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교 화장실 몰카 피해교사 심경글 전문
제주 고교 화장실 몰카 피해교사 심경글 전문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12.26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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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모 고등학교 내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 가해자의 담임교사인 A 교사(여)가 자신의 심경과 당부의 말을 ‘피해회복대책위원회’에서 운영하는 SNS와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에 밝혔다. 

지난 10월 18일 최초 신고된 해당 사건은 수사 초반에 경찰 발표 기준으로 교사 10여 명, 학생 40여 명의 불법 촬영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학교 외 공공장소 등에서 추가 피해자 150여 명이 더 밝혀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재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집단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다음은 피해교사가 직접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서 없을 수도 있는데...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 범죄로 인해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겪고 있는 저에게 20대 성인인 저는 저에게 어른이신 아버지를 소리지르며 부르고 도와달라며 울면서 안았어요. 그러니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충분히 도와달라, 아프다, 힘들다, 불안하다, 무섭다 이야기해도 돼요.

자녀들을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어려우실 학부모님들, 60세에 다다른 제 아버지조차 제가 통원 중인 정신과 의사에게 당신께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호소했습니다. 저 또한 아버지의 외동딸로 아버지로부터 도움 받은 것이 무엇인지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제 아버지께선 듬직하게 제 곁을 지켜주셨어요. 

숨을 못 쉬면 숨을 쉬라고 천천히 수를 세어주고, 격하게 울어 코피가 터지면 닦아주시고, 손을 쥐어뜯으면 따듯하게 손을 잡아주고, 울면 안아 주시고, 괜찮다 아버지가 옆에 존재하고 있다고 믿음을 주셨습니다. 요동치는 저의 불안, 두려움, 우울을 낮춰주시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학부모님들께서도 저희 아버지와 같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려움을 가질 것이라 생각되어 말씀드렸습니다. 부디 상담 치료, 정신과 진료로 향하는 문을 가볍게 먼저 열어주세요. 

그리고 요동치는 학생들의 옆에서 잔잔하게 지켜주세요. 저희 아버지도 저 몰래 눈물을 흘리시며 어려워하셨습니다. 그치만 제 앞에서 내색하지 않고 “눈이 이쁘게 온 것 같이 이쁘지 않니?”라고 먼저 아름다운 것이 눈에 보이게끔 해주시고, “여기 묵은지 김치가 맛있단다.”라며 먼저 맛있는 것이 입에 들어갈 수 있게끔 해주셨습니다. 

교사이면서 저도 아버지의 소중한 외동딸이여서 저에게 도움이 되었기에 말씀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학부모님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미어지고... 우리 학생들이 다시 불안, 공포, 우울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같이 꾸미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주변의 제안으로 그래 볼까 합니다.

우린 행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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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바라는나 2023-12-26 15:31:22
정신과 방문에도 정도가 있어서
개인이 의사와 상담하면
차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가족이 나서야 할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사실상 자칫 잘못하면
정신적 고통이 가족 전체로까지 '전염'
될 수 있는 만큼,
교사노조연맹은 제보자의 뜻을 받들어
사활을 걸고 이 문제에 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