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순직을 인정해주세요”
[박정현 칼럼] “순직을 인정해주세요”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4.02.1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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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우리말에는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각각의 죽음이 갖고 있는 무게가 다를 수는 없지만, 우리는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순직’은 ‘직무를 다하다 죽음’이라는 뜻이다.

영어에서도 ‘died on duty’라는 표현으로 직무 또는 의무를 다하다 죽음을 맞이한 경우를 순직으로 본다.

국가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하는 것은 국가와 개인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손실이다. 그렇기에 순직자에 대해서는 예우를 다하고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금전적 보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여름부터 우리 교단을 비탄에 빠지게 했던 선생님들의 순직 인정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의정부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아 유가족의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이초 선생님 역시 순직 인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다시 광장으로 모이는 선생님들의 외침에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교권에 대한 서글픔이 담겨 있다.

공무원의 순직에서 많은 비율은 업무 자체가 매우 위험한 경찰, 소방 등이 해당한다. 공무 수행 중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자살에 대해서도 직무 연관을 고려하여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는데 직종별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공무원 직종별 자살에 대한 순직 인정 비율을 보면 교육공무원의 순직 인정 비율이 일반직 공무원 29.7%의 절반 수준인 15%에 머무르고 있으며, 50%가 넘게 인정되는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에 비하면 지나치게 낮아 보인다.

자살의 경우는 순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장소, 자살과 업무 사이의 인과 관계, 근무시간의 여부 등이 부합되어야 순직으로 인정된다. 학생, 학부모로부터의 시달림은 오랜 시간에 걸쳐 표면에 드러나지 않게 쌓이게 된다. 인과 관계를 따지기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안이 외부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죽음을 생각할 정도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임계를 넘어서게 만든 하나의 과정일 뿐 실제로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받아 왔던 것이다.

이러한 인과 관계를 유가족이 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교실마다 독립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학교의 특성을 생각하면 동료들의 증언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자살에 대해 모두 순직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교직이 갖고 있는 직무 특성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싶다.

교사가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청을 통해 서류를 접수하고 공무원연금공단의 심의를 거쳐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최종 판단을 통해 결정된다. 적어도 최종 판단 과정에서 교직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전문가가 포함되어야 함을 제안하고 싶다.

이미 돌아가신 분께 순직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적어도 그분들의 죽음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무의 과정 속에 있었다는 점과 이러한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는 울림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순직은 인정되어야 한다.

선생님들이 극단의 순간에 가기까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과 우리 역시 언제 그러한 고통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혼란스럽게 엇갈린다.

부디 유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세상을 등진 선생님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고 명쾌한 순직 인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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