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외롭고 힘들었지..." 기간제교사 유가족 입장문 전문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 기간제교사 유가족 입장문 전문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12.15 15:0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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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부속초 유가족입니다.

2022. 3. 1.부터 2022. 8. 31.까지 상명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초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하셨던 오00교사 사망사건에 조사결과와 유가족의 향후 계획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고인의 휴대전화 등에 남아 있는 자료, 의료기록, 서울시교육청의 사전조사, 지인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조사하였습니다. 그렇게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말씀드립니다.

상명대부속초에 처음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면서 저학년 담임교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입사 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왕의 질병이 없었으며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고인이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던 2022년 상명대부속초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감염되었거나 증상이 있어 감염 우려가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출석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고인은 담임으로 있던 학생들의 감염 및 증상 유무를 직접 확인하고 출석과 수업 가능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고인은 근무시간 이후나, 주말에도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학생들의 자가검사 결과 내역을 확인하고 학생들의 출석상황을 점검하고 안내해야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자가검사 결과를 교사에게 알리는 동시에 이에 추가하여 교사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을 전달하였고, 재해자는 이와 같은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취합하여 확인하며 회신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들의 휴대전화 개인번호를 학부모들에게 공개하도록 하였고, 학부모들은 학교의 공지사항을 알리는 ‘이(e)알리미’ 어플리케이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문의하거나 각종 민원에 관하여 연락하였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별로 상당히 상세하고 잦은 빈도로 요구나 문의가 계속되었으며, 이는 상당한 정도의 업무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던 중 2022. 6. 2. 고인의 담임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 다툼이 발생하였고, 고인은 즉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한 뒤 관련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사실을 전하였습니다. 이후 고인은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오해를 없애기 위해 학생들에게 당시 사건을 재연하도록 한 뒤 이를 촬영하여 학부모들에게 발송하면서 사건의 내용을 설명하였습니다.

중재 과정에서 고인은 학부모들로부터 불만과 항의, 추가 요구를 받는 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부 학부모는 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교사를 못하게 하겠다, 가만두지 않겠다. 경찰에 고발하러 가고 있다”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재해자에게 협박성 폭언을 하였고, 고인은 폭언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였습니다.

사건은 학부모 항의 등으로 학교에 모두 알려지게 되었고, 고인은 같은 학교에 정교사로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터라 자신의 반에서 발생한 사건이 학교 내에 모두 퍼지는 것에 대해 심각한 스트레스와 공포 감정, 극도로 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인은 식사나 수면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였고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수준이 되어 결국 2022. 6. 13.부터 학교에 병가를 제출하였습니다.

고인은 2022. 6. 9.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는데, 진료기록에는 ‘학부모가 자신을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난리가 났다’는 내용이 기재되었으며 우울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음이 확인됩니다.

이후에도 고인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 2022. 9. 26.부터 2023. 1. 12.까지 다른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병적 장애와 우울증의 치료를 받던 중 2023. 1. 초 병적으로 보이는 자살사고가 발생하였고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주치병원에서는 고인의 사망은 병적 행동으로 인한 사망으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판단하였습니다.

고인의 사망 전 모습에 대하여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버린 표정’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인은 기간제교사로 처음 교단에 서자마자 저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고,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업무뿐 아니라 직접 학부모들로부터 문의와 요구, 항의까지 받으며 근무시간이나 근무일의 구분 없이 업무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고인은 이처럼 과로와 스트레스 상황에 계속 노출되어 있었지만 학교에는 재해자가 놓인 상황을 완화하거나 재해자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지지체계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학교 측은 담임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재해자가 일일이 학부모들의 항의성 민원과 요구 등을 받아 직접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재해 상황을 조성하고 악화시켰습니다.

고인의 유가족은 이러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고인의 사망은 상명대부속초에서 근무하면서 얻게 된 업무살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산재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입니다.

또한 일부 학부모의 협박성 폭언에 대하여 추가 사실을 확인하는대로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인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했으며 누구보다 교단에 서기를 소망하였습니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현실, 지금도 많은 교사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고인이 남긴 일기 일부분을 읽어드립니다.

“12월 7일

...네가 지금 힘이 없는 게 당연하기도 해. 많이 힘들었을텐데 대단해 정말.

...기억해. 나는 선하고 강한 사람이다. 나는 선하고 강한 사람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가리라.

 

하느님 말 좀 해주세요. 이 시간이 무슨 의미일까요.”

“네 잘못이 아니다. ...다 이유가 있는 시간이다. 다 이유가 있는 시간이다.”

“00아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 너 대단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잖아. 봄날이 올 거야.”

“포기하지마. 넌 유능한 초등교사다.”

“1월 1일

새해 첫날 온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었다. 다 같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데 너무나 감사하다.

...내일 00초 면접에 가야겠다. ..기회가 있음에 늘 감사드린다.

기회가 있음에, 기회가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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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바라는나 2023-12-17 20:35:18
사립학교 중 근무여건이 가장 열악한 곳이
바로 초등학교로 알고 있다.
사학이란 한계에서 오는 문제는 중/고와 비슷하지만
사립초의 입학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가고 있어
학부모들의 욕구에서 비롯된 민원이
공립과는 정도와 차원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년도 못채우고 퇴직하는 정교사들도
심심찮게 있는 것으로 안다.

해당 재단은 서울 관내에 유/초/중/고/대학까지
모두 갖고 있는 사실상의 사학재벌급인 만큼
겸허하고 성실한 자세로 유족의 요구에
응답하기 바란다.

연봉1억의역할은 2023-12-16 14:42:43
학부모가 피해교사에게 1,500번이나 전화하는 사이에 교장, 교감은 뭐 했습니까? 이쯤되면 교장 무용론이 나와야 하는 건가요? 제발 누가 가감없이 초등교장의 하루 - 리얼 다큐를 찍어서 방송해주었으면 합니다. 고연봉의 역할이 무엇인지 좀 확실하게 합시다

Sirius 2023-12-16 09:16:09
일기장에 나타난 어린 고인의 마음을 유가족이 보았을 때 얼마나 가슴이 저미듯이 아팠을까...내 딸 같아 그저 눈물만 난다. 학교의 리더들은 이런 약한 선생님들을 좀 더 보살펴주시기 부탁 드린다.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이 검은 리본을 풀지 않았음을 알아야 하겠다.