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설계하기 나름
인생은 설계하기 나름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7.03.09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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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벽,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전 미시간공대 교수

혼밥, 혼술이 새로운 트렌드이고 일인가구가 급증합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꺼려하고, 쉽게 이혼합니다. 관계 맺기를 기피하고 관계를 하찮게 여깁니다. 왜 이리 사는 게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실로 한국인의 불행감은 세계 최하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 청사진을 애초에 그리 될 수밖에 없게끔 설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많은 학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요. 대다수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직장에 취직하고, 어떤 취미를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전공 공부도 하고, 스펙도 쌓고, 해외여행으로 경험도 쌓고, 봉사활동도 틈틈이 하고, 거기에다 필요하면 아르바이트까지 한답니다. 늘 시간에 쫓기고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스케줄을 보면 대기업 임원 못지않게 빡빡해 보입니다.

저는 또 묻습니다. 결혼은 언제하고 아이는 몇 정도 가질 생각이냐고요. 뜨악해 하는 반응입니다. 웬 쓸데없고 고리타분한 질문이냐는 식입니다. 아직은 그런 것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말을 잘라버립니다. 준비가 덜 되었다거나 혼자서 충분히 살아본 후에 결혼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혼자 사는 것도 힘겨운데 결혼이라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경제적 부담스러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아, 요즘 젊은이들의 머릿속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설계가 아예 없어 보입니다. 젊은이들의 인생설계에는 마치 세상에 영원히 자신 혼자만 살아갈 것처럼 보입니다. 배우자도 없고 자녀도 없고 친인척도 없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우리는 관계에서 태어나고, 관계 안에서 살아가고, 관계를 남기고 삶을 마감합니다. 그래서 인생의 행복은 인간관계로 이루어졌습니다. 감상적이거나 유교적 발상이 아닙니다. 냉철한 과학적 연구의 결론입니다.

대학생들을 75년간 추적한 그랜트 연구를 비롯한 여러 방대한 종단연구들은 인생 성공과 행복의 “유일한” 요인은 인간관계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를 들어, 기혼자와 미혼자의 삶에 대한 여러 연구를 보면 기혼자들이 더 건강하고 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더 오래 살고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인간관계를 기피하고 하찮게 여기게 되면 결국 인생에 성공과 행복을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저는 결혼 옹호자나 찬양자가 아닙니다. 부부지간만이 아니라 부자지간, 사제지간, 친구와 동료 사이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관계가 인생설계에 전혀 들어 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인생이 아무리 설계한대로 척척 진행된들 성공하고 행복해질 리가 없는 게지요.

우리는 초중고 12년 내내 혼자 공부했습니다. 눈 뜬 시간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냈습니다. 친구와 관계 맺기는 짬짬이 쉬는 시간 동안 했습니다. 이제 그마저 스마트폰을 통해서 사이버공간에서 합니다. 어른들의 눈치 보며 했고 야단맞으며 했습니다. 그래서 수직관계는 불편하고 수평관계는 불안합니다. 연애를 하더라도 순간적 감정에 매몰되고 둘 사이의 애착관계만 맺을 뿐 그 하나의 남녀관계로 인하여 수없이 파생되는 다양한 인척관계는 관심 밖입니다. 그러니 연애 경험을 쌓아봤자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에게 선택이 있습니다. 관계를 부담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자원으로 여길 것인가. 관계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모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당연히 기피해야 되겠지요. 이와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원이라면 당연히 환영하고 설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좋은 관계를 발견하고, 발굴하고, 맺고, 유지하는 기술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선택이 있습니다. 인생을 직업과 나에게만 왜소하게 맞추어 부분적으로만 설계할 것인가, 아니면 폭넓게 확대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전체를 설계할 것인가.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결말이 달라질 것입니다.

조벽,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전 미시간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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