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규 칼럼] 유·초중등 교원도 출마하고 싶다
[조호규 칼럼] 유·초중등 교원도 출마하고 싶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12.21 12: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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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교사들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정치기본권(출마, 정당 가입, 후원)을 누릴 수 없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교사는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후원도 행한다. 더 나아가 여러 나라들이 공직 출마까지 보장하는 방향으로 참정권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스웨덴 등 몇몇 선진국에서는 교사들이 국회나 지방의회 상당수 진출하여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유·초·중·고등학교 교원이 50만 명 정도가 되는데, 대한민국 국민 50만 명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초·중·고 교원은 퇴직하지 않는 한 교육감 선거나 국회의원, 시의원 등 선출 공직으로 나갈 수 없다. 왜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가 만들어졌을까. 일부 학자들은 주요 이유로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유·초·중·고 교원에 대한 불신, 교육자원의 배분에 대한 기득권층의 배타적 독점권 유지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교원에 대한 불신이나 기득권층의 배타적 독점권 유지를 주요한 이유로 잘 들지 않는다. 아주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제한의 이유로 드는 것이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이다. 그런데 이것을 모든 교원에게 평등하게 적용하지 않고 차별하여 적용하고 있다. 대학교수는 적용에서 예외로 하고 유·초·중·고 교원에게는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편파적이다. 교원의 선출직 공직자 출마 제한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에 모든 국민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받지 않게 되어 있다. 일정한 자격만 되면 누구나 선출직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신분인 직업에 따라 대학교수와 유·초·중·고 교원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권리 차원에서 대학교수와 유·초·중·고 교원이 선출직 공직 출마에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 따라서 유·초·중·고 교원도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초중등 교원은 그렇게 못하도록 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런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 근거는 가르치는 대상의 나이 차이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성인과 미성년의 차이 때문이다. 성인인 대학생은 자기 생각이 만들어져 있거나, 중립적이지 않는 지식, 주장 등을 학습하더라도 충분히 편향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사고 체계를 만들 능력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유·초·중·고 학생은 아직 세계관, 가치관을 한창 만들어갈 나이이므로 균형 있는 학습자료와 지식, 논리, 주장을 섭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는 선출직 공직 출마도 할 수 있고 대학생에게 수업 등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유·초·중·고 교원은 선출직 출마도 안 되고 고교생 이하의 아이들에게 수업 등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대학교수는 성인을 가르치므로 선출직 공직에 진출해도 된다고 동의할 수도 있겠다. 이럴진대 유·초·중·고 교원의 선출직 공직 진출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말이 안 된다.

위의 권리 측면에서 봤듯이 유·초·중·고 교원에게도 완전한 권리를 주는 것이 맞지만, 교육 대상 아이들이 어리니까 수업이나 학교생활 지도에서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 적어도 조건부 정무직 진출권을 주어야 한다.

이에 걸맞은 제어 장치를 만들면 된다. 교원이 교육활동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헌법에 정해진 바에 잘 따르도록 하면 된다. 그 수단은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징계령 등 많이 있다. 이런 수단을 잘 활용해서 헌법적 가치를 지키도록 해야지 원천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다시 말해 선출직 공직자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편향적인 정치교육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학습, 교육활동 지도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한창 다양한 지식과 생각들을 흡수하고 이를 정련하여 가는 과정에서 편향적인 좁은 지식과 생각을 주입하는 교육은 옹호될 수 없다. 교육활동에서 정치적 주장과 견해의 가치중립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정치적 견해를 갖는 것은 학습하면서 갖게 되는 자기들 선택의 몫이 되도록 하면 된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한 장치로써 ‘교육적 원칙’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이 이런 부분을 잘 설명해준다.

“정치적 견해를 강압적으로 주입함으로써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라는 ‘강제성 금지 원칙’이 있고, 또,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 거리가 되는 사안이 있으면 그것을 학교에서 논쟁적으로 취급해야 한다.”라는 ‘논쟁성 재현 원칙’이 있다. 이런 원칙이 함의하는 바는 수업 장면에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특정한 견해를 주입식으로 강제하여 가르치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와 아이들의 민주시민성 함양을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정도 장치가 있으면 교사의 정무직 피선거권 제한을 풀어도 되지 않을까. 전국의 수많은 교육주체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으로 유·초·중·고 교원이 적임이다. 이제는 선진국 수준에 맞게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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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사 2024-03-19 06:31:01
내용 좋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