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희 칼럼] 너도 나도 의대...의대... "이게 정상 국가냐"
[이범희 칼럼] 너도 나도 의대...의대... "이게 정상 국가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12.29 14:3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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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범희 서울대 명예교수, 전 서울양정고등학교 교장
 

교권 침해, 수능 킬러 문항, 의대 쏠림 현상 등 교육현안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국가 차원의 교육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교권 보호는 필수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매우 엄격한 규정이 명시되어야 하며 교육의 본질과 중요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도 교권 보호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더욱 구체화 되어야 하며 학부모와 피교육자들이 항상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지나치게 강조되고있는 것은 우려할만 하다. 따라서 학생 징벌 규정의 구체화 내지는 강화로 피교육자들의 일탈에 대한 엄격한 제한으로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

요즘은 수능 킬러문항과 강남 사교육의 연결 고리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일정 기간 선발된 출제자들을 격리해 가면서 수능 문항을 출제하니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모든 교사가 의무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정해진 수량의 문제를 제출하고 이를 정부에서 보관하여 필요할 때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문제은행식 제도를 도입하면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목당 수만 개의 문제은행이 구성되고 전문가들이 필요 문항만큼 선정하여 출제하면 킬러문항이니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강남지역 사교육에 전 국민이 목을 맬 필요도 없어진다.

차제에 수능을 참고자료로 전환하여 대학 자율로 입시 반영 비율을 허용하는 것도 고려 해 볼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 면접 강화나 약식 본고사를 희망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를 다양성 차원에서 수용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와 사교육 중심 학원 등 사이의 불법적인 유착 관계는 엄격히 제재되어야 하며 이런 것을 정부 기관이 책임지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비하여야 한다. 특히 금전 거래가 수반되는 교사들의 문제 판매는 교육자로의 자세에 큰 문제가 있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지방에서 열심히 독학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명문대 최우수 학과에 많이 합격 하였는 데 지금의 수능 체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서울로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며 자녀 학업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이다.

학부모 민원에 관해서는 민원 제기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통로를 막고 학부모 위원회가 이를 접수하여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학부모 의견을 종합한 후 선택적으로 학교 측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학부모가 교사에게 민원을 직접 제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학부모 위원회나 PTA(학부모회)를 거쳐야 한다. 교권 보호 측면에서도 반드시 우리 교육 현장에 도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의대 열풍은 과연 우리나라가 정상 국가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교육 현장을 휩쓸고 있다. 미국 대학 입학 사정에서 주립대학의 경우 일정부분 지역 인재를 선발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 의대 특례 입학 제도가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이를 수도권을 포함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과학고나 외국어고의 경우 설립 목적에 맞게 의학 계열 지원을 제한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방 고교 출신의 의학계 진학이 촉진되어 많은 지방 명문고가 탄생하고 학교생활에 대한 충실도도 높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교육보다는 내신 위주의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서울로 강남으로 원정을 와서 킬러문항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교육의 정상화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대 쏠림 현상을 보며 왜 우리는 인도의 IIT 대학처럼 최우수 인재가 공대로 집중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도의 학생, 학부모 모두 유명 공대를 졸업해야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믿고 또 사회에서 인정해 준다고 믿는다.

단순한 이공계 장학제도 확충만으로는 우리의 의대 열풍을 잠재울 수 없다. 요즘 이슈로 떠오른 의대 정원 확대도 의대 열풍을 더욱 키울 뿐이다. 오히려 이공계 출신에 대한 과감한 병역 면제와 더불어 졸업 후 각종 세제 혜택과 재정지원을 정부의 약속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나 학생들이 실용적으로 계산해 보며 자신의 진로 변경을 고려할 것이다. 의대로 진학하여 많은 소득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이를 외면하고 이공계로 진학하라고 아무리 외쳐도 학생, 학부모들은 수용하지 않는다.

차제에 정부에서도 직업별 소득 불균형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재분배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참고로 영국이나 호주, 인도 등의 의사 보수 체제를 우리에게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그 나라에서는 의대 쏠림이 없어도 의료계는 안정적이면서 이공계를 외면하고 의대 진학에 목매는 일도 없다.

첩첩으로 얽혀 있는 교육 현장에 숨통이 트이고 교육기관답게 제도들이 재정비되어 먼 지방에서 땀 흘려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명문대에 수석 합격하는 7~80년대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은 7~80년대의 우수 인재가 이공계로 진학하여 국가 발전에 초석을 다져놓은 결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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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24-01-02 12:16:22
학생수는 줄어들고 그나마 머리좋은 애들은 피부 성형 기술자되어 돈 빨겠다고 난리이니~. 더구나 과학 기술예산은 대폭 삭감하니 미래 먹거리도 망했네

내가바라는나 2024-01-01 10:02:12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본다.
먼저, 이 땅에서 번듯한 첫 직업을 얻기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현장중심의 실무적합성보다는, 형식적인
'공정'프레임과 '이 정도는 공부해야지 않겠어?'
란 식의 채용 방법이 그것이다.
이미 전 국민 평균 근로소득의 몇 배를
벌고 있음에도, 미국 등의 사례만 들며
'왜 우린 저렇게 못벌까?'위주로만 생각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는게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또 하나는, 국내의 산업구조가 여전히
협력적이 아닌 수직적이라는 것이다.
중견이하 기업에서부터 시작해 주말 휴일
다 반납하고 열심히 일했던 인재들도
결국에는 대기업 출신들에 밀려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들이 많다.

올바른 직업윤리, 직능논리를 확립하고,
채용 방법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한심하다 2024-01-01 01:17:49
늙은이들의 굳어버린 머리, 생각이 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

쯧쯧 2023-12-31 11:25:19
영국이나 호주, 인도 등의 의사 보수 체제를 도입하자고? 지금 영국이나 호주, 인도에서 의사들에게 진료받는 자국민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어떨거 같음? 공대 졸업한 브레인들이 돈 잘벌수 있는 길을 만들 생각을 해야지...어째 생각이..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