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
[박정현 칼럼]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4.01.18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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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가 너무 많다!

수업 시간에 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반성, 약간의 화남… 복잡한 생각이 든다.

17일 언론을 통해 발표된 교육부의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고교생 4명 가운데 1명 이상은 같은 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교사 1211명, 학생 434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의 수업 참여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로 학교 유형별, 수업별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수업 자체에 초점을 맞춘 광범위한 조사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는, 의미가 큰 내용으로 생각된다.

재미없는 수업, 결국 교사의 책임?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들이 많다’는 제목의 기사는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교실의 실태를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수업은 재미없고, 교과서에만 의존하니 아이들은 잠을 자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수업 혁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고, 각종 에듀테크를 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리를 펴기에 적합한 근거로 쓰이기 좋다.

교육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정책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 아닌가?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수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이러한 기사를 읽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뭘,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 거냐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자성을 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잠자는 교실이 교사의 무능에서 비롯되었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잠들 수밖에 없는 현실은 시스템의 문제

수업이 지루하고 방식이 다양할 수 없는 이유가 교사에게만 있을까? 이번 조사 결과의 대상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보면 잠든 교실의 문제는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우선 찾아야 한다.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고등학교의 수업은 입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입시에 반영되느냐가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업의 내용이나 방식이 유연하기 어렵다.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과목은 수능에 나오는 EBS의 내용을 무시할 수 없고, 제한된 시간 동안 많은 양을 가르쳐야 한다.

반대로 입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과목의 경우 학생 참여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의 개인적인 능력과 아이디어에 기대하기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비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많은 내용을 제한된 시간 동안 입시의 틀에 맞게 가르치려다보니 수업이 경직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 속에서 수업을 개선하고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라는 요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 현장에서의 수업을 보면 정말 선생님들의 정말 많은 노력을 통해 흥미 있고,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여건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잠들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반성

수업 때 잠을 자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지만 잠들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카페인 음료가 아이들 사이에서는 유행을 넘어 필수품처럼 음용되고 있다. 시험 때면 서너 캔을 마시고 잠을 쫓으며 공부하는 아이들… 너무 많이 마셔 위경련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빈번히 들린다.

카페인의 폐해에 대한 구체적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한을 하기 어렵고 아이들은 점점 카페인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공부할 양이 너무 많아서, 경쟁에서 질 수 없어서 잠을 쫓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너무 무거워진다.

밝고 맑은 꿈을 키우라 이야기하고 싶지만 잠 한숨 제대로 자기 어려운 현실은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에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오늘 이야기한 ‘학생들의 잠’은 여러 차원에서 복잡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세르반테스는 ‘잠은 피로한 몸과 마음의 가장 좋은 약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깊고 편안한 수면은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깨어 있는 동안 수업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고, 자야 할 때 평온한 잠을 청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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