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학폭조사관님들께 부탁드립니다
[박정현 칼럼] 학폭조사관님들께 부탁드립니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4.01.26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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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의 전면 도입

학교폭력의 처리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학교의 피로도 완화를 위해 도입되는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의 시행을 위해 시도교육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전국에서 2700명을 위촉직으로 선발하여 교육지원청별로 운영할 예정이다.

그동안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사안 조사 단계부터 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조사관이 사안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내용을 학교내 학교폭력전담기구에 보고하는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폭력 실무를 오랜 기간 담당했던 필자 입장에서는 참 반가운 정책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범사회적으로 인식하고 법률로 여러 제도를 만들면서 학교폭력 예방의 효과는 얻을 수 있었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기피하는 업무로 자리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차례 법률 개정, 학폭위의 지원청 이관 등 많은 노력이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폭력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컸었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제도 도입 상황에서 예상되는 어려움과 보완되어야 할 사항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① 조사의 대상이 아이들임을 잊지 마세요.

학교폭력전담조사관(이하 ‘조사관’)의 지원 자격으로 경기도에서는 다음과 같이 4가지 중 1개 이상에 해당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퇴직교원/퇴직경찰/청소년 보호 및 상담 경력/그 밖에 학교폭력예방 및 청소년 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조사관의 이러한 자격 요건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네 번째 항목은 주관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며, 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보조 장치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조사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본적인 연수를 실시하고, 조사 방법에 대한 매뉴얼이 제공되겠지만 조사관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범죄자를 수사하던 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아니라 조사의 대상이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언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더구나 학교 구성원이 아닌 외부의 조사관을 대면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에 자칫 조사 과정에서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심리적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의 진위만을 파악하다보면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많은 학교폭력이 사이버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퇴직 교원이나 경찰관 출신이라면 이러한 매체 변화가 낯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내용을 몇 번의 연수로 보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상근직이 아닌 위촉직으로 사안이 있을 때만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사 방법이나 내용에 대한 환류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② 학교의 특성을 잘 이해해주세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학교에서 사안 조사를 했을 때는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을 활용하게 되는데, 학생조사가 가능한 시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조율할 수 있어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했다.

그러나 위촉형태의 조사관이 학교로 방문하여 조사를 한다면 수업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고,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학교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경우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생길 여지가 크다. 조사관에 대한 연수와 함께 학교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도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지 세밀한 설명이 필요하다.

조사관의 조사에 과정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제기의 주체는 결국 교사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의 방법이나 학교폭력의 유형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조사관 연수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③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을 기억해주세요.

학부모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조사관 제도가 그리 달가울 것 같지는 않다. 객관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외부 조사관의 조사를 받는다고 하면 걱정이 클 것이다.

선생님은 그래도 우리 아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외부 조사관의 조사 자체가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학교폭력에 관한 법률은 형법과는 차이가 있다. 형사적 문제를 수사하여 벌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교육적으로 해결하려는 과정이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달라야 한다. 조사관의 인식이 이러한 부분에 맞춰진다면 조사관 제도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 및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폭력 사안이 생기면 학교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각종 민원과 심지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조사 단계에서부터 애를 먹었던 것이 사실이다.

조사에 대한 전문적인 기법을 배운 적도 없이 제한적인 연수 내용과 그간의 경험에만 의존하여 조사를 진행해왔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번에 도입되는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는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초기에는 혼선과 갈등도 불가피하겠지만 사례가 축적되고 매뉴얼이 구체화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안정이 되리라 본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결국 우리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즐겁게 학교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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