. 애초에 이러한 죽음이 없었어야 했다.

사안이 생겼을 때 유족과 동료가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는 구조여야만 할까? 교권과 관련한 제도와 법률이 이어지고 있지만 3월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민원과 아니면 말고 식의 무고는 선생님의 자존심과 인격을 짓밟고 있다.

교권의 확립은 법제화와 함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4월 치러질 총선은 우리 교육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교육이 정치와 무관해야 하지만,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 우리의 뜻을 분명히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무녀도초 선생님의 죽음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순직으로 인정받고 명예가 회복될 수 있어야 한다.

충돌하는 정책들의 현명한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2022개정교육과정 도입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교과서의 개발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지만, 디지털교과서는 아직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늘봄학교는 당장 시작이 되지만 학교는 여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곳이 많다.

의대정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는 강대강의 국면으로 국민의 불안만 높아지고 있다. 의대정원은 입시 지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정확한 결정이 내려져야 학교와 학부모, 학생의 혼란은 최소화될 수 있다.

이처럼 충돌하고 있는 교육정책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용하다 보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연착륙의 개념은 특히 학교 교육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충분한 공감과 설득을 바탕으로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적용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교육은 실험이 아닌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학령 인구 문제에 대한 현실적 준비가 필요하다

학령 인구의 감소는 이미 예견되고 있던 문제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우리의 예측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합계 출산율 0.7이 의미하는 것이 단순히 숫자 얼마가 줄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줄어든 숫자에서 출산율 자체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인구 감소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계의 위기보다 교육계의 위기가 가장 먼저 도래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교육계에서 극적으로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학교의 성격을 바꾸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대비가 필요한 때이다.

2024년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 문제에 대해 선제적 준비를 할 수 있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지난달 퇴임하시는 선배님들께 많은 분들이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3월 첫날 뭐하실 거예요?’. 30년이 넘는 시간을 학교에서 3월에 늘 첫 시작을 하던 선배님들께서 입을 모아 하신 대답은 ‘너무 낯설 것 같고, 학교가 그리울 것 같다’였다.

교단에 계신 선생님들께 첫 출근의 날을 떠올려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아이들을 만나는 설렘,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참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모쪼록 건강하고 행복한 2024학년도가 되실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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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바라는나 2024-03-02 18:46:08
다른 언론 기사에
교총 회장 출마 결심 내용이 있던데
새 학교에서 담임을 맡았다면
결심을 바꾼건가? 부디 그렇기를 바란다.
제 정신이라면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학급 담임 상태에서 출마하진 않을 것이기에.

그런데 솔직히 이미 현직 교원 신분이면
학령 인구 감소 이슈가 피부에 와닿을까 싶다.
이미 실정법상 특정직공무원으로서
신분을 보장받고 있으니, 결국에는
임고TO감소만 될 가능성이 높고,
학교가 통폐합되면
산간 벽지 학교부터 폐교될테니
가산점에 목매단 교사가 아니라면
오히려 더 반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davidlove 2024-03-01 13:07:12
학교현장에서 정책의 연착륙은 매우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겐 단 한 번의 시기에 실험양을 만들어서는 안 되거든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적용해야 하는 것은 급진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좋은 글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