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규 칼럼] ‘서울의 봄’과 교사의 교육권
[조호규 칼럼] ‘서울의 봄’과 교사의 교육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4.01.16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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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 사무국장

영화‘서울의 봄’을 본 관객이 천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 기성세대는 사건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젊은 관객이 영화관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미처 알지 못한 최근의 역사에 대한 궁금함에 더해 예술적 가치와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얻을 수 있는 감흥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 영화는 굴곡의 현대사를 다룬 것이라 계층과 집단, 개인 간에 여러 논란과 갈등을 촉발하였고 일부 학교에서 이 영화를 단체관람하면서 그것이 증폭되었다.

일부 단체는 학교 앞에서 영화 관람에 대해 시위를 하였고 급기야 학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였다.

검찰에서 고발장 내용으로는 위법・부당하게 직권을 남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각하 처분해서 일단락 되었지만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일부 단체에 의해 방해받는 심각하고도 우려스러운 오점을 남겼다.

이에 우리는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는 것이 적절한 교육활동인지 살펴봐야 한다. 교사들은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contents의 일부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교사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량권 일탈만 아니면 된다. 교사는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헌법이 부여한 가치 내에서 사회의 상식으로 이해되고 통용되는 것이라면 말이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영화 단체 관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영화‘서울의봄’이전에도‘국제시장’‘인천상륙작전’‘택시운전사’‘1987’ 등의 현대사를 다룬 영화를 단체 관람한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다.

일부 단체의 학교 단체 영화 관람 방해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닌다.

첫째, 교사의 자율성과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간섭이다. 영화와 같은 교육 자료는 교사 각자의 수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료 중 하나다. 일부 단체의 행동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수업목표를 수립하고 적절한 교수법을 선택하는 것을 훼방 놓는 것이다. 이는 종국에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제한한다.

‘코이의 법칙’을 아는가. 호리라는 물고기는“작은 어항에 있으면 1㎝, 연못에는 5㎝, 강에서는 15㎝, 바다에는 5,60㎝까지 자란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대양 같은 바다를 주어야 한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게 키워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몫이다. 교사가 교육과정 구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그렇게 된다. 교사의 자율성 확대는 수업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성장한다. 교사의 자율성은 아이들의 한 대양이다.

둘째, 진영논리에 따른 파시즘적 행태는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해친다. 영화‘서울의 봄’은 특정 이념을 주입하고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소재인 12.12. 사태는 이미 대법원 판결에서‘군사반란’으로 정의되었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12.12. 군사반란의 과정을 보여주며 인물들이 겪는 역할 갈등(긴장)과 자기 모순을 fiction과 nonfiction으로 보여주었다. 학생들이 영화를 관람하였다면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실을 이해함과 동시에 ‘군사 반란’에 대한 토의․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12.12 군사 반란에 대해 무슨 토의․토론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존 밀턴이 자신의 저서‘아레오파기티카’에서 이렇게 설파했다.“진실과 허위가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대결할 때 진리가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우리는 진리를 도출하기 위해 자유로운 사상(양심)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른바 집단지성으로 진리를 도출해야 한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합의적 진리를 강조했다.

집단으로 위력을 가할 것이 아니다. 학교에 사상과 양심의 시장을 열어주는 자세를 취하면 된다. 그래야 아이들의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 형성을 촉진하고 올바른 성장을 북돋는다.

셋째, 일부 단체가 학생들의 영화 관람을 막는 행위는 예술의 자유를 옥죄고 예술의 다양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위협한다. 영화는 감독이나 배우의 독특한 시각과 예술적 표현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문화 경험과 인식을 제공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수성을 촉진한다.

이런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예술의 다양성과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하나의 행사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예술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어야 한다.

“설령 단 한 사람만 제외한 모두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 반대의견을 갖는다 해도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존 스튜어트 밀의 일갈은 여전히 유효하다.

예술은 자유와 열린 마음의 공간에서만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며, 이런 예술을 접하는 것이 하나의 교육활동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형식적・제도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생활문화에서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를 영위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모두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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