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아 칼럼] 학교폭력전담조사관 도입, 탁상행정 안 되려면
[진영아 칼럼] 학교폭력전담조사관 도입, 탁상행정 안 되려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4.01.23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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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영아 서울오주중학 교장
진영아 서울오주중 교장
진영아 서울오주중 교장

2023년 7월, 서이초의 가슴 아픈 사건은 우리 교육계와 사회에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교권 강화를 위한 방안과 학교 지원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오는 3월부터 실질적으로 적용되면 변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지원책의 핵심은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전담관을 학교에 파견한다는 것이다.

지원청별로 15명, 전국적으로는 약 2,700명이 배치되는데 전직 경찰이나 생활지도 관련 업무를 한 교사출신을 채용한다고 한다.

그동안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사안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부모와 갈등을 겪거나 학부모로부터 민원, 협박 등에 시달리기도 하여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곤 했다.

학교에서는 이번 전담조사관 지원에 대해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교사들이 직접 사안을 조사하고 학부모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교권이 훼손되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반면 파견 전담조사관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리적인 관점으로 사안조사를 하게 되면, 학생들의 교육적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노파심이 있다. 점점 심화되는 학교현장의 사법화를 걱정하는 것이다.

또한, 파견되는 전담조사관 1명이 약 10여개 학교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학교마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육청에 의뢰하면 적기에 조사하고 전담기구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을 잘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교에 상시 근무하지 않아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생의 상황 등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여,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전담조사관을 학교에 1명씩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당장은 예산확보의 문제가 있기에 지금처럼 지원청에서 파견하거나, 가능한 학교부터 배움터지킴이 1명을 전담조사관으로 전환하여 운영하는 방안이다.

물론 신분이나 급여를 기준에 맞게 부여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학생생활지도 고시에 따라 학생분리 조치업무와 지도를 위해 ‘생활수석교사’ 제도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현재 기간제교사가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학교가 꽤 많으며, 학생부 전체가 기간제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수석교사가 학교당 1명이 배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학교들에서 2명의 지킴이가 근무하고 있으며, 전직 경찰 또는 교사출신이 많다. 가능한 학교부터 1명을 전담조사관으로 전환하여 아침과 오후는 학생 등하교 지도를 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순회 지도를 하며, 사안이 발생하면 학생부 교사와 담임교사의 교육적인 협조 하에 조사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학교 지킴이가 교문과 교내외 순회 지도를 하면서 지각학생 등 학교생활부적응 학생을 잘 파악하고 있다.

현장은 점점 늘어나는 학생들의 사건, 사고로 교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교육공무직과 같이, 일명 ‘생활교육공무직’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제도는 우선 4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사안이 발생했을 때, 관련 학생조사와 학부모 상담을 맡고, 교사는 교육적인 협력을 통하여 학생회복탄력을 도울 수 있으므로 본질적인 교사역할에 전념할 수 있다.

둘째, 생활지도 고시에 따라 학생을 분리조치 할 때, 데려가 지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함으로써 최근 관련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학교현장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업방해 등의 학교생활부적응 학생에 대해 파악할 수 있으므로 예방차원의 생활교육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상시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교사들과 특히 학생부 교사들과의 교감을 통하여 학생생활교육 전반에 협력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학교마다 최고의 기피부서 및 업무로 인식되고 있는 학생부에, 정교사를 배치하는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은 가능한 학교부터, 배움터지킴이 2명 중에 한 명을 학교폭력전담조사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다시한번 제안한다. 학교는 생활중심의 교육과정을 수립하여 학생 삶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인성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더불어 학교생활부적응 학생들을 위하여 체계적인 맞춤통합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학교현장의 본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생활교육을 위하여, 교육부는 장기플랜으로 ‘생활교육공무직’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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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생각한다 2024-01-23 13:01:15
당장은 배움터지킴이, 중장기적으로는 생활교육공무직을 활용하자는 제언이 학교현장에서 볼 때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